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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버지니아 주의 Virginia Band and Orchestra Directors Association (VBODA) 라는 음악 협회에서는 9개의 지역으로 나누어서 지역 내 중학생과 고등학생 밴드 연주자 중에 오디션으로 선발해서 콘서트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블랙스버그는 버지니아 주의 서남부 지역인 6지역 (District VI)에 속하는데, 둘리양은 작년에도 올해에도 중학생 밴드에 선발되었다.

작년에는 로아녹에서 연습과 콘서트가 있어서 학교 버스로 왕복하며 참가할 수 있었는데, 올해에는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서 행사가 개최되어서, 금요일 새벽에 집을 떠나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저녁에 콘서트를 하는 일정으로 정해졌다.
금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연습을 하고, 다음날인 토요일도 내내 연습을 해서, 처음 만난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저녁 4시에 가족 친지들을 초대해서 콘서트를 하고, 콘서트가 끝나면 가족이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간다. 즉, 금요일 새벽에 둘리양을 학교 버스에 태워보내고 (그 날 학교는 공결이다) 다음날인 토요일은 우리도 오후에 멀리 떨어진 도시로 차를 몰아 가야 한다.

두 시간 거리를 운전해야 하니 혹시 길이 막히거나 다른 변수로 늦지 않기 위해 시간 여유를 두고 출발했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다른 가족들도 다 우리같은 생각이었는지 객석이 이미 많이 차있었다.
39개 중학교 밴드 학생들이 참가했고 콘서트 밴드는 90여명, 그보다 수준 높은 심포닉 밴드는 100여명의 단원이 연주를 한다. 39개 중학교 밴드 학생들의 숫자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50명씩만 잡아도 2천명, 100명이라면 4천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인데 그 중에 상위 190명 안에 (둘리양은 100명 안에) 들어간 것은 정말로 대단한 실력이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하기 때문에 세면도구와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잠옷과 무대 의상도 미리 챙겨 가야 했다. 야무진 둘리양은 내게 물어보지도 않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고 혼자서 여행 가방을 잘도 꾸렸다.
무대 의상은 학교에서 작년에 지급받은 드레스를 챙겼다. 올해부터는 무대 의상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둘리양 보다 어린 학년의 명왕중 아이들은 각자 준비한 검은색 의상을 입었다.

명왕중학교 7학년인 옆집 중국인 가족의 아들, 코난군 친구의 동생인 영국계 한국인 아이, 그 외에도 둘리양의 학교 친구들이 간간이 보였다. 사실, 6지역은 버지니아 주에서는 조금 낙후된 시골 지역이어서 우리 동네 명왕성을 제외하면 가구당 소득 수준과 교육 수준이 높지 않다. 워싱턴 디씨와 가까운 북버지니아 지역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뜻이다. 하지만 명왕중학교와 명왕고등학교가 있는 우리 동네 명왕성 만큼은 버지니아 공대에 재직하는 교직원이 많아서,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고 덕분에 음악을 즐기는 가정의 숫자도 많고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올디스트릭트 밴드에 선발되는 편이다.

(원래 조용필은 맨 마지막 무대에 나오는 것과 같은 이유 ㅎㅎㅎ)
콘서트를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걸어가다가 만난 영국계 한국인 가족의 엄마가 내게 드레스를 입은 긴 머리의 둘리양이 마치 공주 같아 보이더라는 칭찬의 말을 해주었다 ㅎㅎㅎ 그 집은 아들만 둘이어서 예쁜 딸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어 더욱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2026년 2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