눈이 와서 휴교를 하거나 학군에서 정한 학교 안가는 날이 주말과 붙어 있으면 아이들은 제법 긴 휴일을 보내게 된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놀거나 가족 나들이를 다녀올 수도 있겠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넘쳐나는 요즘은 그것도 힘들다. 코난군은 온라인으로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놀지만, 둘리양은 내게 와서 “나 뭐해요?” 하고 묻는 일이 많다. 나의 대답은 늘 뻔해서 “책 읽어라” “티비 봐라” 정도의 아이디어 뿐이다. 둘리양은 내 뻔한 대답을 들으면 짜증을 낸다 ㅎㅎㅎ
그러던 어느날 둘리양이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마스크를 쓰고, 지갑을 들고, 자기 방으로 올라와 보라고 했다.

자기 방을 말끔히 치워놓고 가게를 차렸다. 책장을 가게 진열대로 삼아서 장난감이나 직접 만든 공예품 등을 가격표와 함께 진열해놓고 책상을 계산대로 차려두었다.





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써야하는 것이 규칙이어서 나더러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했던 것이다. 진열대에서 몇 가지 물건을 골라서 계산대로 가니 진짜 가게처럼 잘 차려놓았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민 가게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박스를 잘라서 만든 계산기계였다. 가게에 가서 유심히 살펴보고 만들었는지 생김새가 진짜 기계와 흡사하다. 현금 서랍을 열면 지폐와 동전을 수납하는 칸이 나뉘어 있고, 바깥 쪽에는 가격을 스캔하는 기구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부분도 사실적으로 만들어 두었다.



이렇게 멋진 가게에 손님이 나혼자라는 것이 아까워서 코난군과 남편에게도 이 가게에 꼭 들르라고 권했다. 그래봤자 손님 세 명이 전부인 가게 놀이였지만… 심심한 날에 박스로 오리고 붙이고 그려서 이런 걸 만들고 놀았던 둘리양이 기특하다.
2022년 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