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의 생일은 다음주 화요일인 11월 22일이지만 오늘 앞당겨서 생일파티를 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려고 했었는데, 할로윈 파티를 하면서 보니 초대할 친구들이 너무 많고, 아이들이 왁자지껄 놀다가 집안 기물을 파손하는 사고도 생기고, 무엇보다도 친구들이 돌아간 후에 어질러진 집 정리를 하는 것이 힘들어서 (네 친구들이 어지르고 간 자리이니 코난군 네가 주도해서 청소해라! 하고 시켰다 ㅎㅎㅎ) 생일 파티는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집에서 10분쯤 거리에 있는 트램폴린 파크에서 오늘 저녁에 파티를 했는데, 먹고 마시고 놀 거리가 모두 제공되니 나는 따로 준비해야 할 것이 전혀 없어서 무척 편했다.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했다면 무슨 음식을 먹일지 정하고,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하고, 설거지며 뒷정리가 일이 많았겠지만, 외부에서 파티를 하니 메뉴는 단촐해도 내 손으로 수고하지 않고 스무명의 손님들을 먹일 수 있었다. 한창 자라면서 잘 먹을 나이인 아이들이라서 혹시 음식이 모자라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는데, 어차피 외부 음식은 반입할 수 없다고 해서 내가 따로 음식 준비를 더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파티 시간을 금요일 아트 레슨이 끝난 후로 정했더니 아이들이 간식이나 저녁을 먹고 와서 그랬는지 아니면 노는 게 좋아서 먹는 일에 소홀해졌는지 핏자와 음료수가 조금씩 남았다.
트램폴린 파크에서 하는 생일 파티는 열 명이 참석하면 200달러 또는 300달러 짜리 팩키지가 있고, 스무명이 참석하는 파티는 500달러를 내야 한다. 그러면 장소와 음식을 제공하고 한 시간 동안 트램폴린에서 뛰어 놀고, 아케이드 게임을 할 수 있는 카드도 모든 아이들에게 하나씩 준다. 나는 열 명이 참석하고 5달러 짜리 아케이드 카드를 받는 200달러 짜리 파티를 해줄까 생각했는데 코난군은 아무리 꼽아봐도 초대할 친구가 열 명은 훨씬 넘어간다며 고민을 했다. 하지만 코난군의 소견으로도 스무명을 불러서 500달러나 지불해야 하는 파티는 너무 비싼 것이었다. 코난군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ㅎㅎㅎ
지난 달에 생일이 있었지만 아직 파티를 할 시간을 잡지 못한 레일라는 코난군의 여친인 매들린과 절친 사이이다. 또한, 코난군의 오랜 절친 소렌은 최근에 레일라와 남친 여친으로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니, 코난군과 레일라의 생일 파티를 공동으로 주최하면 초대할 친구들이 대부분 겹치게 되어, 초대받은 친구들도 스케줄 잡기가 편하고, 레일라네 부모와 우리 부부는 파티 비용을 반씩 나누어 지불하면 되니 절약할 수 있다. 이 대견한 해결책을 코난군이 친구들과 문자로 열심히 의논해서 찾아내었다. 마침 레일라네 부모가 온순하고 수월한 성품이어서 가능하기도 했다. 까다로운 성격이었다면 내 아이 혼자만 생일의 주인공으로 주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동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레일라는 성년이 된 오빠가 두 명이 있고, 두 살 어린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오늘 파티에 동생도 함께 왔는데, 우리집 둘리양도 참석해서 참석자가 원래 인원인 20명을 초과했다. 나중에 보니 레일라의 동생 입장료는 레일라의 부모가 따로 지불을 한 것 같았다. 둘리양의 추가 요금은 나도 따로 지불하려고 했는데 코난군 친구 한 명이 불참해서 그 자리에 둘리양이 들어갔다. 나중에 요금을 정산해보니 세금과 팁을 포함해서 모두 533달러가 나왔는데 내가 신용카드로 먼저 결제하고 영수증을 보여주니 270달러를 현금으로 돌려주었다. 잔돈 몇 달러를 내가 더 받은 셈이다. 고맙다는 인사는 했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 너그럽고 수월한 사람들에게 나도 무언가를 베풀고 싶다.
코난군의 생일 선물로 매들린은 24k 도금 목걸이를 선물했다. 아무리 도금이라지만 그래도 금이 발린 것이니 꽤 많은 돈을 주고 구입했을텐데… 뭘 그렇게까지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파티가 끝난 시각은 밤 아홉시…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소렌의 엄마가 코난군과 다른 남자 아이들 여러 명을 오늘밤 슬립오버에 초대해서 집으로 데리고 갔다. 오늘 많이 뛰어서 피곤할텐데도 아이들은 슬립오버에 신이 났다.
내일 아침에 코난군을 집으로 데려오고나면, 그 다음은 둘리양이 친구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이 파티는 우리집 파티 보다도 조금 더 과해서, 타주에 있는 물놀이 공원이 딸려있는 호텔에 가서 하룻밤을 지내고 올 예정이다. 이제 다 커서 엄마나 아빠 없이도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은 오늘 강의를 마치고 바로 노던버지니아 한인타운으로 가서 김장 재료를 구입해서 지금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추수감사절 방학이 참으로 거하게 시작되었다 🙂
2022년 11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