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엄마 학교에 온 아이들

오랜만에 엄마 학교에 온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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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포드 대학교를 방문한 아이들

해마다 11월의 두 번째 화요일은 미국의 선거일이다. 연도에 따라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있기도 하고, 주지사나 상하원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가 있기도 하고, 시장, 시의원, 등의 지방 선출직 공무원을 뽑기도 하는 등, 투표의 대상은 달라지지만, 선거일은 언제나 이 날로 정해져 있다. 공립 초중고등학교 건물은 투표소로 사용되기 때문에 휴교를 하고, 대학교는 학교 사정에 따라 휴교를 하는 곳도 있고 (남편의 학교), 정상 수업을 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 보통은 이럴 때 아이들은 집에서 지내지만 어제는 오랜만에 엄마 학교에 왔다.

우리 학교 홈페이지

7년 전에 찍어서 지금껏 사용하고 있는 학과 홍보 사진을 업데이트 하기 위해서 홍보 모델들이 모두 모여 사진촬영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초상권이나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 어린이 모델은 학교 교수들의 자녀를 섭외했고, 우리 학교 학생들 몇 명도 모델로 자원했다. 2학년 때 찍은 사진으로 오래도록 우리 학과에서 얼굴을 자랑했던 코난군은 이번에는 고등학생 모델을 맡았다. 둘리양은 초등학생 모델이다.

초등학생 수업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어린이 모델과 대학생 모델들
교실 장면을 위해 강의실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어린이 모델들
컴퓨터실에서 촬영하는 모델들

모델의 연령은 생후 7개월에서부터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까지 대략 열 명 정도 였는데, 아직 어린 아기 모델들이 기분이 좋을 때를 노려서 먼저 촬영을 시작했다. 동료 여교수의 딸인 7개월 어린이는 낯선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무서워서인지 모델 포즈를 취하지 못하고 울었다. 대학생 모델 역시 경험이 부족해서 우는 아기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쩔쩔 매고 있길래 내가 손인형을 들고 아기를 달래주었는데, 그 동안에 사진사가 사진을 다 찍어버렸다. 사진사도, 옆에서 지켜보던 학과장도, 교수가 대학생 앞에서 아기는 이렇게 달래는거야, 하고 시범을 보이는 장면이 학과 홍보에 좋은 사진이 될거라고 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화장과 머리 모양에 조금 더 신경을 쓸 걸 그랬다 ㅎㅎㅎ

아기들이 사진을 찍는 동안 기다리기 지루했던 청소년 모델 🙂

아기와 유치원생들의 촬영이 먼저 끝났고 다음은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의 차례가 되었다. 강의자료실에서 수업 자료를 펼쳐놓고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강의실로 옮겨서 수업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둘리양은 마침 자기반에 오시는 교생 선생님이 이 날 대학생 모델로 참여해서 반가워했다. 반면에, 코난군은 기대했던 캘빈 (동료 교수 데비의 아들)이 오지 못해서 함께 이야기 나누며 놀 친구가 없어 아쉬워했다.

컴퓨터실에서 둘리양
교육용 게임을 하고 있는 장면을 촬영했다.
사진사가 무려 세 명이나 왔다.

대학교 전속 사진사와 홍보실 직원까지 여러 명이 와서 사진을 찍었고, 우리 학과에서는 대학생과 어린이 모델들에게 작은 기념품을 선물했다. 수 백 장의 사진 중에서 어떤 것이 뽑혀서 홍보물에 사용될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이 유일한 유색인종이어서 아마도 학교의 다양성 홍보를 위해 우리 아이들이 찍힌 사진이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홍보물에 뽑히지 않아도 잘 나온 사진은 선물로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오랜만에 엄마 연구실에 온 코난군

이제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할 일이 없어서 작은 연구실로 이사를 했는데 생각지 못하게 아이 둘을 데리고 오니 연구실이 조금 비좁았다. 어차피 오래 머물 계획이 아니어서 괜찮았다. 오전 두 시간 동안 촬영을 마쳤고 20분 정도만 더 기다리면 학교 카페테리아 점심 시간이 시작되니 점심을 사먹고 귀가하기로 했다.

점심 시간이 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

뷔페식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학교 기념품 가게에 가서 셔츠를 한 벌씩 사주었다. 오랜만에 엄마 학교에 와서 이런저런 재미난 경험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날이었다.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점심을 먹는 둘리양
코난군은 햄버거와 감자 튀김 양파 튀김을 먹었다.

2022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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