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초창기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이 설립한 대학이라는 것 말고도 학교에 관해 알아보니 흥미로운 사실이 많았다.
제퍼슨은 제 3대 대통령을 역임하고 물러난 이후 1819년 그 당시 시대 상황으로는 혁신적인 대학교를 설립했다. 우리 나라는 1819년에 정조 이후 순조가 왕으로 있으면서 세도정치가 본격화 되던 시기라고 하는데, 이 시기에 미국에는 1600년대에 설립된 하버드, 윌리엄 앤 메리, 1700년대에 설립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브라운, 다트머스, 유펜 등의 학교가 존재했다. 그런데 이 학교들은 모두 종교적인 목적으로, 기독교의 영향을 받은 학교들이었다. 고색창연한 이 학교 건물들이 얼핏 보면 교회나 성당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었다.
제퍼슨은 대학교란 지성의 전당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종교와는 무관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제퍼슨이 설계한 대학교 캠퍼스에는 교회처럼 보이는 뾰족지붕 건물이 없다. 대신에 로툰다 라고 부르는 건물이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데 고대 로마의 건축양식을 따르는 동시에 인간의 이성과 지식을 중요시하는 계몽주의 철학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로툰다는 “신을 향해 고개를 들게 하는 건물” 이 아니라, “책과 지식, 토론을 향해 모이게 하는 건물” 이라고 한다.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건물이 세워졌지만 지금도 버지니아 대학교의 가장 중심부에는 로툰다를 중심으로 둘러선 건물들이 고색창연하게 자리하고 있다. 건물들이 둘러싼 한 가운데는 큰 잔디밭이 있는데 “The Lawn” 이라는 아주 직관적인 이름으로 부른다.
잔디밭을 잔디밭이라 부르는데 그걸 왜 잔디밭이라고 부르는지 여쭈시오면… ㅎㅎㅎ ㅋㅋㅋ
토마스 제퍼슨은 단순히 대학을 설립하는 자본만을 기부한 것이 아니라, 캠퍼스 구조, 교수진 구성 등등 아주 세부적인 사항까지도 직접 연구하고 계획했다. 더 론을 둘러싼 건물들은 윗층은 학생과 교수가 거주할 용도로, 아랫층은 강의실로 사용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위 사진에서 로툰다의 반대편에 위치한 건물은 파빌리온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이 건물에는 교수의 노예가 거주하는 방도 있었다고 한다. 당시 학칙은, 학생들은 개인 노예를 데려올 수 없지만, 교수는 노예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는 노예라는 말조차 생경하지만, 그 시절 방식으로는 대학에 입학한 부잣집 도련님이 노예를 거느리지 않고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혁신적이었던 것이다. 자기 손으로 침대를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는 도련님이라니…
지금도 버지니아 대학교 신입생들은 이 고색창연한 기숙사에서 1년간 생활해야 한다. 200년 전 건물이라 에어컨이 없다는 점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아주 잘 느낄 수 있겠다.
버지니아 주에서 가장 입학 경쟁율이 높은 버지니아 대학교는 해마다 4천 명의 신입생을 선발하고 그 중 절반 이상은 버지니아에서 거주하면서 세금을 납부한 거주자의 자녀이다. 부모가 성실히 납세한 댓가로 인스테잇 (in-state) 등록금을 내고, 나머지 타주에서나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은 out-of-state 등록금을 내는데 인스테잇의 세 배쯤 되는 금액이다.
만약에 코난군이 다른 주의 주립대학교를 간다고 하면 마찬가지로 엄청난 금액의 등록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미국 주립대 순위로 버지니아 대학교는 3-5위에 드는데 (올해 랭킹은 4위이다), 등록금을 생각하면 내 마음의 랭킹 1위 대학이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규모가 아주 큰 UCLA, UC Berkeley가 미국 주립대학교의 1-2위를 항상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는 U Michigan (미시간 대학교), UVA (버지니아 대학교), UNC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가 높은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몇 배로 더 내야 하는 등록금과, 비행기로만 오갈 수 있는 거리와, 지진이나 산불이 잦은 지역 특성 (캘리포니아), 또는 너무너무 추운 날씨 (미시간) 를 고려하면 버지니아 대학교가 우리 가족과 코난군에게는 최고의 대학교이다.
2025년 12월 15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