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르완다에서 사업을 하는 가족의 막내딸이 버지니아 공대에 입학하게 되면서 우연히 마트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몇 년째 르완다 커피 선물을 받았다. 그 학생이 재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언니가 살고 있는 씨애틀로 이사간 후에도 커피 선물을 받은 적이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이 인연의 유효기간이 끝나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홀로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김치나 만두 같은 음식을 가끔 나눠먹고 안부 인사를 물어봐 준다는 것이 고마워서 많은 선물을 보내던 부모 입장을 생각해보면 이제 아이는 졸업을 했고 머나먼 곳으로 이사까지 했으니 나와의 접점이 사라졌고, 그렇게 각자 자신의 인생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잊혀질 사람인 것이다.

그런데 어제 또 이런 소포가 배달되었다. 르완다산 커피와 마카다미아 넛 선물이었다.
물품은 르완다산이지만 배송은 씨애틀에서 왔다는 것을 배송 봉투에서 보고 알았다. 이젠 더이상 고마워하고 다음에 혹시 모를 신세를 질 일도 없지만 보내준 뜻밖의 선물이 반갑고 고마웠다.

씨애틀에는 두 딸이 살고 있고 그 부모는 르완다와 한국과 씨애틀을 왔다갔다 하시는 것 같은데, 딸들의 씨애틀 주소가 몇 년째 같은 것을 보니, 그 주소로 나도 뭔가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월마트에서 뜨개실을 사와서 여자 세 명이 들고다닐 핸드폰 가방을 뜨기로 했다.

2년 전이었나? 이 댁에서 보내준 선물 중에 직접 재배해서 사용한다는 수세미가 들어있었다. 그 때는 한국에서 오는 길이어서 시골에 계신 어머님이 직접 농사짓고 방앗간에서 짜온 참기름도 받았는데, 그래서 이 수세미가 한국에서 자란 것인지 르완다에서 자란 것인지는 모르겠다. 암튼 꽤 오랫동안 싱크대 서랍에 들어 있었던 것을 두어 달 전에서야 꺼내서 써봤는데 아주 좋다. 너무 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두 달째 사용해도 많이 망가지지 않고, 그릇에 상처를 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주 거칠어서 눌어붙은 음식이나 커피 얼룩이 잘 지워진다. 수세미 조각이 하수구로 흘러내려가도 환경오염 걱정도 없다.
좋은 사람이 주는 것은 선물도 좋다. 자신이 써보고 좋으니 내게도 나누어 준 것이라 그렇다.

늘 내가 직접 뜨개질한 아크릴 수세미를 사용했는데 올해에는 나도 식물 수세미를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조금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수세미 씨앗을 앞마당에 심어서 키워볼 계획이다. 농사가 잘 되어서 수세미 수확이 잘 되면 나도 좋은 사람들에게 몇 개 나눠주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영향을 주고 받고 살아가니 참 좋다.
2026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