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의 추위와 눈

지난 2주 동안의 추위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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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풍을 대비하며 지난 번 글을 쓴 것이 2주일 전이다. 14일 동안 정말 많은 눈이 내리고 정말 많이 추웠다. 지난 몇 년간 눈이 많이 오지 않고 비교적 포근했던 겨울 날씨를 다 갚으려 하는지, 눈이 내리고, 추운 기온이 내린 눈을 다 얼려버리는 일이 2주일 내내 반복되었다.

이젠 더이상 예뻐보이지 않는 풍경

화씨 32도는 섭씨 0도여서 보통은 화씨 온도 숫자가 30 이하로 내려가면 으~~ 춥다~~ 하곤 했는데 지난 2주 동안은 한낮에도 30도 이상 올라가는 날이 며칠 되지 않았다. 이젠 한자리 숫자 기온을 보아도 놀라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우리집은 대부분의 미국집처럼 힛 펌프 (Heat Pump) 라는 체제로 냉난방을 한다. 펌프로 집 바깥의 뜨겁거나 차가운 공기를 잡아당겨 압축, 응축, 팽창시킨 다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차가워지거나 따뜻해진 공기를 집안 곳곳으로 보내는 장치이다. 여름에는 펌프의 방향이 반대로 바뀌어 실내의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빼낸다.
…라고 남편이 여러 번 설명해 주었지만, 문과라서 죄송한 나는 도무지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뜨거운 공기를 차게,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어서 실내외로 보내는 과정에서 여름철에는 냉매를 쓴다는 것을 알겠지만, 겨울에도 “냉”매를 쓴다니, 말이 되나? 뜨거운 열을 보태야만 차가운 공기가 따뜻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럴 때 편리한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니, 바깥이 춥더라도 어쨌든 열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걸 펌프로 잡아들여 냉매로 증발시킨 다음 압축을 하면 온도와 압력이 확 올라가고 그걸 응축해서 더워진 공기를 실내로 보내는 것이 난방의 원리라고 설명을 한다. 아마도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냉”매 라는 이름 때문이었나보다. 무언가를 차갑게 만드는 물질이 냉매라고 생각했는데 (에어컨이나 냉장고의 원리에서 자주 듣다보니), 액체에서 기체로 바뀌면서 주변의 열을 빼앗아 오는 것이 냉매의 역할이라고 한다. 아직도 완전하게 이해하한 것은 아니지만, 힛펌프의 효율이 높은 이유를 알겠고, 이렇게 심하게 추운 날은 보조 난방 모드로 돌아가는 원리도 알게 되었다.

왼쪽은 바깥 온도, 오른쪽은 실내 온도

오늘 현재 외부 온도는 화씨 16도 (섭씨 영하 9도) 이다. 오른쪽 온도 조절 장치는 실내 온도를 화씨 61도 (섭씨 16도) 로 맞추어 두었다. 그런데 16도에서 가져올 수 있는 열 에너지가 너무 부족해서 실내온도를 61도로 올리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이럴 때 보조난방 (auxiliary heat)이 함께 작동된다. 전기로 열을 추가로 더 보태서 실내에 보다 더 따뜻한 공기를 순환시켜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전기로 펌프를 작동시키는 것에 비해 전기로 열을 발생시키는 것은 더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조 난방을 쓰게 되면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게 된다. 다리미나 헤어드라이어가 전자렌지나 청소기보다 많은 전기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위의 온도 조절 장치 사진에서 빨간 불꽃 모양 아이콘이 보이는데, 그게 바로 지금 보조 난방이 펌프와 함께 돌아가고 있습니다 하고 표시하는 아이콘이다. 이게 자주 보이면 ‘넌 곧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될거야’ 라는 말이 된다. ㅎㅎㅎ 그런데 지난 2주일 동안 이걸 매일 봐오고 있다 ㅠ.ㅠ

차가 지나갈 수 없는 드라이브웨이

눈이 내릴 때마다 공공도로는 면사무소 (블랙스버그는 씨티가 아니고 타운이어서 시청보다는 면사무소가 더 맞는 번역인 듯) 에서 치워주지만, 사유지인 드라이브웨이, 즉 차고에서 공공 도로로 나가는 길은 집주인이 치워야 한다. 아이들 학교는 휴교를 해도 어른들의 학교는 정상운영을 하는 날이 많았고, 식료품을 사러 나가거나 할 일이 있으니 눈이 내릴 때마다 드라이브웨이의 눈을 치우느라 남편이 고생을 하고 있다.

거의 매일, 어떤 날은 하루 두 번 눈을 치우는 사람

지난 2주일 동안 아이들은 단 하루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도로가 위험해서 학교 버스 운행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속한 몽고메리 학군은 아주 넓은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서, 집과 건물이 밀집한 블랙스버그의 도로는 안전해 보여도 저 멀리 학군지의 외곽 지역 도로가 아직도 위험하기 때문에, 학군 전체가 휴교를 했다.
몽고메리 학군은 색깔 코드로 휴교령 단계를 정하고 있다. 코드 레드는 학생과 교직원 전체가 출근하지 않는 완전휴교일, 코드 오렌지는 교장 교감 등의 핵심 교직원만 출근하고 나머지 교사와 학생은 휴교, 코드 옐로우는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온라인으로 수업하고 일하는 날, 코드 블루는 2시간 지연 등교하는 날이다.
지난 2주일 동안 정확하게 세어보지는 않았으나, 코드 옐로우, 즉 온라인 학습일이 사흘 정도 있었다. 날씨가 조금 회복되나 싶어서 내일은 코드 블루라는 공지를 받았다가 다음날 새벽에 도로 코드 옐로우나 오렌지로 바뀐 날도 두어번 되었다.

코드 옐로우, 온라인 수업일에 나눠주는 학교 급식

온라인 수업일은 학생들에게 급식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학군 내 몇군데 장소를 지정해서 음식을 나눠준다. 원래는 소득 수준에 따라 학교 급식을 무료, 할인된 금액, 정가를 내고 먹는데, 우리 가족은 (이럴 때만) 부자여서 우리 아이들은 원래 가격을 다 지불하고 점심을 사먹는다. 하지만 이런 비상시국에는 부자와 빈자를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준다며 가까운 곳에 가서 반드시 받아다 먹으라는 교육감의 이메일이 왔다. 하지만 내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두어 번은 놓쳤고, 엊그제 금요일은 내가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무료 급식을 받아왔다.
예전 코로나 시국에 받아먹던 급식과 비슷한 구성으로, 단백질 음식 한 가지, 탄수화물 두어가지, 채소와 과일 종류 그리고 우유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벌써 2월… 다음 주 부터는 제발 눈은 좀 그만 오고 봄이 왔으면 좋겠다.

2026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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