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리 업데이트 2025년 2월 6일
사고가 난지 3주만에 견적을 받았는데 수리비는 어차피 내가 부담할 것이 아니라서 상관없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나왔다 (3천 달러). 그런데 수리를 받으려면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수리일이 3월 4일로 잡혔다. 그 때 까지 트렁크 사용도 못하고 덜렁거리는 뒷범퍼를 달고 다니기가 싫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만약에 우리 아이들이 테니스가 아니라 골프를 배운다면? 클라리넷이나 바이올린이 아니라 첼로나 더블베이스를 연주했다면? 아이들이 어려서 유모차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렇다면 보험에서 지금부터 렌트카를 사용하도록 비용을 지불했을까? 이 모든 조건이 피해갔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먹거리 장을 보러가서 우유나 고기 같은 식품을 사올 때 트렁크에 아이스박스를 놓고 사용하지 못하고 뒷좌석에 담아 와야 하는 것이 불편한데 이러고 한 달을 더 살아야 하다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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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었던 1월 18일, 둘리양은 또다시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섰다. 아니, 내가 데리고 나가서 학교 버스를 태워보냈다. 아침 7시까지 블래스버그 중학교에 집합해서 학교 버스를 타고 로아녹에 있는 중학교로 가서 올 디스트릭트 밴드 오디션을 보기 때문이었다. 올 디스트릭트 밴드 All District Band 란, 인근 여러 개의 학군내의 밴드 학생들이 모여서 오디션을 받아 선발되는 밴드이다.

클라리넷 부문에 참가한 아이들만 67명이고 24개 학교에서 왔다. 학교를 대표해서 오디션에 참가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각자 자기 학교에서는 우수한 실력자이다. 중학교 1학년은 자격이 안되고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이 참가하는데 1년을 더 밴드 수업을 받은 3학년이 압도적으로 선발되지만, 둘리양은 3학년과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는 실력이라 2학년의 나이로 여섯번째 자리를 차지했다. 밴드에서 잘 하는 순서대로 자리를 주다보니 체어 라는 말로 순위를 표시하는데, 둘리양은 6번 체어가 되었다.

67명의 클라리넷 연주자 중에서 가장 잘한 24명은 심포닉 밴드에 들어가고, 그 다음 20명은 콘서트 밴드,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혹시 궐석이 생기면 대체할 수 있는 예비후보가 된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지역내의 중학교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아이들 중에서 3학년을 제치고 2학년인 둘리양이 전체 6등을 했다는 말이다. 따로 레슨을 받는 것도 아니고 학교 밴드 수업으로만 배운 악기를 열심히 연습해서 그만큼의 성과를 냈으니 참으로 대견하다. 이런 실력이라면 3학년이 되면 퍼스트 체어가 되고도 남을 것 같다.

얼마 전에는 피아노 발표회도 있었는데 그 비디오는 다음에 시간이 날 때 편집해서 여기에 올리려고 한다. 혼자서 열심히 연습해서 한 곡 한 곡 도장깨기 하듯 마스터 해나가는 악기 연습이 둘리양의 성향에 아주 잘 맞는 일인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약 2주일 전, 개강하기 직전 일주일 동안 매일 출근해서 새학기 강의 준비를 했다. 어느날 퇴근을 하는데 조금 더 늦게 또는 일찍 나섰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벌어졌다.

신호 대기를 하느라 정차하고 있는데 뒤에서 난데없이 차가 와서 내 차를 들이 받는 사고가 있었다. 오후 5시 즈음이라 퇴근하는 차가 많아서 다소 도로가 복잡하기는 했지만 그것 보다도, 운전해서 나아가는 방향에서 석양이 너무 밝게 비추어서 선글래시스를 착용하고도 신호등 불빛이나 선행하는 차량을 보기가 힘들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30분 정도만 더 일찍 혹은 늦게 연구실을 나섰더라면 햇빛의 위치가 달라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차를 들이받은 차는 픽업 트럭이었는데 운전자가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차에 집수리를 하는데에 쓰는 연장을 잔뜩 싣고 다녔다. 다른 차를 견인할 수 있는 고리도 달려 있었는데, 그 고리가 내 뒷범퍼에 구멍을 아주 제대로 뚫어 놓고, 그 차의 번호판은 마치 도장을 찍듯 내 하얀 범퍼에 인쇄가 되었다.

정차한 차를 뒤에서 받은 것이니 전적으로 상대방 과실이고, 또 교회 봉사를 열심히 한다는 중년 (사실은 내 눈에는 노년으로 보였으나 나중에 알고보니 남편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은 중년남이었다 ㅎㅎㅎ) 아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잘못이라며 내게 사과를 했고, 경찰이 즉각 출동해서 사고 리포트도 제대로 써주어서 내가 기분나쁠 일은 생기지 않았다.
차가 부딪힐 때 충격이 꽤 커서 뒷목이 뻐근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래서 상대 운전자가 기분나쁘게 나오면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아저씨 다니는 교회에 헌금 또는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낸 셈 치고 과도한 청구는 하지 않기로 했다.

뒷범퍼는 완전히 갈아야 하고, 차체가 충격으로 밀리는 바람에 트렁크가 닫히지 않아서 밀린 차체를 다시 뽑아내는 복잡한 수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문제는 겨울에 차사고가 많이 나서, 수리는 커녕 견적을 받으려는데에만 3주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트렁크 사용을 못하고 뒷범퍼가 덜렁거리지만 다행이 운행에 다른 문제는 없어서 견적을 기다리며 이 차를 운전해서 매일 통근을 하고 있다. 덕분에 동료들이 모두 내 차 사고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다음 주에 견적을 받고 수리를 맡기면 그 때는 렌트카를 빌려서 다녀야 할 것 같다. 과실이 있는 상대방 보험에서 수리비용과 렌트카 비용을 지급하니 다행이다.

도로를 건설할 때 햇빛의 방향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대기 오염이 없어서 햇빛이 아주 강렬한데 그게 운전자에게 바로 비치니 신호등 불빛을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오늘도 구름 한 점 없이 아주 맑은 날씨인데 퇴근을 조금 기다렸다가 해가 조금 더 기운 다음에 길을 나서야겠다.
2025년 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