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씨리즈? 미국 대입 지원 과정 1: 입학 전형의 종류

아마도 씨리즈? 미국 대입 지원 과정 1: 입학 전형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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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학부 입시를 경험해보지 못한 나와 남편의 첫 아이가 미국에서 나고 자라 이제 대학 입학을 준비하게 되었다. 입학 심사 과정이 너무도 방대하고 학교마다 천차만별이라 부족한 필력으로 얼마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럴수록 기록해두어야 다음에 다시 찾아볼 수 있고 독자들이 미국 대학 입학에 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 대학 (대학원이 아닌 학부만을 다루기로 함) 입학 전형의 종류를 가장 먼저 소개하려한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전형이 다양해져서 수시 정시의 두 가지로 나뉘고 수시는 그 안에서 다시 무슨무슨 전형이라는 이름으로 학교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생을 선발한다고 들었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입학할 때와는 사뭇 달라서, 어쩌면 나는 한국과 미국 두 나라 모두의 대학 입학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코난군을 도우면서 미국의 입학 과정에 대해 새로이 배우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미국 고등학교 12학년이 되면 어느 대학교에 지원할 지를 빨리 선택해야 한다. 레귤러 라고 부르는 정시 지원은 1-2월에 시작하지만, 그 전에 얼리 라고 부르는 전형의 지원은 9-10월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8-9월에 12학년이 되자마자 대학을 골라야 하니, 가능하면 12학년이 되기 전에 미리부터 대략적으로 가고 싶은 학교, 갈 수 있는 학교들의 목록을 만들어 두는 것을 권한다.

얼리와 레귤러, 어떤 이들은 한국의 수시 정시와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사실은 무척 많이 다르다. 레귤러 디씨젼, 줄여서 레귤러라고 하는 전형은 비교적 설명이 쉽다. 가장 일반적이고 다수의 학생들이 지원하는 전형이다. 보통 1-2월에 지원을 하고 3-4월에 합격 불합격 여부를 알게 된다. 원서비만 내면 열군데든 백군데든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고, 그 중에 한 학교를 최종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원서비는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70-90달러 정도 한다. 그 밖에도 롤링 어드미션이라고 해서 지원과 합격 발표 기간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지원서가 들어오는대로 심사를 해서 바로바로 결과를 알려주는 제도를 실시하는 학교도 드물게 있다.

