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한 지 한 달이 넘어가니 두 아이들이 집에서 노는 데에 무언가 새로운 자극과 재미가 필요한 것 같다.
두 남매가 사이좋게 잘 노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장난에서 시작했다가 말다툼으로 번져나가 끝내는 엄마에게 달려와서 이르거나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집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닌 듯, 동료 교수 데비의 두 아이들도 걸핏하면 다투거나 심심하다며 바쁜 엄마를 힘들게 한다고 한다.
코난군과 동갑인 딸과, 두 살 아래 아들을 둔 데비는 이번 여름에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데, 직접 얼굴보고 강의실에서 하는 강의가 아니라서 집에서 컴퓨터로 수월하게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며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
데비의 남편은 업무 시간이 유동적이지도 않고 새벽에 일찍 출근하거나 저녁 늦게 근무하는 날도 있어서 아이들을 맡기고 데비가 마음껏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날은 딸은 할머니 댁에 맡기고 아들은 데리고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혼자 심심해하는 아들 캘빈군을 우리집에서 코난군과 함께 놀게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캘빈군은 이웃에 사는 아이들이 모두 여자 아이들 뿐이고 사촌들도 여자아이 밖에 없어서 코난형아와 함께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코난군의 입장에서도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리고 놀이 형태도 판이하게 다른 둘리양과 노는 것보다는, 말도 잘 통하고 취향이 비슷한 캘빈군과 노는 것이 더 재미가 있다.
몇 번은 그 집 남매와 우리 남매 네 명의 아이들을 함께 놀게도 해봤는데, 올리비아양은 둘리양과 놀기에는 너무 큰 아가씨가 되었고, 둘리양도 언니와 놀기에는 아직 벅찬 나이인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올리비아는 나름대로 스케줄이 바빠서 – 이웃 친구들과 놀거나 도서관에서 자원봉사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 아무래도 캘빈군과 코난군이 어울려 노는 사이에 둘리양은 오빠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혼자 놀거나 엄마를 독차지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암튼, 코난군은 마음맞고 형노릇을 멋지게 할 수 있는 놀이 상대가 생겨서 좋고, 둘리양은 오빠와 싸울 일 없이 마음대로 놀다가 두 남자 아이들의 놀이에 잠시 끼어들기도 하고, 엄마를 독차지할 수 있어서 모두가 행복하다.
엊그제는 캘빈군을 놀러 오라고 해서 하룻밤을 자며 놀게 하는 슬립오버를 했다.
아이들끼리 놀게 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하다가 거실로 나와보니 우리집 거실이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티비 앞으로 소파 두 개를 붙여놓고 그 옆에는 온갖 장난감과 테이블을 갖다 놓았다.
소파 안에는 봉제 인형을 가득 채워놓고 베개와 담요도 가져다 놓고 오늘 밤은 여기서 자겠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저기서 잠을 잤다 🙂
티비에는 어린이용 공포영화를 틀어놓고 팝콘을 먹으며 밤늦도록 놀았던 즐거운 시간.
재미있어 보인다 정말 🙂
2017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