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벅중 인터내셔널 나잇 행사

블벅중 인터내셔널 나잇 행사

Loading

둘리양이 다니는 블벅중학교에서 인터내셔널 나잇 행사가 있다며 참가 신청을 하라는 이메일이 온 것은 거의 두 달 전이었다. 둘리양이 6학년이었을 때는 나혼자 조용히 참가해서 한글로 이름을 써주었고, 7학년이던 작년에는 수업과 겹쳐서 전혀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월례 이사회를 한 번 빠지기로 하고 참가를 결심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라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힛트를 했는데 한국인 가족이 이런 행사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넘어가면, 미국인들이 오히려 더 서운해 할 것 같아서이다.
혼문 이라는 경계를 지키는 사명을 이어받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 라는 걸 그룹과, 악마 세계의 대장인 귀마가 보낸 사자보이즈가 춤과 노래로 대결을 하는 내용의 이야기인데, 케데헌과 사자보이즈 모두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으로 한국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걸그룹 리더인 루미가 한국 음식을 와구와구 먹는 장면 중에서도 김밥을 썰지 않고 통째 삼키는 모습이 재미있다며 따라하는 챌린지가 틱톡에서 유행한다고 한다.
이번 인터네셔널 나잇 행사에서 꼬마 김밥을 만들어서 영화속 캐릭터처럼 통째 먹는 모습을 셀카로 찍을 수 있게 하자는 의논을 다른 한국인 부모와 나누었다.

김밥을 통째 먹는 장면을 재현하는 놀이

코난군의 친구 중에 이안이라는 아이가 있는데 그 동생 주안이가 블벅중 1학년이고, 그 부모들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여서 가장 먼저 이 행사 준비 의논을 시작했다. 케데헌 김밥 장면 재현 놀이가 재미있겠다며 함께 행사 준비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 백 명이 먹을 만큼의 분량을 준비하려니 두 가족의 힘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두 가족이 더 합세해서 행사날 아침 우리 집에 모여서 꼬마김밥을 대대적으로 만들었다.

한국인 네 가족이 뭉친 팀 코리아

아침에 만들어 저녁에 먹게 되니 수분이 많은 시금치 같은 재료는 빼고, 미국인들에게 낯선 재료인 단무지는 아주 가느다랗게 썰고, 그렇게 각자 속재료를 준비해와서 함께 말았다. 김밥용 김을 절반으로 잘라서 말아야 하는 작업이 까다로웠다.

반 자른 김으로 말아서 만드는 꼬마김밥
팀 코리아의 리더라 할 수 있는 코난군 친구 아빠

무척 꼼꼼한 성격의 주안이 아빠가 미리 여러가지 크기의 김밥을 만들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썰어보고 맛을 보고 해서 최종적으로 정한 것이 김 반 장으로 싼 김밥을 삼등분으로 자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니 케데헌 영화 장면처럼 한 입에 쏙 넣는 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꼬마김밥을 삼등분으로 썰면 보통 크기 김밥의 미니어처로 보이는 비율이 된다
360개 정도 되는 꼬마김밥

여러 가족이 참여하니 다른 활동도 더 할 수 있게 되어서 제기차기와 딱지치기를 하게 하고 상으로 한국 과자나 케데헌 영화 스티커를 상으로 주기로 했다. 요즘 과자값이 비싸져서 무한정 퍼줄 수가 없으니 돌림판을 돌려서 당첨된 품목으로 상을 주기로 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돌림판 만들기 앱에다 케데헌 그림과 과자 그림을 넣고 한가운데는 영화에 나오는 호랑이 얼굴을 넣었다.
온라인 돌림판이어서 터치스크린을 톡 하고 치면 빙글빙글 돌아가다가 멈추는 칸에 나오는 상을 받는 것인데, 아이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았다. 초코파이가 당첨될 때까지 계속해서 돌리는 아이도 있었고 작은 종이컵에 담은 새우깡이나 강냉이를 처음 먹어보지만 정말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준비는 간단했지만 인기가 많았던 뽑기 돌림판

우리 학교 무용과 한국인 교수인 이지은 선생님에게 혹시 케데헌에 나오는 케이팝 댄스를 보여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무려 일곱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자원해서 자기들끼리 주말마다 안무를 짜고 연습을 하고 분장을 해서 행사에 참여했다.
케데헌의 리더인 루미 역을 맡은 학생은 머리와 복장이 정말로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 했는데, 중학생 언니 오빠를 따라온 어린 동생들이 진짜 루미 인줄 알고 말을 걸거나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케데헌의 루미로 분장한 래드포드 대학교 무용과 학생

이 학생들의 얼굴 분장을 해준 학생은 무용과가 아닌 연극과 학생인데 행사장에서 아이들 얼굴을 케데헌 캐릭터처럼 꾸며주는 페이스 페인팅을 해주기도 했다. 무용과 학생들은 20분 간의 케이팝 댄스 교습, 그리고 10분간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던 무용과 학생들의 케이팝 댄스 공연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준비로 훨씬 더 멋진 활동을 만들어낸 이지은 선생님에게는 내가 뜨개질해서 만든 카디건을 선물했다.

학생들을 모으고 연습시켜 데리고 와준 우리 학교 이지은 교수

여덟 명의 학생들에게는 한국 컵라면, 커피 믹스, 과자 같은 것을 담고 감사 카드를 써서 선물했다. 소중한 시간과 재능을 무상으로 기부해주어서 정말 고마웠다.

케이팝 댄스를 가르쳐주고 공연도 해준 학생들

이 날 나는 한복을 입기로 했는데, 내 결혼식에서 입었던 녹의홍상은 이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시어머님께서 주고 가신 점잖은 색의 한복을 입었다. 색은 점잖아도 화려한 자수와 풍성한 치맛자락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예쁘다는 말을 해주었다. 이지은 선생님은 한국무용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의상을 가지고 와서 입고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한복 입고 기념촬영

남편이 일본인이어서 한국팀이 아닌 일본문화를 소개하는 팀으로 참여한 미나씨는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우리 테이블 건너편에서 말차를 만들었다.

일본 팀과도 기념촬영

엄마가 분주해서 자기들에게 신경을 못써주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여러 나라 테이블을 돌면서 음식을 얻어먹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짐 나르는 것을 도와준 코난군
친구들과 즐거웠던 둘리양

2025년 11월 20일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Oldest
Newest Most Voted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