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가족 여행 부쉬 가든 놀이공원

미국 아이들의 여름 방학은 긴 편이지만 벌써 개학이 3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난군은 독일어 학교에서 3주일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둘리양은 일주일에 한 번 아트 레슨을 받는 것과 일주일 동안의 테니스 캠프 말고는 즐거운 이벤트가 없었다. 동네 친구 매디도 일이 있어서 둘리양과 거의 놀지 못했고, 아빠는 집과 차를 고치고 돌보느라, 엄마는 여름 학기 강의 때문에 잘 놀아주지도 못한 것이 미안해서 급작스럽게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놀이 공원인 부쉬 가든은 플로리다에도 있고, 우리가 사는 버지니아 주에도 있다. 디즈니월드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이지만, 롤러코스터만 열 개도 넘는 종류가 있고 다른 놀이기구와 물놀이 공원, 식당과 공연장을 갖추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청소년인 우리 아이들이 즐기기에는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가 많아서 오히려 더 좋았다. 디즈니 월드는 매직킹덤, 애니멀 킹덤, 앱콧센터 등으로 테마별 공원이 나뉘어 있어서 롤러코스터는 한 공원 당 대여섯 개 정도인데 반해, 부쉬가든에서는 한 공원 내에 롤러코스터 여러 개가 가까이 있어서이다.

아이들이 다 커서 자기들 끼리 지도를 보며 다음 놀이기구를 고르고 찾아갈 수 있었다. 물욕이 많았던 코난군은 더이상 놀이 공원에서 파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게 되었고, 엄마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던 둘리양은 이제 오빠와 둘이서 새로운 놀이기구를 스스럼 없이 타러 다녔다.
나역시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해서, 남편에게 가방을 맡기고 아이들과 함께 롤러코스터를 탔다. 첫 날은 아이들과 함께 아홉 개의 롤러코스터를 탔고, 다음 날은 피곤해서 아이들만 타게 했다. 남편은 놀이기구 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가 타는 동안 전화기나 소지품을 맡아 주었기 때문에 짐을 락커에 맡기지 않아도 되어서 편리했다.

놀이기구 타는 장면과 공연 장면

한여름의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나무를 많이 심어두고 곳곳에 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다. 그늘에만 가면 시원한 바람이 불기도 해서 중간중간 물을 마시며 휴식을 하니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힘들지 않았다. 식사와 공연을 위한 장소는 에어컨이 나와서 거기서 식사를 하며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놀이공원 입장권은 인터넷으로 미리 구입했는데, 하루 종일 공원 내 식당에서 무제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사권도 같이 구입해서 아침에 개장하자마자 들어가서 저녁에 지칠 때 까지 공원 밖으로 나오지 않고 놀 수 있었다. 90분 마다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어떤 메뉴이든 먹을 수 있는 식사권은 한 끼만 먹어도 본전 이상 되는 값어치여서 더욱 좋았다. 다만,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은 이 식사권에 포함되지 않아서, 아이들이 먹고 싶다던 아이스크림은 따로 돈을 내고 사주었다. 후덜덜하게 비쌌지만, 오랜만의 오붓한 가족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 그 정도의 지출은 감수했다.

2박3일 여행을 하루 전에 급작스럽게 계획했지만 아이들은 각자 자기 짐을 잘 챙겼고, 네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가면서도 지루해 하거나 주유소에서 캔디를 사달라고 떼쓰지도 않았다. 놀이공원에서 꼬맹이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을 볼 때 마다, 그런 시절을 다 거쳐서 이제 이렇게 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지금의 시간을 감사히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