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국 여행기 01: 대통령과 만난 날

2026 한국 여행기 01: 대통령과 만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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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간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지 사흘이 지났다. 여행 짐을 풀거나 시차적응 하는 일은 생각보다 수월해서 이제부터 슬슬 여행기를 써나가려고 한다.
아이들의 졸업 기념, 남편의 60세 생일 기념, 등등으로 가는 여행이니만큼 가족 중심으로 여행의 주제를 삼았고 그래서 가까운 가족 친지들만 만나고, 한국의 좋은 곳을 최대한 돌아보자고 계획을 했었다. 역시나 여행의 가장 좋았던 점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 외삼촌과 만나 우리 아이들이 사람을 듬뿍 받았던 것이다. 가족의 사랑이란 글로 일일이 쓸 수 없는 크고도 추상적인 것이라, 내 여행기 한 편의 소재로 삼을 만한 범위를 넘는다. 그래서, 단연코 좋았던 가족들과의 일은 천천히 풀어쓰기로 하고, 그 다음으로 좋았던 여행지, 경험, 만났던 사람들을 소재로 한 편씩 여행기를 쓰려 한다.

한 달 동안의 한국 여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여러 곳을 다녔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중 내 마음의 일 번은 경남 양산에 있는 평산책방 방문, 아니 정확히는 문재인 전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

우리 아이들 손을 꼭 잡아주신 문재인 대통령님

부산에 체류하던 8박 9일 중에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기념관을 먼저 방문했었는데, 이 날의 느낌은 그리 밝지 못했다. 찜통같이 더운 날씨로 아이들이 힘들어했던 것도 있지만, 너럭바위 아래 잠들어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슬픈 결말이 속상해서이기도 했다. 그의 위대한 업적을 글과 사진으로 전시해 두었지만, 지금 우리 곁에 그는 없다…

이 분도 살아계셨더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말씀 해주셨을텐데…

그리고 또 어느 날 하루는 경주에 있는 놀이공원을 가기로 했다. 이틀 전에 경주의 박물관과 고적을 돌아보는 여행을 먼저 했는데, 그 날의 여행은 다분히 교육적이고 지적인 것이었는데, 아이들 삼촌이 알려주기를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경주월드 놀이 기구가 무척 스릴넘친다고 했다. 그래서 이 날 (2026년 7월 2일 목요일)은 경주월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며 놀기로 했고 코난군은 활동적인 복장을 입었다. 하지만 경주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재인 대통령님이 하시는 평산책방에 들르기로 하면서 점잖은 셔츠로 갈아입었다 ㅋㅋㅋ

혹시 대통령을 만날지도 모르니 예의바른 셔츠를 입은 아빠와 아들

남편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선을 검색했는데, 평소에는 매일 저녁 오후 4-6시에 평산책방에 나오시지만, 이 날은 전날 서울로 가서 이재명 현대통령과 식사를 하기로 되어 있어서 다음날 책방에 나오실지 확실지가 않다고 했다. 서울에서 며칠 더 머무실 수도 있고, 피곤해서 책방을 하루 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드디어 평산책방으로 출근하시는 문재인 전대통령

놀이기구를 타느라 땀에 절은 몸으로 양산 평산책방으로 갔는데 다행히도 대통령님이 오늘도 출근하실거라고 했다. 고즈넉한 산자락에 둘러싸인 아담한 책방에는 남편이 좋아할만한 읽을 거리가 가득해서 대통령을 기다리며 마음껏 쇼핑을 했다. 나와 남편은 보통 쇼핑을 할 때는 사용자의 효용만을 따지지, 판매자의 이익은 관심 밖의 일이다. 즉, 가격을 확인하고 돈을 아껴가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날 만큼은 가격이 얼마이든 상관없이, 존경하는 분께 헌금을 바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잔뜩 샀다 ㅎㅎㅎ

놀이공원에서 오는 길이라 자유분방한 차림새의 엄마와 딸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이 운영하는 가게답게, 책방에서 파는 책과 물건들은 결코 상술이 발린 비싼 가격이 아니었다. 책은 표지에 찍인 정가를 받았고, 품질좋은 천으로 만든 에코백은 오히려 시중 제품보다 저렴한 값이었다.
대통령님이 입고 있는 앞치마가 내가 구입한 것 중에 가장 비싼 것이었는데 예쁜 디자인에다 진짜 가죽줄로 마감한 고급스런 퀄리티에 걸맞는 가격이었다. 게다가 원-달러 환율 덕분에 더더욱 저렴하게 여겨져서 신나게 쇼핑을 했다.

책도 사고 대통령님이 입으신 것과 똑같은 앞치마도 샀음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님과 조우하는 순간이 왔다. 책방 밖에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대통령과 인사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우리가 16년만에 고국을 방문했다고 하니, “오 멀리서 정말 오랜만에 오셨군요!” 하시는데 인터넷과 티비에서 보고 듣던 그 말투 그 음성 그대로였다. 코난군이 이번에 대학을 간다고 하니 “축하해요!” 하시며 악수를 해주시기도 했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외모를 보는 눈이 즐거웠고, 좋은 말씀 해주시니 귀도 즐거웠지만,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굳건하게 살아계시면서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시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의 정치적 업적보다도, 고매한 인품과 한결같은 삶의 방식이 나는 존경스러운데, 고구마 먹은 듯 답답해 보일 정도로 고지식하게 바르게 살아도 이렇게 훌륭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어왔다.

평산책방 직원인 고양이가 낳은 새끼들

평산책방에는 고양이 직원이 근무중 이라는 팻말이 있었는데, 길고양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지 얼마 안되었는지 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책방 마당을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는데,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이 무척 반가워하며 한참을 데리고 놀았다. 같은 어미에게서 난 새끼들인데 어떤 놈은 사람을 무서워해서 자꾸만 숨으려하고, 또 어떤 놈은 대담하게 사람에게 다가오거나 만지는 손길을 즐기는 듯 보였다. 짐승도 사람도 제각각 타고나는 성향이 다양하다.

대통령 만난 것도 좋지만 고양이와 노는 것도 좋아했던 아이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에서는 아무런 감흥 없이 덥다고 피곤하다고 하던 아이들이, 살아있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자랑스러운지 미국에 있는 한국계 미국인 친구들에게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며 자랑을 했다. 사진을 받은 아이들은 이 할배가 누군지 몰랐지만, 그들의 부모가 알아보고 부러워했다고 한다 🙂

이 날의 마무리는 황령산 전망대에서

평산책방을 나와 부산 광안리를 배회하다가 저녁을 사먹고 야경이 뛰어나다는 황령산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가서 부산의 밤풍경을 감상하고 돌아왔다.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이 드리운 부산의 야경

2026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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