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고3이던 1989년, 이맘때보다 조금 더 늦은 가을에 나는 대학 입학 원서를 접수하기 위해서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 버스를 탔었다. 우편이나 인편으로 접수할 수도 있었지만, 만에 하나 원서가 분실된다든지 제 시간에 배달되지 않으면 큰 낭패이니 내 손으로 원서가 들어있는 봉투를 들고 서울로 간 것이다.
인터넷과 온라인 서비스가 발달한 요즘은 한국에서도 아마 대학 지원 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할 것이 틀림없다. 땅 넓고 변화가 더딘 미국에서조차 그러하니 말이다. 커몬 앱 (Common App) 이라는 것은 Common Application의 줄임말로, 일종의 대입 지원 포털 싸이트이다. 점점 많은 대학교들이 가입하게 되어 미국 내의 1,000여 개의 대학이 입학 지원서를 이 싸이트에서 받고 있다. 참고로, 미국에는 약 4천 개의 대학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400여 개라고 하니, 한국의 열 배 정도이다.
미국 고등학교 12학년이 되면 곧바로 커몬 앱 싸이트 계정을 만들고 입학 지원을 시작할 수 있다. 커몬 앱 계정을 만드는 데에 가입비 같은 것은 내지 않는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정하고 대학 지원을 하는 것은 학생이지만, 아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나는 코난군에게 아이디와 비번을 나와 공유하도록 했다.

마이 컬리지 메뉴에 가면 천 여 개의 대학 목록이 나오는데 그 중에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교를 골라서 등록해놓을 수 있다. 해보지는 않았으나 숫자 제한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지원 최종 단계에서 원서비를 내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없이 원하는 학교를 마이 컬리지 페이지에 등록해둘 수 있다. 이렇게 등록해두면 각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 지원 양식이나 제출 마감일 등을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예를 들면 어떤 학교는 커몬 앱에 올려둔 에세이 말고도 학교에서 정해주는 주제로 추가 에세이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 주제가 무엇인지도 나와 있어서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마이 어플리케이션 페이지가 본격적인 “원서” 를 쓰는 곳인데, 생각보다 입력해야 할 정보가 무척 많다. 프로파일 카테고리 안에는 이름, 주소, 연락처, 출생지와 국적 등의 개인 정보를 입력한다. 가족 카테고리에는 부모의 결혼 상태, 직업, 직장, 직위, 출신 학교, 최종 학력 등의 무척 자세한 정보를 입력하게 한다. 형제의 정보는 미성년자이어서 그런지 이름과 나이 성별 정도만 기재했다.
교육 카테고리에는 현재 수강하는 과목의 이름이나 수준, 내신 성적, 같은 것을 적기도 하고, 가장 입력할 것이 많은 아너스 항목이 있다. “학교 수업 이외에 뭐 자랑할 것 있으면 다 써봐” 하는 지시문이 있는데, 9학년 즉 고등학교 입학 후의 기록만을 쓰라고 한다.
여기에 한동후니 딸은 무슨 봉사를 몇 만 시간 동안 했다고 쓰고, 나경워니 아들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대학에서 대단한 연구를 해서 과학 경진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등의 내용을 썼을게다. 그런데 받은 상장을 스캔해서 올리라든지, 봉사활동 증명서나 누군가의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하지 않기 때문에, 나쁜 마음을 먹고 거짓말로 화려한 자랑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거짓말로 입학 허가를 받았다가 나중에 밝혀지면 입학이 취소되고, 실제 그런 사례가 코난군 학교 선배 중에도 있었다. 다만 한동후니와 나경워니의 자녀들은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때 봉사 증명서나 과학 대회 상장을 실제로 받았기 때문에, 실제로 했느냐 아니냐를 확인하기는 어렵고, 공식적인 문서가 있으니 그 화려한 경력을 인정해준 것 같다. 즉, 치밀하고 꼼꼼하게 거짓말을 해서 경력을 부풀리면 들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하지만 우리집 코난군은 어차피 등록금 비싸고 집에서 멀리 떨어진 아이비 리그 대학교에 지원하지 않을 것이니, 굳이 그런 경력을 뻥튀기할 이유가 없다. 또한, 실제로 노력해서 쌓아온 스펙만으로도 기록할 것이 충분하기도 했다. 더 아랫쪽의 액티비티 항목에서도 소위 “스펙” 을 입력하게 된다. 코난군은 청소년 오케스트라 활동과 테니스 대회와 교내 팀 캡틴을 꾸준히 해왔고, 지난 여름 주지사 외국어 학교에 선발된 것, 교내 봉사 클럽 회장 경력 등을 채워넣었다. 미국의 고등학생 아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는 활동을 할 기회와 시간이 많기 때문에, 누구라도 최소한 한 두 가지 이상 써넣을 스펙은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코난군은 SAT나 ACT 시험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학교에만 지원을 하게 되어서 시험 점수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외국인 학생이라면 아마도 토플 점수 같은 것을 여기에 제출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세이를 650단어 이하의 분량으로 써서 업로드하면 커몬 앱의 지원 요구사항은 모두 충족시킨다.
온싸이트 전형으로 지난 9월 말에 이미 버지니아 공대 지원을 마쳤는데, 그 덕분에 커몬 앱의 많은 부분을 미리 입력해 둘 수 있었다. 지금 현재 주말에는 버지니아 대학교 얼리 전형 지원을 하고 있는데, 다른 항목들은 이미 입력해둔 정보 그대로 제출하면 되고, 에세이만 추가하면 된다. 버지니아 공대는 자체적으로 정한 주제와 방식의 에세이를 쓰라고 해서 9월에 써냈고, 버지니아 대학은 커몬 앱에 제출하는 공통 에세이만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이번에 쓴 에세이로 다른 학교에 지원할 때 재사용할 수 있다.
에세이 쓰기에 관해서는 따로 쓰려고 한다.
2025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