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평화롭고 여유로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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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침 시간은 정신없이 허둥거리다가 출근하고나면 그제서야 휘유~ 하고 한숨을 돌리는 날이 매일의 일상이었다. 남편과 두 아이들의 출근과 등교 준비를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한국음식 도시락을 싸주어야 했고, 코난군은 미국음식 도시락에다 학교 준비물을 확인하거나 날씨에 맞는 옷차림을 확인한 다음 학교 버스 시간에 맞추어 버스 정거장에 함께 나가야 했다. 둘리양은 그날의 급식 메뉴에 따라 도시락을 먹을지 학교 급식을 먹을지 달라지고, 머리모양, 옷차림, 준비물 등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독립적인 판단과 엄마의 의견이 다를 경우 심기를 거스리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하고 (추운 날씨에 반바지를 입는다든지 하는 경우), 머리 모양이 아무리해도 그녀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한 판 울음을 견뎌야 했다. 물론, 이 모든 과정 중에 나도 화장을 하고 출근준비를 해야 했다. 아침 강의나 회의가 있는 날에는 지각이라도 할까봐 조마조마했다. 둘리양이 평온하게 등교준비를 마쳤다해도 하필이면 학교 버스가 늦게 도착한다든지, 두 아이 중 하나가 몸이 아파서 학교를 갈 수 없다든지 하는 등의 위험 변수가 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나는 얼마나 여유로웠으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남편의 건강검진 결과 혈당이 다소 높은 편으로 나와서 도시락은 채소만 싸주고 있다. 토마토나 오이를 그냥 썰어서 담기만 하면 되니 메뉴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요리도 할 필요가 없다. 코난군과 둘리양은 각기 등교 시간에 맞추어 부엌으로 내려와서 각자 먹고 싶은 아침 메뉴를 찾아서 먹는다. 오늘 아침 코난군은 감자와 베이컨으로 구성된 아침 메뉴 냉동식품을 전자렌지에 직접 데워서 먹었고, 둘리양은 좋아하는 씨리얼에 우유를 직접 부어서 먹고 빈 그릇은 싱크대 안에 놓아두기까지 했다. 내가 직접 아침을 차려주지 않는 것에 대해 변명을 하자면, 그날그날 아이들이 먹고 싶은 아침 메뉴가 달라지고 또 어떤 날은 입맛이 없어서 아침을 먹지 않기 때문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을 구비해 두는 것이 시간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이다. 학교에 가지고 갈 물병은 아이들이 직접 물을 채우고, 입고갈 옷과 신발은 이제 더이상 내가 언급을 하지 않아도 외부 온도를 확인하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깔맞춤을 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관여할 필요가 없다. 또한 두 아이 모두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시간 안에 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점심 도시락이나 준비해 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것도 오늘처럼 두 아이 모두 학교 급식을 먹겠다고 하는 날이면 내가 할 일이 없어져서 나는 그저 남편이 직접 로스팅하고 매일 아침 만들어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아이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에 곁에 있어 주다가 등교 배웅을 해주기만 하면 된다.

코난군은 걸어서 5분 거리에 학교가 있고, 둘리양은 주택 단지 입구에 도착 하는 학교 버스 시간에 맞추어 데려다주면 된다. 우리 동네 버스 정거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아이들 20여명과 그들의 부모가 함께 있기 때문에, 일찍 나오는 날에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기다릴 수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조금 늦게 나오는 날에도 20여명의 아이들이 버스에 타고 그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을 때까지 출발하지 않는 버스를 놓치지 않고 태울 수 있어서 좋다. 또한, 버스에 장착된 GPS가 실시간으로 도착 지점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늘은 버스가 조금 더 일찍 오는지 늦게 오는지를 미리 알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만약에 유난히 버스가 늦게 도착하는 날인데 하필 나는 아침 회의가 있는 날이면, 버스 정거장에 있는 다른 학부모들에게 둘리양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하고 먼저 출근해도 둘리양은 더이상 분리불안을 느끼지 않고, 친구들과 정거장에 남아 있는다. 초등학교 졸업반인 둘리양이 버스를 잘 타는지를 살펴봐 달라고 부탁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래도 이웃 주민들이 보기에 아이만 남겨두고 출근하는 매정한 엄마로 보일까봐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학교 버스 운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앱은 등록된 학생의 부모만 볼 수 있다. 테러나 납치 등 안전 문제를 고려해서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최근에 우리 전공은 대부분의 강의를 저녁 시간으로 옮겼다.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편입생들이 낮시간에는 각자 일을 하고 저녁 시간에 강의를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교생실습 참관이나 회의가 있는 날 말고는 아침 일찍 꼭 출근해야 할 필요가 없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남편이 가장 먼저 출근하고, 현관 문 바깥까지 코난군을 배웅하고 (그만큼만 함께 걸어나가도 등교길의 20퍼센트는 같이 걸어가는 셈이다 ㅎㅎㅎ), 둘리양을 학교 버스에 태워보낸 다음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월요일 아침이어서 업무 관련 이메일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지만, 대부분 이메일 답장으로 처리 가능한 일이어서 이메일을 확인해가면서 운동을 하고 샤워를 마친 후 머리 손질과 화장을 느긋하게 하고 아점을 챙겨 먹은 후 12시까지 출근을 하면 된다. 오늘은 오후부터 늦은 저녁까지 강의가 연달아 있어서 귀가는 저녁 8시 이후에나 할 수 있다. 아이들은 하교후 테니스 클리닉이 있어서 남편이 퇴근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테니스 코트에 데려다주고, 클리닉을 마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를 사와서 저녁을 먹이는 것이 월요일 저녁의 일과이다. 가끔은 내가 출근 전에 저녁에 먹을 음식을 요리해 놓기도 한다.

주말 저녁 간단하게 만든 미니 마우스 머리띠

평화로운 삶이 새삼 감사한 것은, 이전에 힘들었던 시절을 다 거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굳이 크루즈 여행을 가지 않아도 힐링이 따로 필요없을 만큼 삶이 여유롭다. 그렇지만 가족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50여일 후에 우리는 네 번쨰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 🙂

2023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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