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2일 정오 즈음에 승선했다가 26일 아침 일찍 하선해서 원래 계획과 달리 단숨에 달려서 같은 날 저녁에 집에 도착한 것이 어제 저녁이었다.
디즈니 드림 호에서 그야말로 꿈같은 날을 보내고 돌아왔지만, 역시나 there is no such a place like home! 이라는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의 말이 맞다.
두 아이들은 우리 동네 골목길로 차가 접어들자 “믿을 수가 없어, 드디어 우리 집에 다 왔어!” 하고 환호하며 기뻐했다 🙂
아이들이 그동안 와이파이 연결이 안되는 환경에서 할 수 없었던 컴퓨터 게임과 넷플릭스 시청을 하는 동안에 나는 짐을 풀고, 남편은 빨래를 돌렸다.
여행을 떠나기전에 냉장고를 비우고 갔던 터라, 밤에는 우유와 식빵 등 식량을 사러 나갔다 오기도했다.
그리고 오늘은 크루즈에서 찍었던 사진을 펼쳐보고 있다.
내 카메라에 들어있는 사진은 너무 많아서 엄두가 안나고, 우선은 230달러를 주고 사온 사진사가 찍은 사진을 열어보았다.
배에 타기 전에 각종 수속과 등록을 마치고나면 드림호가 배경으로 보이는 곳에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데, 우리처럼 어린 아이들이 딸린 가족은 놀러가서 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얻기가 힘든 터라 즐거운 마음으로 찍었다.
배 안에서도 수시로 곳곳에서 전문 사진사가 조명기구까지 갖추어서 사진을 찍어준다.
마음껏 사진을 찍힌 다음 원하는 것만 골라서 구입할 수 있다.
열 장을 사진으로 출력하고 파일로 받는 것이 150달러이고, 열 다섯 장은 200달러였나? 그리고 그 이상은 출력하는 분량에 따라 가격이 더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사진은 레터지 (A4용지와 비슷한 크기) 싸이즈로 출력할 수 있고, 컵이나 가방, 열쇠고리, 등등의 기념품에 인쇄할 수도 있다. 물론 기념품값은 따로 내야 한다.
우리 가족은 무제한으로 USB에 사진 파일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선택했다. (값은 230달러였다.)
공연히 사진으로 인쇄해봐야 벽에 다 걸어둘 수도 없고, 책꽂이 어디에선가 먼지만 앉힐 것이 분명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관처럼 준비해둔 곳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디즈니 캐릭터가 나와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저녁 식사 시간에는 레스토랑에서 사진사가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옷을 갈아입고 예쁘게 단장한 다음 곳곳을 다니며사진사가 보이는대로 사진을 찍히는 것 뿐이었다 🙂
저녁 식사를 할 때의 드레스 코드는 그날 그날 주제에 따라 다른데, 물론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사진을 예쁘게 찍히려면, 그리고 파티 분위기를 즐기려면 어떤 날은 해적 복장을 하고, 또 어떤 날을 정장을 차려입기도 해야 한다.
사진사들은 배 안이나 바깥의 어떤 위치에서 어떤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이 좋은지를 잘 알고있는데다, 사진을 찍는 장소를 직원들이 친절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놀이공원에서 인파에 방해받으며 힘들게 찍는 것에 비하면 아주 편리했다.
사진사에게 룸키를 건네주어 스캔한 후에 사진을 찍으면 우리 가족 어카운트에 사진이 저장되기 때문에 번잡하게 이름을 알려준다거나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심지어 사흘째날 부터는 카드를 스캔하지 않아도 카메라가 얼굴인식을 해서 자동으로 우리 가족인 것을 알고 저장할 수 있었다. 테크놀러지의 힘이란!
모처럼 찍은 부부 둘만의 사진인데,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좀 내려놓고 찍을 걸…
그래도 사진의 테두리를 이렇게 처리하니 같은 사진이라도 더 예쁘게 보인다. (물론 이것도 내가 한 것이 아니라 디즈니 사진사가 찍은 사진은 모두 테두리가 장식되어 있다.)
우리 가족은 나만 빼고 모두가 카메라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남편은 쑥쓰러워서, 코난군은 카메라 플래쉬의 눈부심이 싫어서, 둘리양은 낯선 사람을 쳐다보는 것이 싫어서… 등의 다양한 이유이다.
