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번째 생일

54번째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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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다. 일요일이어서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연습을 가야 하고, 나역시 지도하는 학생 모임의 행사가 줌으로 있기 때문에, 어제 미리 앞당겨서 가족 외식을 했다. 가부키 라고 하는 일식 철판구이 레스토랑에서는 임페리얼 디너 포 투 라고 하는 메뉴가 있는데 그걸 주문하면 전채요리부터 숩과 샐러드, 와인, 후식까지 제공되는데 가격은 일반 메뉴 하나를 시키는 것보다 아주 조금만 더 내면 된다. 나는 술을 못마시고, 아이들도 미성년자라서 술을 마실 수 없지만 어쨌든 이 메뉴를 주문하면 네 잔의 플럼 와인이 나온다. 그래서 남편이 그걸 다 마시고, 운전은 내가 하는 것이 우리 가족의 룰이다 ㅎㅎㅎ

오늘 아침 일요일이니 느지막히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보니 카카오톡에도 페이스북에도 생일 축하 한다는 메세지가 여러 개 들어와 있었다. 가까운 가족의 메세지도 있지만,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덕분에 오늘이 내 생일인 것을 알고 메세지를 보내준 것이다. 일일이 답하자니 일요일 아침 시간을 다 보낼 것 같아서 생일 축하 해줘서 고맙다는 포스팅을 올렸다. 평소 페이스북 포스팅은 거의 안하고 살지만, 생일축하 해준 사람들에게 예의를 차리려고 간단하게 썼다.

해석하자면 54년째 제다이 수련중인데, 태양을 54바퀴 도는 동안 나와 함께 이 은하계를 걸어온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생일 축하 인사도 고맙다… 라는 말을 썼다.

다음 주 월요일인 2월 23일은 둘리양의 14번째 생일인데, 생일 직전 주말에 둘리양이 올디스트릭트 밴드에 선발되어서 다른 도시에서 1박을 하면서 콘서트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생일 파티는 생일이 지나고 다가오는 주말인 28일에 하기로 했다. 매사에 다 계획이 있는 둘리양은 이미 초대할 친구의 명단을 만들었고, 나에게는 만두를 포함한 파티 음식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빠가 중고 마켓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중고이지만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의 헤드폰을 이미 생일 선물로 받아두기도 했다.

둘리양의 생일 파티가 있는 2월 28일은 내 아버지의 여든 두 번째 생신날이기도 하다. 만약에 하루만 늦게 태어나셨더라면 생신을 4년에 한 번씩만 챙길 뻔 했다 ㅎㅎㅎ 1944년이 윤년이어서 2월 29일이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내 조부모님은 일본 유학 및 일본에서 가족을 이루셔서 그랬는지 온가족의 생일을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쇠는 것을 가풍으로 정하셨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안지나서 3월 6일이 되면 남편의 60번째 생일이 된다. 내가 어릴 때 기억하는 환갑은 정말로 큰 어르신의, 큰 생신잔치였는데, 요즘은 환갑이라는 말이 멋적게 여겨질 정도이다. 인류가 장수하게 되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요즘 사람들은 철이 늦게 들어서일까?

그렇게 줄줄이 이어지는 생일 축하의 홍수를 지나고 정신을 차린 후 봄학기를 마치고나면 코난군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있고, 그 다음에 우리 가족은 내 어머니의 팔순을 축하할 겸, 남편의 환갑 기념 여행이자 코난군의 고졸대입 축하, 둘리양의 중졸고입 축하, 등등의 온갖 명분을 다 더해서 한국을 방문하는 가족 여행 계획이 있다.

즐거운 2026년이 양력뿐 아니라 음력으로도 시작되었다. 내 생일과 함께.

2026년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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