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하나 낳아서 13년 정도 키웠더니 인간 구실을 제법 할 줄 알 뿐만 아니라 남들에게 내놓고 자랑해도 좋을 만큼 잘 자랐다. 다 내가 복이 많은 덕분이다. 🙂

지난 일요일인 2월 23일은 둘리양이 열 세 살이 되는 생일이었는데, 영어로는 나이에 최초로 teen 이 들어가는 숫자여서 명실상부한 틴에이저가 되는 날이기도 했다. 토요일 저녁에 친구 여덟 명을 불러서 저녁을 먹고 놀다가 몇 명은 그 밤에 돌아가고 나머지 아이들은 슬립오버까지 하고 다음날 아침을 먹고 돌아갔다.

작년 코난군의 생일 파티가 마음에 들었던지 자신의 생일파티도 윗층이 아닌 지하실에서 하겠다고 했다. 먹고 마시고 노는 모든 것을 지하실에서 하면 어른들의 눈치를 볼 일 없이 자기들끼리 마음껏 떠들고 놀 수 있어서 좋고, 나역시 한 군데만 장식하고 나중에 청소도 한 군데만 하면 되니 좋았다.

우리집 지하실에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티비를 볼 수 있는 시설도 있고 화장실도 가까이 있어서 아이들이 파티를 하기에 좋다. 공간이 넓으니 여러 명의 아이들이 다같이 잠을 잘 수도 있었다.


열 세 살이 된 둘리양은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
사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바라는 것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 뿐인데, 거기에 더해서 이쁘고 똑똑하고 야무지고 재주가 아주 많으니, 공짜로 덤을 잔뜩 얻은 기분이다. 코난군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 가서 콩나물 천 원 어치만 사오면 되는데, 거기에다 덤으로 시금치 배추는 물론이고 과일 한 박스 갈비 한 짝을 덤으로 더 받은 그런 느낌이다. 두 아이 모두 학교 성적은 최상위권, 운동과 음악과 미술은 수준급,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고 선생님들도 예뻐하는 아이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빠 엄마를 좋아해서 사춘기 반항이라든지 버르장머리 없는 행동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키우느라 고생도 좀 했지만, 그 고생 덕분에 이렇게 좋은 날이 왔다고 생각하니 보람이 느껴진다.

애플사는 골드만 삭스 은행과 연동해서 신용카드를 발급해주는데 만 13세가 되면 어린이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코난군은 진작부터 이 카드를 주어서 용돈으로 쓰게 했는데 오늘 드디어 둘리양도 애플 카드를 생일 선물로 받게 되었다. 전화기나 애플 시계를 마트 계산대에 갖다 대면 돈을 지불할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사용가능 금액을 부모가 지정할 수 있어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거금을 지출하지 못하게 단속할 수 있고 만약에 분실을 하더라도 즉각 사용 중지를 해둘 수 있어서 현금을 용돈으로 주는 것보다 편리하고 안전하다.

일요일 저녁에는 가족끼리 케익에 촛불을 끄고 신용카드 선물을 주었고, 그 다음 날인 월요일은 등교 전에 교정치과 예약이 있었다. 아기때였다면 절대 가능하지 못했을, 치과 의자에 눕는 것, 의사와 간호사에게 스스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니 이제 정말 다 키웠다 싶었다.
손목에 주렁주렁 팔찌는 미리 재료와 도구 준비를 해두었다가 생일 파티 동안에 친구들과 직접 만든 것이다. 친구들은 생일 선물을 주고 답례로 직접 팔찌를 만들어 가지고 갔고 둘리양도 여러 개 만들어서 주렁주렁 달고 학교에 갔다 ㅎㅎㅎ

지난 주 일요일에 있었던 올 디스트릭 밴드 콘서트 장면이다.
둘리양은 학교에서 중3 선배들이 대부분인 가장 높은 레벨의 밴드에 속해 있는데 그 멤버들은 공연에서 입을 드레스를 학교에서 무료로 맞추어 준다. 키가 크고 날씬해서 드레스가 잘 어울리고, 검고 긴 머리카락과도 잘 어울린다.




다음에 시간이 날 때 콘서트 동영상과 생일 파티 동영상을 편집해서 여기에 더 붙이려고 한다.
2025년 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