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의 고등학교 졸업식

코난군의 고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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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리양의 중학교 졸업식은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했는데, 코난군의 고등학교 졸업식은 버지니아 공대 실내 체육관에서 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식은 킨더가든 학년부터 시작한 13년간의 공교육을 마치는 큰 행사이기 때문에 부모는 물론이고 조부모와 삼촌 사촌들까지 다 참석한다. 명왕고 12학년 졸업생은 300명이 조금 더 되지만, 졸업생 한 명 당 축하해주러 오는 친지들이 최소 두 명에서 최대 열 명도 넘으니, 2천 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졸업장을 받고 교장선생님과 악수하는 코난군

아침 8시 30분에 졸업식이 시작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장으로 갔지만 우리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아서 저만치 멀리 떨어진 뒷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앞자리에 앉았다 하더라도 워낙 체육관이 커서 그래봤자 졸업하는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촬영할 수는 없어보였다.

엄마가 만든 꽃다발을 들었다

졸업생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고 단상에 올라가서 졸업장을 받고 악수를 하고 내려오는 것이 졸업식 행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서 교장 선생님의 축사는 간략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무척 신박했다. 다른 좋은 말도 하긴 했지만, 참 신기하고 한국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 있었는데, 올해 졸업생 중 몇 명이 운동을 잘 해서 스테잇 또는 내셔널 챔피언이 되었는지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 첫번째였다.

오랜만에 찍은 가족사진

전에도 쓴 적 있는데, 미국 고등학교에서는 누가 공부를 가장 잘 하는지 (=전교 일등) 는 아무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각 운동 종목에서 넘버원 (미식축구라면 쿼터백) 이 누구인지는 다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칭찬을 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교장 선생님의 저런 축사는 지당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어서 하시는 말씀은 더더욱 참신했다.

올해 졸업생이 대학에 진학하면서 받은 장학금 총액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금액을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숫자를 잘 못외워서 정확한 금액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뭉뚱그려 백만 달러 –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백 이십만 칠천 육백 삼십 팔 달러 하는 식으로 정확한 금액을 말했고, 수만은 청중들은 환호하며 크게 박수를 쳤다.

한국의 졸업식이었다면 교장 선생님은 졸업생 중에 몇 명이 명문대학교에 진학했는지를 자랑스럽게 발표하거나, 장학금의 총 액수 보다는 얼마나 많은 학생이 영예로운 장학금을 받았는지를 말했을텐데, 참으로 실리적인 미국인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졸업식이 끝난 후에는 체육관 밖으로 나와서 눈에 보이는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어떤 아이들은 레인보우 라이더스 어린이집 가장 어린 아기반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친구도 있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친구, 중학교에 와서 만난 친구, 고등학교에서 사귄 친구, 등등이 있었다.

원래 계획은 졸업식 후에 코난군은 친구네 졸업 파티에 가고, 거기에 데려다주러 가는 김에 남편과 코치 데이빗은 일식 초밥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오려고 했다.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서 둘리양 밥만 챙겨주고 쉬면 되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저찌 하여 일정이 급작스럽게 바뀌어 졸업식 하는 날 저녁에 우리집에서 코난군 친구들 15명 정도를 부르고 코치 데이빗도 초대해서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는 파티를 하게 되어버렸다. 홀가분하게 쉬기는 커녕, 졸업식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밥도 못먹고 요리를 시작해서 파티 준비를 했다.

급하게 준비를 하다보니 사진 찍을 겨를도 없어서, 내가 만든 음식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코치 데이빗이 한국음식을 좋아할 것 같고, 코난군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만든 한국요리가 꽤나 알려졌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긴 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만두, 잡채, 제육볶음, 닭도리탕을 만들었다. 채소요리도 샐러드를 준비하지 않고 콩나물 무침과 오이무침을 만들었다.
아이들은 우리집 파티 말고도 다른 파티에 참석했거나 하러 갈 예정이어서 (이 날 우리 동네 명왕성에서 고등학교 졸업 축하 파티를 하는 집이 백 군데도 넘었을게다), 음식을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데이빗은 이 만두를 정말 네가 직접 만들었냐고 감탄하며 맛있게 먹었다.

아트 선생님이 선물한 케익

코난군은 아직도 테니스 시즌이 남아 있어서 경기에 참가하거나 경기가 없는 날은 연습을 하고 있다. 언제 경기가 있고 어디서 경기를 하는지를 도무지 다 외울 수가 없어서 수첩에 적어두었다. 원정 경기를 가는 날은 식사 준비를 할 필요가 없고, 홈 경기나 연습을 하는 날은 몇 시에 시작하고 끝나는지를 알아야 식사 준비를 때맞춰 할 수 있다.

어제 경기 장면

코난군 졸업 축하 카드와 상품권 선물과 주문 제작한 케익을 준 아트 선생님의 성의가 참 고마워서, 오늘은 그녀가 좋아하는 땡초비빔된장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았다. 파는 것만은 못해도 그냥 된장 보다는 맛이 좋아서 상추쌈을 싸먹을 때 유용할 것 같다.

땡초비빔된장 재료들
아트 선생님께 답례로 드린 홈메이드 땡초비빔된장

2026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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