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3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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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념일이나 공휴일은 보통 몇 월의 몇 번째 무슨 요일 하는 식으로 정하는데, 예외로 날짜를 확정해서 지키는 날이 7월 4일 독립기념일과 12월 25일 크리스마스이다. 올해의 독립기념일은 화요일이어서 월요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주말부터 5일이나 쉴 수 있는 긴 휴일이다. 코로나19 비상사태도 끝났고 (아직 코로나19 판데믹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2023년 5월 11일에 미국 대통령이 비상사태는 해제한다는 발표를 했다), 아이들은 방학중이니, 수많은 사람들이 휴가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그런데 티비 뉴스를 보니 항공 스케줄 취소와 지연이 심각해서 그 많은 사람들이 공항에서 발이 묶이고 노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은 휴가 여행을 진작에 다녀왔으니, 이렇게 붐비는 때에는 집에서 조용히 쉬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

여름 학기 강의와 아이들 수학 공부 시키기, 주말마다 코난군 테니스 대회 뒷바라지 등으로 바쁜 남편이 7월 4일은 강의가 없어서 집에서 쉬게 되었다. 남편이 집에 있으니, 이 날은 내가 출근을 해서 일을 하기로 했다. 나도 지금 현재 온라인 여름 학기 강의를 하고 있는데, 남편처럼 매일 통근해서 강의를 할 필요는 없지만, 매주 강의자료와 과제를 온라인으로 올려두어야 하는데 이전에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던 과목이어서 강의 준비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집에서 그 일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고 늘어지기 쉬워서 조용한 학교 연구실에 가서 집중해서 일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집에서 했더라면 하루 이상 걸릴 분량의 일을 아무도 없는 조용한 연구실에서 6시간 만에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코난군은 친구들과 놀기 위해 집을 나가고 없었다. 남편이 햄버거를 구워서 아이들 점심을 먹였는데 그 설거지를 하고 쉬고 있으려니, 둘리양이 자기도 불꽃놀이 구경을 가고 싶다고 했다. 조금 피곤하기도 하고, 사람들 많은 곳에 가서 주차 자리를 찾아다닐 생각을 하니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만,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남편에게 부탁을 할 수도 없고, 친구들과 놀고 있는 코난군을 집으로 데리러 오기도 해야 해서, 둘리양와 함께 집을 나섰다.

낮 최고 기온은 화씨 85도까지 올라가는 더운 날씨였지만 저녁 8시쯤 되니 선선해져서 많이 덥지 않았다. 은박 돗자리 하나만 챙기니 외출 준비도 끝났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불꽃놀이 구경을 가려면 유모차, 기저귀, 물티슈, 물과 간식 등등을 바리바리 챙겨야 했지만, 이제 그런 시절은 끝났다! 둘리양은 자기 용돈으로 먹고 싶은 간식을 사먹고, 친구에게 연락해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참고로, 지난 달부터 둘리양은 자기 전화 번호를 갖게 되었다.

팝콘 트럭과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체조학원에서 처음 만났고 테니스 클리닉에서 다시 만나 친구가 된 씨에나와 연락을 해서 불꽃놀이를 함께 보자고 작당을 했다는 것은, 씨에나 엄마와 만나서 알게 되었다. 씨에나의 엄마도 불꽃놀이 구경에 관심이 없어서 나올 계획이 전혀 없었는데 아이가 졸라서 나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팝콘을 사먹고 잔디밭에서 뛰어 노는 동안 씨에나 엄마와 나는 돗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분쯤 지나니 해가 지고 어두워져서 마침내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다.

불꽃놀이를 촬영하고 있는 둘리양
동네 공원에서 펼쳐진 불꽃놀이
20분 정도 되는 불꽃놀이 중에 30초를 비디오로 녹화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얼마 안되어서 코난군과 친구들 무리가 우리 돗자리 부근으로 왔다. 이렇게 만나기 편하도록 일부러 팝콘 트럭 근처로 자리를 잡았던 것이다. 씨에나에게 연락할 때도, 코난군에게 만날 장소를 정할 때도, “팝콘 트럭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았으니 그리로 와” 하고 말해주니 드넓은 공원에서 우리를 찾기가 쉬웠을 것이다.

언제나 무리지어 함께 노는 코난군과 친구들
숨은그림찾기: 아이스크림 트럭에 줄 서 있는 둘리양
자기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둘리양

저멀리 주차해둔 차로 걸어가는 것은 선선한 밤공기를 누리는 즐거운 산책이었고, 혹시라도 어두운 길에서 아이가 넘어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고, 물과 간식을 챙겨오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먹고 싶은 것을 사먹을 수 있으니 (심지어 내가 한입씩 얻어먹기도 했다),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구경이 생각했던 것만큼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2023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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