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 삼식이와 삼순이 밥 먹이기

봄방학 삼식이와 삼순이 밥 먹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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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이들의 봄방학이 어른들의 봄방학과 달랐고 심지어 남편과 나의 봄방학도 일주일 차이로 달랐는데, 올해에는 우리 모두의 봄방학이 같은 기간이 되어서 이번 주 내내 온가족이 집에서 지내고 있다. 코난군이 소원하던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는 놀이 공원에 가볼까 하고 알아보았지만 아직 너무 이른 계절이라 그런지 아예 개장을 안했거나, 주말에만 개장을 하는 곳이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내 차 수리가 목요일이나 금요일쯤에 되는데, 수리 직후에 바로 차를 찾아가지 않으면 보관료를 더 물게 된다고 해서 집을 떠나는 장거리 여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둘리양은 육상부 연습과 피아노 레슨이 있고, 코난군은 시험 공부와 테니스 레슨 오케스트라 연습 등이 있기도 하다.
온가족이 집에 머물고 있으니 하루 세 끼를 다 집에서 먹게 된다. 아침 식사는 각자 냉장고를 뒤져서 간단하게 찾아 먹고, 점심과 저녁은 내가 차리고 있다.

오늘 점심은 뷔페식으로 차렸다.
우리 가족은 많지도 않은 네 식구가 각자 좋아하는 음식 종류가 다 달라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밥상을 차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오늘 점심은 뷔페로 차려서 각자 입맛에 맞는 것으로 먹고 싶은 만큼 직접 떠서 먹게 준비해놓고 혼자서 잠시 기뻐했다. 아주 잠시…

전날 먹고 남은 잡채
크림치즈를 채운 할라피뇨
베이컨으로 감싼 닭고기
포테이토 스킨
잡곡밥

어제 둘리양과 함께 그로서리 쇼핑을 가서 같이 골랐던, 오븐에 익히기만 하면 되는 즉석 식품 몇 가지를 전날 먹고 남은 잡채와 잡곡밥과 함께 준비했는데, 둘리양이 구입에 동의했기 때문에 잘 먹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늘 둘리양의 입맛은 그게 아니었다. 디저트까지 준비해둔 뷔페 사진을 찍어서 가족들에게 문자로 보내고 밥을 먹으러 오라고 불렀는데, 코난군과 남편은 맛있게 잘 먹었지만, 둘리양은 한참 후에 내려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통역하자면, 자기 입맛에 맞는 다른 음식을 차려달라는 말이다.
남편이 포테이토 스킨이 정말 맛있었다며 한 번 맛을 보라고 입에 떠넣어주려 했지만 둘리양은 입을 앙다물고 아무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내 짐작으로 냉동 프렌치프라이와 치킨너겟을 데워서 차려주니 아무말없이 먹었다. 이번에는 내 점괘가 맞았다 ㅎㅎㅎ
아이의 버르장머리를 너무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13년간 체득한 바, 이것이 둘리양을 키우는 최선의 방법이다.

둘리양이 직접 만든 젤로와 브라우니는 뷔페의 디저트 메뉴이다

내일 점심과 저녁 메뉴,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다음날… 일주일간의 봄방학이 갑자기 길게 느껴진다 ㅎㅎㅎ

2025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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