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방학이 되면서부터 티비를 켜놓고 뜨개질을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로 김복준 김윤희의 사건의뢰 채널이나 도올의 강의를 틀어놓고 뜨개질을 하면 화면을 열심히 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서 뜨개질을 하기에 좋다.
그런데 뜨개질을 하고난 후에 남은 털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색깔별로 조금씩 남은 털실은 마치 내 몸에 체지방이 쌓이듯 우리집 어느 구석에선가 공간을 차지하고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천덕꾸러기가 될 것 같아서이다. 남은 털실을 다 사용해서 없애버리고 싶었다. 며칠 전에 동네에서 쿠키 교환 이벤트가 있었는데, 설거지 수세미를 떠서 쿠키 상자 안에 함께 넣어 선물을 했더니 색색깔 털실이 아주 제대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털실… ㅠ.ㅠ 둘리양의 치마와 목도리를 만들었던 보라색 털실을 이용해서 실내화를 만들었다. 신축성이 좋아서 실내화가 다소 헐렁하기에 원애 디자인에는 없었던 발등에 끈을 달아주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사용하고 오래도록 남아있던 실로는 둘리양의 머리띠와 머리묶는 고무줄을 만들었다.
지난 두어달 동안 내 방 책상 위에는 여러 가지 털실이 쌓여 있었는데 이제 그 모든 실을 거의 다 쓰고 털실이 담겼던 바구니가 비워졌다. 내년 겨울 방학이 다가오면 새 실을 사서 또 뜨개질을 하고 놀아야겠다.
2020년 1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