골치아프지 않게 레귤러 전형으로 지원하면 되지, 뭐가 문제야? 하겠지만 얼리 디씨젼이나 얼리 액션, 즉 얼리 전형으로 지원을 하는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장학금이나 운동선수 선발 등의 이유로 얼리 전형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코난군이 얼리 전형을 목표로 삼은 것은, 지원과 합격 발표가 올해 12월 안에 다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년 봄학기는 입시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테니스 시즌을 즐길 수도 있고, 운전 연습을 하고 면허를 딸 수도 있다. 또한, 12학년의 내신 성적은 대입에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학업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어진다. 만약에 레귤러로 지원을 하게 되면 12학년 1학기의 성적이 내신에 포함되기 때문에 AP 여섯 과목을 수강하느라 공부의 양이 많은데다 현재까지 만들어온 최상위 내신을 망치면 안된다는 중압감까지 더해서 힘들어진다.
마지막으로 많은 학생들이 얼리 전형을 선택하는 이유는 합격율이 레귤러 전형보다 높기 때문이다. 심사 대상이 적고, 상대적으로 미리부터 대입 준비를 해온 부지런하고 우수한 학생들이 얼리로 지원을 하기 때문에 합격율이 높은 것인데, 이건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논란이 있다. 우수한 아이들이 많이 지원해서 합격율이 높은 것인지, 합격율이 높으니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리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얼리 전형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다. 얼리 디씨전, 얼리 액션, 리스트릭티브 얼리 액션, 싱글 초이스 얼리 액션 등이 대표적이다.
얼리 디씨젼은 단 한 곳만 선택해서 지원할 수 있다. 얼리 디씨젼이 아닌 얼리 액션이나 레귤러 지원은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지만, 얼리 디씨젼으로 지원한 학교에 합격하게 되면 절대로 다른 학교에 입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환불불가 상품 구매와 비슷하다. 다른 상품을 더 구입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이 상품은 절대 반품 환불이 안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선택하는 것이다. 대학측 입장에서는, 레귤러로 수 십장씩 원서를 내고 십 수개 학교에 합격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인데 결국은 모든 합격을 취소하고 단 하나의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니, 최소한의 입학 인원을 확보하고자 하는 대책을 찾게 된다. 지원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나는 합격만 시켜주시면 다른 학교 안가고 이 학교에 입학해서 다니겠습니다’ 하는 충성 맹세를 하는 것으로 높은 합격율을 노리게 된다. 이 두 가지가 만나는 곳이 얼리 디씨젼 지원이다. 내가 생각하는 현명한 자세는, 합격만 시켜주면 무조건 가겠다고 할 만큼 입학을 간절히 원하는, 그렇지만 내 실력에 조금은 부치는, 그런 학교를 선택해서 얼리 디씨젼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얼리 액션은 여러 학교에 지원이 가능하고, 합격하더라도 취소하고 다른 학교에 갈 수 있는 전형이다. 다만 지원 마감일이 레귤러보다 빠르고 결과도 더 빨리 나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얼리 전형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레귤러 전형으로 다시 지원을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런데 얼리 액션 중에는 리스트릭티브 또는 싱글 초이스 얼리 액션이라는 것이 있어서 잘 구분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는데, 합격하더라도 취소할 수는 있지만, 다른 학교와 동시에 얼리 지원은 할 수 없다. 즉, 약자로 REA/SCEA 라고 부르는 이 전형은 오직 한 군데만 지원할 수 있고 다른 학교의 얼리 지원은 할 수가 없다. 대신에 레귤러로 다른 여러 학교에 지원해보고 더 마음에 드는 학교가 있으면 이 전형으로 지원한 학교의 합격을 취소하고 다른 학교에 입학이 가능하다.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프린스턴 등의 초일류대학교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인데, 학교 이름을 보면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비 리그 학교나 초일류 대학교에 지원할 때 전부 다 얼리로 지원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얼리 중에는 하버드만 (또는 예일, 스탠포드 등) 지원하고, 다른 탑 대학은 레귤러에서 승부를 가리고, 최종 선택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뭐 방대하고 복잡하다더니 세 가지 밖에 안되네? 할 수 있겠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각 대학마다 입시요강에서 밝히는 세부 사항이 있는데, 어떤 곳은 싱글 쵸이스 얼리 액션이긴 하지만, 그건 사립대에만 해당하고, 주립대는 얼리 액션을 더 지원해도 된다는 곳이 있기도 하고, 또 어떤 곳은 장학금을 신청하려면 반드시 얼리 전형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학교가 합격 가능성이 더 높은지, 학비와 기숙사비가 얼마나 드는지, 어떤 장학금이 얼마의 돈을 주는지 등을 다 고려해서 얼리와 레귤러 지원을 정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각 학교 입시 정보를 모두 모아서 이런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이 표는 탑 대학교만 나열하고 있는데도 한 화면에서 볼 수 없을 만큼 커서 내가 임의로 잘라내고 이어 붙인 것이다.

각 학교별 동시에 지원 가능/불가능한 학교 목록

아직도 더 남아있다 ㅎㅎㅎ 학교 홈페이지에도 나와있지 않은 알음알음으로만 알려진 전형 방식이 더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사는 동네에 소재한 버지니아 공대는 레귤러도 얼리도 아닌, 초얼리 전형 (온싸이트 전형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웃한 동네 (블벅고, 클벅고, 오번고, 이몽고, 로녹고, 퓰라고, 등등) 학생들에게 9월 중순까지 지원서를 먼저 받는다. 선배들의 경험으로, 이 전형에서는 어지간한 자격만 되면 대부분 합격증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전형은 얼리 디씨젼이나 싱글초이스 얼리 액션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얼리 디씨젼으로 합격한 학교에 안가고 버지니아 공대를 갈 수 있다고 한다.

만약에 얼리 디씨젼이나 얼리 액션에서 합격을 하지 못했다면, 두 가지의 경우가 생긴다. 하나는 자격이 심하게 부족해서 완전한 불합격이 되는 것인데, 그 날로 그 학교는 깨끗이 잊어버리고 레귤러 전형에서 다른 학교에 지원하면 된다. 나머지 하나의 경우는 얼리 전형으로는 합격이 안되었지만, 원한다면 레귤러 전형으로 옮겨서 다시 한 번 지원해볼 수 있다는 결과를 받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확답을 반드시 주어야 레귤러 전형 지원이 이루어진다.
또한, 얼리에서는 합격이 안되었지만, ‘나 알고 보면 이렇게 우수한 학생이야’ 하는 추가 증빙 자료를 보내거나, ‘난 이 학교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하는 편지를 잘 써서 보내는 것이 합격 가능성을 높인다고 한다. 얼리에서 포함되지 않았던 12학년 1학기 성적을 잘 받아서 추가 제출하는 것도 얼리에서 레귤러로 넘어간 입학 지원에 필요한 일이다.

2025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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