그래도 친절한 사진사는 농담을 하거나 카메라에 인형을 달아놓고 흔드는 등의 갖은 노력을 해서 이런 가족사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었다.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빨리 찍으라거나 하는 불친절함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가족 사진 컷 다음에는 아이들만 한 컷, 부부만 한 컷, 하는 식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으라고 권하고, 같은 포즈로 여러 컷 찍어주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를 수 있게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해마다 사진사를 불러다가 찍은 사진은 이보다 못한 퀄리티이지만 한 장에 십 수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데, 그에 비하면 4일 동안 무제한으로 찍은 훌륭한 사진이 230달러인 것은 전혀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사진 찍기를 싫어해서 마흔 여섯장 밖에 못찍었는데, 그 중에서 같은 장소 중복을 피하고고른 것이 이만큼이다 🙂
이 중에 몇 개는 사진으로 인쇄해서 액자에 넣어 거실에 걸어두어야겠다.
*디즈니 크루즈 후기는 사진, 음식, 서비스, 등등의 주제를 정해서 쓸 계획이다.
다른 사람들이 쓴 후기는 대체로 첫 날, 둘째 날, 하는 식으로 날짜별로 쓴 것이 많았는데, 나는 그런식으로 구상해보니 단 하루에도 너무 많은 경험을 하고 너무 많은 즐거움이 있어서 한 편의 글에 하루의 일을 다 쓸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
아직 겨울 방학이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매일 매일 한 편씩 쓰다보면 얼추 개학 즈음에 후기 쓰기를 마칠 수 있겠다.
2016년 12월 27일
1년 후 올랜도에 가서 디즈니크루즈를 타야겠어! 하고 구글링하다가 블로그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제 곧 예약을 할 예정이에요. 가장 비수기라는 2월로요. ^-^ 역시나 1년 전부터 준비하신 글을 보니 제 앞날이 미리 그려지는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앞으로 올라온 후기는 더 흥미진진하겠죠? 기대하는 마음으로 종종 들르겠습니다.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님께서도 여행 준비를 하면서부터 즐거움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제 생각으로는 한여름 보다는 10월에서 3월 사이가 바하마나 캐리비언 쪽으로 가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오.. 마지막 사진 투핸즈님.. 영+핸섬하게 잘 나왔어요…. 아직은 기약없지만 사진 패키지!! 꼭 기억하렵니다.
82쿡 회원이라 양수 편수 냄비를 떠올리시게 되나봐요?
ㅎㅎㅎ
투 핸즈가 아니라 굿 워터 라는 뜻이랍니다 원래는 🙂
잘 다녀오셨군요, 사진 좋아보이네요 ㅎㅎ
저희는 그 사이에 아이 수술 무사히 잘 마치고, 집에서 열심히 요양중이에요.
4일이면 헤드스타트도 개학이라, 아이나 저나 그 날만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나저나 CDA 는 과연 언제 딸 수 있게 되는 걸까요…480시간 work experience 중에 이제 100시간 남짓 채웠어요. 헤드스타트에선 시간만 채울 수 있고, 이벨류에이션은 못한다고 해서, 레슨 플랜 적용하고 이벨류에이션 받는 건 다른 데서 해야 하게 생겼어요. ㅋ
참 이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인데…
저희 남편 이번에 래드포드에 지원했는데 아무 소식 못 들었어요 ㅠㅠ ㅋㅋ
어머나, 오랜만이라 반가워요 이슬님!
산이가 씩씩하게 수술 잘 받고 회복한 것은 한겨레 칼럼 읽어서 알고 있었어요.
안그래도 새해 인사 해야겠다 하고 생각만 하고 있던 터였는데…
남편분께서 래드포드 대학교에 임용되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전공이 사회학이라고 하셨던가요?
다른 더 좋은 학교에서 좋은 오퍼를 받으시겠지만, 그래도 저는 꼭 우리 학교로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제가 실습하는 과정도 도와드리고, 코난군 작아져서 못입는 옷도 산이한테 물려주고…
암튼 새해에는 좋은 소식 들리겠네요.
굿워터..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워낙 뚝딱뚝딱 핸디맨 이시라… 왠지 자꾸 그렇게 부르고 싶어져서요^^ 다음부턴 정확하게 부르겠습니다!!
그런 알흠다운 뜻이 담긴 호칭이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