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슨의 발달 단계 중 네 번째 단계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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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계 독일인이지만, 결국에는 미국인이 되었던 에릭 에릭슨은 저명한 심리학자이다.

그는 인간발달 단계를 여덟 단계로 분류했는데, 유아교육 전공인 나는 처음 세 단계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가르쳐왔다.

 

0-1세 영아기는 신뢰감 대 불신감 단계인데, 이 시기에 주양육자와 애착관계를 잘 형성하게 되면 생의 후기에 맺게 되는 모든 사회 관계의 밑거름인 신뢰감을 가질 수 있게 되지만, 반대로 애착 형성이 불안정하게 이루어졌을 경우에는 불신감을 갖게 되어 장차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스스로 관계를 단절하려 하게 된다.

다만, 약간의 불신감은 건강한 발달에 필요한데, 자신을 해롭게 하는 사람에게는 불신감을 품어야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2-3세의 자율성 대 의혹 단계이다.

미운 네살, 미국의 테러블 투 에 해당하는 나이인데, 고집불통에 떼쓰기 행동은 자율성을 신장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는 것이다. 

자아개념이 발달하는 만큼, 수치심도 발달하는 시기이고, 때마침 대소변 가리기 훈련도 동반되는 시기이다. 잘 가리던 대소변을 어느날 실수해서 옷을 버리게 되었을 때 필요이상으로 챙피해 하거나 우는 아이는 자율성을 실천하는 데에 있어서 실패를 맛보고 그래서 괴로워 하는 것이다.

 

대체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이 해당하는 주도성 대 죄책감 단계는, 앞서 발달한 자율성이 더욱 더 체계화되고 공고해지는 단계이다.

즉흥적으로 혹은 즉각적인 일에 대해서 "내가 내가" 하고 자율성을 발휘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그에 대비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쉽게 말하자면, 오늘 유치원에 무슨 옷을 입고 갈지를 아이가 직접 정하고, 그에 맞는 머리띠도 고르고 신발도 골라 입는 것이다.

이런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바가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다르거나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임을 깨달을 때 유아는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애써서 골라입은 옷이 엄마가 입지 말라던 비싼 드레스였는데, 하필이면 유치원에서 물감이나 매직으로 더럽혀졌을 때, 엄마가 잃어버린다고 갖고 가지 말라던 작은 장난감을 기어이 들고 나갔다가 잃어버렸을 때, 등등 이 단계의 아이들은 죄책감을 느낄 일이 참 많기도 하다 🙂

(우리집 둘리양이 바로 이 단계에 있는지라, 예로 들 에피소드가 무궁무진하다 ㅎㅎㅎ)

 

그런데…

그 다음 단계인 근면성 대 열등감의 시기는 초등학교 학생의 연령이라서, 유아교육 과목을 가르칠 때 별로 깊이 다루지 않았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했고…

대략적으로 기억하는 것은, 이 단계는 자아성장의 결정적인 시기이고 학교 교육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인지적 기술을 획득하는 시기라고 한다. 이 때에 실수나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 열등감을 갖게 된다고도 한다.

 

그렇게 머리로만 알던 단계를 요즘 코난군을 지켜보면서 새삼 깨닫고 배우고 있는 중이다.

이 시기 아이는 두뇌와 신체가 학습에 최적화 되도록 발달해서 누군가가 가르쳐주는 것을 잘 이해하게 되고, 혼자서 연습할 수도 있게 된다.

주의집중 시간이 길어지고 혼자서 읽고 쓰기를 할 수 있으니 누가 일대일로 마주 앉아 가르쳐주지않아도 혼자서 여러 가지 소스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 새로운 정보를 캐내거나 배운 것을 혼자서 익히는 것이 가능하다.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응용하는 능력도 발달해서, 배움의 속도가 이전에 비하면 무척 빠르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친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하는가보다.

 

코난군은 요즘 무엇이든 잘 배우고, 배운 것을 잘 활용하고, 또 스스로 열심히 더 잘 하려고 노력을아끼지 않는다.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성적표에 잘함, 노력요함, 등의 등급이 아니라 ABC 즉, 한국식으로는 수우미양가의 성적을 과목별로 받게 되는데, 모든 과목에서 에이를 받은 학생은 아너스 롤 – 우수학생 명단? – 에 이름이 올라간다는 학교의 공지가 있었다.

코난군과 함께 그 안내문을 읽었었는데, 그로부터 한 며칠 간 학교에서 받아쓰기 점수를 잘 받고, 행동 점수도 잘 받아오더니, 마침내 자신감과 야망이 잘 뭉쳐져서, 3학년 말에 아너스 롤에 이름을올리겠다고 스스로 결심을 했다.

태권도를 매일 저녁 다니게 된 지 몇 주가 지났는데 발차기를 하면서 무릎 관절에 무리가 있었는지 걸음을 걷기가 불편할 정도로 아프다고 했다.

얼음 찜질을 하고 태권도를 며칠 쉬게 했더니 좋아져서 다시 태권도를 한 날 또다시 무릎이 나빠졌다.

이번 학년에는 축구도 해야 하니, 태권도는 당분간 쉬는 게 어떨까 하고 물어보니 절대! 그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태권도 검은띠를 하루빨리 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여름 동안 쉬었던 미술도 다시 시작하겠다고 조르질 않나…

한글 읽고 쓰기도 아빠가 데리고 가르치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제법 잘 읽고 쓴다.

 

어쩌다보니 자식 자랑하는 팔불출 같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쓰고자 하는 말은 그게 아니다 🙂

초등학생인 코난군의 내적 동기부여,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 그에 걸맞는 결과… 이런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엄마로서도 흐뭇하지만, 에릭슨의 발달 단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는 기쁨도 크다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인데…

 

얼마전에 후배와 통화하면서 했던 말이지만…

요즘 점점 한국어로 글을 쓰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하고픈 말은 이러이러한 내용인데, 글로 나타나는 것은 저러저러한, 다소 엉뚱한 것이 되는 일이 많다.

한국어로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2016년 9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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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제가 요즘 ECED 수업을 들으면서 CDA 준비중이라 에릭슨, 이란 말에 당장 클릭해서 읽었네요 ㅋㅋ 저는 몬테소리의 저작과 몬테소리 방식의 양육/지도법이 제게 맞아서 아이와 놀이/생활 할 때 많이 참고하고 있는데, 아이를 관찰하면서 알게 되는 이러저러한 것들이 참 재미있어요. 아, 정말 그렇구나, 싶은 대목들을 만났을 때는 신기하고, 어, 정말 이렇게 하니까 되네? 싶은 대목에서는 뿌듯하고. ㅎㅎ  

소년공원

같은 공부를 하는 동지가 되셨군요 🙂

CDA 자격증 따놓으시면 미국 어딜 가도 취업 걱정은 안하실겁니다.

박봉이라 이직율이 높아서 어린이집 교사 구하기가 힘들거든요.

돈벌이 목적보다도 내 아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사회와 인류에 봉사한다는 대승적 관점에서 참 좋은 직업이어요.

헤드스타트 교사가 되신다면 더욱 좋겠어요.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