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 total views,  1 views today

안경을 주문했음

내 아이에게 바라는 것 한 가지

 

2017년 4월 21일 금요일

 

학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오늘은 학과의 마지막 회의가 있었고 아너스 펠로우쉽도 한 학기를 마감하는 회의를 참석했다.

다음 주에는 마지막으로 실습생들을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고 학기말 발표를 참관하고 채점하거나 학기말 시험을 치르고 채점을 해야 하는 일이 남아있다.

 

나는 원래부터 오른쪽 눈이 왼쪽보다 근시가 심해서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닐 때는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한 적이 있다.

미국에 와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교수로 일하는 동안에는 저 멀리 칠판에 적힌 것을 받아 쓸 일이 없으니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맨눈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근시가 더욱 심해졌는지 우리집 부엌에서 일하면서 거실에 놓인 티비 화면을 보면, 사람은 알아보지만 자막은 전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도 내가 강의를 할 때는 불편함이 없지만 학생들의 발표를 교실 뒷편에서 지켜볼 때에는 파워포인트의 작은 글씨가 잘 안보이는 일이 종종 있다.

남편도 그렇고 비슷한 또래의 동료 교수들도 하나둘씩 돋보기 안경이 필요해지는 것을 보다보니, 나도 안경을 다시 써야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미국에서는 건강 보험에 안과 진료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원하는 사람은 돈을 더 주고 추가로 안과보험에 들어야 한다.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남편의 친구에게 알아보니 눈에 큰 질환이 있지 않다면 굳이 보험을 추가로 들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남편의 친구는 부인이 안과 의사라서, 병원의 정규 진료 시간이 끝난 후에 살짝 들르면 직접 시력 검사 및 안경이나 렌즈를 살 수 있는 처방전을 써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올리비아!

어제 저녁에 시간을 내서 올리비아가 근무하는 안과 병원에 갔다.

그러고보니 안과 병원에서 정식으로 눈의 건강을 검사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국 안경점에서 시력 측정을 하거나 학교에서 하는 시력 검사가 전부였던 것이다.

안과 진료실에 앉아보니 복잡하고 비싸보이는 검사 장비와 검사를 위한 약품, 도구, 등등 안과 보험을 따로 돈을 내고 가입하는데 그 이유가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뭐가 다양하고 많았다.

올리비아는 시력 측정 뿐만 아니라 백내장, 녹내장 여부를 보는 검사, 시신경과 안근육의 활동성 검사, 안압 측정, 등등 온갖 정밀한 검사를 무려 한 시간에 걸쳐서 친절하게 – 공짜로! – 해주었다.

진료비 대신에 꽃다발을 들고 갔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고 다음에 저녁 식사에 초대를 한 번 거하게 해야 할 것 같다.

검사 결과는 다소 흥미로웠는데, 저반적으로 시력이 많이 나빠졌을거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왼쪽은 완전 정상, 오른쪽은 약간의 근시가 있을 뿐, 안압도 정상이고 안근육의 움직임은 젊은이 못지 않게 잘 돌아가는 등 눈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희소식이 있었다.

오른쪽의 시력이 나쁜 것도, 두 눈을 함께 측정해보면 균형이 잘 맞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눈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불편함이 있지 않으면 계속해서 맨눈으로 살아도 될 정도라고 했다.

아마도 오랜 세월동안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있다보니 시신경이 두뇌로 시각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균형을 맞추는 습성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도 먼 곳을 잘 보거나 멀리 있는 사람을 빨리 알아보기 위해서 안경을 맞추기로 했는데, 올리비아가 직접 온라인으로 안경을 주문하는 방법까지도 자세하게 가르쳐주었다.

미간에서 오른쪽과 왼쪽 눈동자 까지의 거리를 재어주어서 안경을 보다 더 정밀한 싸이즈로 주문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2-3주 후에 핑크색 안경이 배달되면 셀피를 찍어올려야겠다 🙂

 

코난군에게 얼마전에 내 학생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주었다.

몹시 안좋은 일에 휘말린 학생이었는데, 무섭고 강압적인 분위기에 못이겨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가 더 큰 문제에 빠져버린 경우였는데, 그 이후에 더 나쁜 것은 그 일을 자기 부모에게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나름 혼자서 해결을 한 후에 엄마에게 알리겠다며 싸구려 변호사를 알아보는 등 동분서주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 안타까워서 그러지말고 엄마에게 얼른 알리라고 조언을 했지만, 엄마가 화낼 것이 무서워서 그렇게 못하겠다고 한다.

나는 원래 내 학생들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혀 하지 않지만, 어제는 코난군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과 연관이 있기도 하고 코난군이 이제는 많이 자라서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에, 귀를 파주면서 조용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했다.

 

조언 일 번: 곤경에 빠지지 않으려고 거짓말을 하다가 더 큰 곤경에 빠지게 된다. 언제나 누구 앞에서나 진실만을 말해라.

 

조언 이 번: 너에게 나쁜 일이 생겼을 때 네 머릿속에 가장 먼저 내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게 먼저 알리고 도움을 청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조언 삼 번: 너의 나쁜 소식에 처음 한 순간은 엄마가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그 화는 길어봐야 하루를 못넘긴다. 그 이후에 너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네가 어른이 되기 전까지는) 엄마와 아빠이다.

 

어제 점심 시간에 코난군은 친구와 장난을 치고 까불다가 급식을 도와주는 런치 레이디에게 밥을 빼앗기고 교장실로 불려갔다고 한다 🙂

미국 초등학교에서 교사는 아이들을 급식실까지 데려다주기만 하고 점심 시간 동안에는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백 명도 넘는 아이들이 식사를 하는 급식실에는 고작 두 세 명의 런치 레이디 (학교에서 비서나 기타 업무를 보는 사람들이다) 가 아이들을 통제하느라 다소 엄하게 야단을 치는 일이 자주 있다.

교장실로 불려간 코난군은 몇 년 전에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라서 – 교장실에 불려가서 야단을 맞는 것은 무척 나쁜 일이니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 – 교장 선생님에게 제대로 사실을 설명하지 못하고, 최대한 간단하게 교장 선생님이 지레짐작한 사실이 맞다고 거짓 자백(!)을 한 것이다.

즉, 한 시간도 더 전에 자기를 화나게 한 친구가 미워서 점심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마침내 그 친구를 발로 찼다고 말한 것…ㅎㅎㅎ

글쎄… 우리 동네 3학년 어린이들 모두를 한 줄로 세워서 친구를 발로 찰 것 같은 순서로 세워본다면 코난군은 가장 끝에 서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게다가 무슨 철천지 원한이 맺혔다고 한 시간도 지난 후에야 복수의 발길질을 하겠는가.

하지만 코난군을 나만큼 잘 알지 못하는 교장 선생님은 코난군의 거짓 자백만을 듣고 친구에게 사과하라고 시킨 다음 부모인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사과를 받은 친구도 평소에 어리버리한 성격에다가 교장실에 불려갔다는 사실에 쫄아서 코난군이 하는 거짓 자백에 동조하고 거짓 사과를 받기까지 한 것이다.

암튼, 집에 돌아온 코난군이 눈물과 함께 하는 설명을 듣고, 어쩌다보니 코난아범이 교장선생님과 직접 대면하고 그 사실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고, 그래서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위의 조언을 들려주면서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당부를 했다.

곧 재판일이 다가오는 내 학생은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안타깝고 궁금하다.

 

 

Related Posts

Subscribe
Notify of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