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1

인류에게 기쁨이 되시는 예수, 바하의 곡, 그리고 코난군의 바이올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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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을 저렇게 써놓고 보니, 마치 코난군이 바하의 유명한 곡을 연주한 것 같지만, 그건 아니다 🙂

코난군이 학교에서 열 번의 레슨을 받은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는데, 동네 현악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을 한 것이다.

장소는 우리 동네의 한 커뮤니티 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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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7시에 시작하지만 그보다 한 시간 먼저 도착해서 바이올린 선생님이 일일이 스트링을 맞춰주시고, 연습을 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1, 2, 3학년 아이들 열댓명의 악기를 일일이 확인하고 연습을 지도하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텐데도 친절하고 상냥하게 밝은 미소로 아이들을 지도해주시는 예쁜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로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런 어린애들을 단체로 모아놓고 뭘 시키려면 어른의 혼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고, 그런 와중에 평정심을 유지하는데다 상냥하기까지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즉, 바이올린 선생님은 초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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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공연을 하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의 세미정장을 입혀보내라고 해서, 중고 옷가게에서 드레스팬츠를 한 벌 사서 기장을 줄이고, 달러샵에서 구입한 1달러 짜리 크리스마스 넥타이를 매주었더니 핸섬한 코난군의 미모가 돋보였다 🙂

코난군은 혼자 있을 때보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과 함께 세워놓고 보면 그 미모가 더욱 출중함을 알 수 있다 ㅋㅋㅋ

(고슴도치도 제 새끼 털은 함함하다는 말도 있고, 또 복된 성탄절도 다가오는데 어미가 좀 주책맞게 글을 써도 독자들은 이해해 주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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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슨은 어디선가 펀드를 받아서 레슨하시는 선생님의 보수를 충당하고 또 악기 열 대를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해줄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음 학기에도 레슨이 계속될거라고 하니, 코난군을 꼭 다시 등록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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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날의 아이들의 공연은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했지만,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처음 만져보고 악보 보는 법도 몰랐던 아이들이 단 열 번의 레슨으로 소음이아닌 음악 소리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어 만들어낸 크리스마스 노래는, 사람들의 귀보다는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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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협연이 끝나고, 다음은 커뮤니티 오케스트라의 본격적인 공연이 이어졌는데,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 언니, 오빠들이 언제 그렇게 연습을 했는지 참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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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훌륭한 참관학습이 되기도 했다.

비록 내가 내는 소리는 낑낑 깽깽 하는 수준이지만, 더 배우고 많이 연습하면 저런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구나 하는 걸 직접 체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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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공연은 방해가 될까봐 사진을 따로 찍은 것이 없지만, 그 구성원은 한 눈에 봐도 정말 평범한 동네 사람들이었고, 그러나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돈 안내고 공짜로 듣기에 황송할 만큼 아름다웠다.

우리 코난군이 자라서 어떤 일을 하며 살게 될 지 모르지만 (가급적이면 밥벌이 걱정은 없는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바이올린을 꾸준히 배워서 취미생활로 동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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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밥벌이로 바쁘더라도 저녁이나 주말에는 음악을 즐길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값진 경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는 그 자질을 타고나야 하고, 거기에 더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더해야겠지만, 나는 코난군이 그렇게까지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다만, 연습을 하는 지난한 과정을 이겨낼 만큼의 인내심과 끈기를 갖기를 바라고, 그래서 이루어낸성과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기쁨을 누리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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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의 연주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동안에 화장실 두 번, 물마시러 세 번, 자리를 이동했던 둘리양.

그래도 다른집 아이들에 비하면 공연에 방해를 주지 않고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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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센터 화장실이 예뻐서 사진을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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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블랙스버그 스트링 오케스트라가 마지막 앵콜곡으로 연주한 것이 바로 바하의 Jesu, Joy of Man's Desiring 이라는 곡이었다.

흔하게 들었던 곡인데 막상 제목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알게 되었다.

https://youtu.be/hjMMDOb2aJY 

유튜브에서 찾아낸 영상인데 어제 우리가 들었던 것처럼 오직 현악기로만 구성해서 연주한 것이고, 커뮤니티 오케스트라의 공연이라 어제 들었던 것과 실력도 비슷하다.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연주를 듣고 싶다면 

이건 현악 4중주 버전이다.

 

바하의 원래 곡은 합창을 위주로 해서 트럼펫, 바이올린, 오보에, 비올라 등의 악기가 편성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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