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과 디즈니 크루즈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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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발발하기 전인 2019년에 한국에서 시댁 가족들이 방문해서 디즈니 월드와 캐나다로 여행을 다녔었다. 허리와 다리가 불편하신 시어머니의 이동을 도우려고 중고 가게에서 20달러 정도 주고 휠체어를 사왔는데, 그 덕분에 디즈니 월드에서 각종 혜택을 누리며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했었다. 어머님이 아예 거동이 불가능하시지는 않아서 화장실에 가거나 잠시 벤치에 앉아서 쉬실 때는 우리 아이들이 휠체어를 타고 놀기도 했다. 할머니의 휠체어 덕분에 디즈니 모노레일의 가장 앞자리에 탈 수 있고 공연을 볼 때도 앞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하기도 했다.

5년전 디즈니 월드 여행갔을 때

그로부터 5년이 지났는데 그 때 사진을 보니 우리 아이들이 정말 꼬꼬마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코난군의 통통한 볼살은 어디로 가고 이제는 말근육을 자랑하는 청년이 되었고, 둘리양은 나만큼 키가 컸다.

중고 휠체어 덕분에 모두가 즐거운 여행이었다.

지난 설날에 오랜만에 한국의 시댁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다가 올여름에 미국 방문을 계획하게 되었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해서 손님이 편하게 지낼 공간도 넉넉하고 코로나19도 이젠 더이상 걱정거리가 안되니, 어머님이 더이상 거동이 힘들어지기 전에, 시누이 시동생들이 한 달쯤 시간을 낼 수 있을 때, 미국을 한 번 더 다녀가시라고 해서 계획된 일이다.

5년전 아이들의 모습

여든도 넘으신 시어머니께서는 한국의 아파트보다 넓은 우리집에서 머물기만 하셔도 휴양이 되겠지만, 모처럼 시간과 돈을 들여서 미국에 오는 남편의 동생들은 집에서만 한 달을 머물다가 돌아가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그렇다고 5년 전처럼 북미대륙을 남북으로 오가는 장거리 여행을 하기에는 어머님의 건강이 허락하지 않을 것 같고… 동생들만 한인 여행사에서 주관하는 패키지 여행을 보내줄까… 아니면 너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워싱턴 디씨나 윌리엄스버그 같은 곳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올까… 궁리를 해보았다.
7살부터 70대 어르신까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지로 디즈니월드가 최고였었다. 더구나 5년전 디즈니 여행에는 둘째 시누이가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디즈니 구경을 꼭 시켜주고 싶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그 때 보다 더 연로해지셔서 뜨거운 플로리다 여름 날씨에 야외활동이 힘드실 것 같았다.

디즈니 크루즈 중에 가장 최신인 디즈니 위시호

작년 여름 주주네 모녀와 함께 다녀온 디즈니 크루즈 여행 이후로,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디즈니 크루즈를 졸업할 때가 되었나보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키즈클럽은 심드렁하고 배 안의 여러 가지 활동도 이제 다 경험해 본 것이라 새로운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코난군은 이제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하는데다 학교 공부도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어서 대학을 가기 전까지는 장거리 가족 여행을 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어른이지만 정신은 어린이인, 키덜트인 나는 여전히 디즈니 크루즈가 좋지만 아무래도 이제 다시 갈 일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올여름 방문할 시댁 손님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를 혼자 상상하다가… 또다시 디즈니 크루즈를 떠올렸다 ㅎㅎㅎ 나는 어쩔 수 없는 디즈니 광팬인가보다.
꿈꾸고 상상하는 데에는 요금이 붙지 않는다. 갱년기 이후로 잠이 줄어서 밤에 잠들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상상을 해보니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과 우리 가족이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함께 간다면 무척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만 빼면, 디즈니를 만끽할 수 있고, 휠체어 이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피곤하지 않은 여행이 될 것이다.
마침 디즈니 크루즈사에서 최근에 건조한 최신 배가 플로리다 포트 커네버럴에서 바하마까지 3박 아니면 4박짜리 짧은 일정을 운항하고 있어서, 우리 아이들도 새로운 배를 경험하는 재미가 있고, 너무 길지 않은 일정이어서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을 것 같았다. 3박짜리 일정을 검색해보니 여덟명이 함께 가는 비용이 우리 가족 네 명이 7박으로 갔던 비용과 비슷한 정도였다.

더욱 화려하고 멋진 위시호의 내부

남편이 혼잣말처럼 한국에서 오는 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해줄지 고민하길래, 지나가는 말처럼 디즈니 위시호 3박짜리 일정에 대해 알려주니 덥썩 미끼를 문 붕어처럼 반응을 보였다 🙂 남편과 나 둘 다 여름 학기 강의를 맡게 되어서 그 급료로 여행 자금이 어느 정도 충당되는 모양인지 반색을 하며 내 생각에 동의했다. 오늘이 크루즈 비용 입금 마감일인데 어제 저녁에 입금을 마쳤다. 이제부터는 각자 체력 관리를 열심히 해서 크루즈 여행을 다녀올 준비를 하는 일만 남았다.
시어머니 덕분에 디즈니 크루즈 여행을 또 한 번 더 하게 되고, 이번에도 휠체어 덕분에 같은 값으로 아주 넓은 객실을 예약해서 덕을 보았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다니는 것이 불편하다면 가족간의 단합이 되기 힘들다. 장애인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아이들이 어르신과 함께 다니는 것을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되니 효도를 해야 한다는 설교가 따로 필요없다. 멀리 떨어져 살아서 친하게 지내기 힘들었던 시동생 시누이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쇼를 관람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는 것도 무척 기대되는 일이다.
이 글을 다 써갈 무렵 친정 엄마와 영상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내년에는 엄마를 모시고 디즈니 크루즈를 한 번 더 다녀와야 할 것 같다. ㅎㅎㅎ

2024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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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hh

우와~ 또 가시는군요 디즈니 크루즈!
저는 아마 탈 일 없을 듯 하지만..ㅎㅎㅎ 위시호 사진만 봐도 설레네요~
여름에 가족분들과 즐거운 여행 되시고, 후기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