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양의 중학교 졸업식

둘리양의 중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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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8일 목요일 저녁에는 명왕중학교 졸업식 (사실은 진급식 이라고 함) 이 명왕고 실내 체육관에서 있었다. 300명도 넘는 졸업생과 그들의 가족을 합하면 천 명도 넘는 인원이 날씨 상관없이 한 자리에 모이려니 중학교 시설로는 안되어서 고등학교 장소를 빌린 것이다.
이 날 낮에는 수업 대신에 이 장소에 미리 와서 졸업식 연습도 했다고 한다. 아직 어리고 정신없는 아이들이라, 알파벳 순서대로 줄을 서서 입장하고 정해진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무대 앞으로 나와서 졸업장을 받고 퇴장하는 과정을 연습하지 않으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있었던 중학교 졸업식

명왕중학교에는 한 분의 교장 선생님과 세 분의 부교장 선생님이 있는데, 모든 졸업생들이 이름이 불리면 앞으로 나와서 교장 부교장 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졸업장과 상장이 든 폴더를 받고 자리로 돌아간다.
많은 아이들은 연습한대로 문제없이 걸어와서 졸업장을 받았지만, 그 중 몇 명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휠체어를 타고 나오거나, 졸업장을 받은 후에 자기 자리를 못찾아가서 보조해주시는 선생님이 손을 잡고 데리고 가야 했다. 그나마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뻐해야 할 일이… 학생 한 명은 뇌종양을 앓다가 작년에 죽었는데, 그 부모가 참석해서 명예 졸업장을 대신 받아갔다.

교장 선생님의 축하 말씀

죽은 아이의 부모가 보기에는 장애가 있더라도 살아서 졸업식에 참석하는 아이들이 부러웠을 것이고,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두 손과 두 발로 졸업장을 받아가는 아이들이 부러웠을 것이다. 건강한 아이를 둔 부모들은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교장과 부교장 선생님들과 악수한다

졸업식을 마치고 폴더를 열어보니 중학교 과정을 마쳤다는 증서 이외에도 상장 두 개가 더 들어있었다. 4년 전에 코난군이 받아온 것과 정확하게 똑같은 상장이었다 ㅎㅎㅎ
하나는 중학교 3년 내내 에이만 받았다며 주는 A Honor Roll (내가 마음대로 번역해서 올 에이 상장) 이고 또 하나는 미국 대통령이 주는 상이다. 대통령 상은 세 가지가 있는데, 봉사상, 역경을 딛고 공부를 마친 상, 그리고 우리집 아이들이 받은 Outstanding Academic Excellence (내맘대로 번역하면 공부 젤 잘해 상) 상이다.

명왕중학교 과정을 마쳤다는 증서
3년 내내 올 에이 맞은 학생에게 주는 상장
코난군에 이어 둘리양도 대통령 상을 받았다

두 아이 모두 대통령이 인정한 공부 젤 잘하는 상을 받은 것은 기쁘지만, 하필이면 대통령이 참 못난 리더여서 우리집 벽에 액자로 걸어두기는 하되 그 이름을 스티커로 가려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장 선생님과 기념 사진

둘리양은 얼마전에 있었던 버지니아주 모든 학생들이 치르는 일제고사에서 사회 과목 만점을 받았다. 즉 버지니아 주에서 일등을 한 것이다. 그것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이다보니 졸업식을 마치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을 때 마다 둘리양에게 칭찬의 말씀을 해주셨다.
이번 해에 초임 발령을 받은 사회 선생님은 아마도 둘리양 덕분에 자신이 더욱 으쓱한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 자신이 잘 가르쳐서 만점자가 나왔으니 말이다.

사회 선생님과 기념 사진

졸업식에 둘리양이 입은 드레스는 내가 입다가 작아진 것을 가져다 입은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한눈에 봐도 비싸보이는 고급스러운 드레스를 입었는데, 둘리양은 나도 예쁘고 비싼 드레스를 사달라는 말도 한 번 안꺼내고 엄마의 헌 옷을 입었다. 그래도 자기 신발 중에 색깔 맞춤을 해서 골라 신고, 혼자서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머리도 구불구불하고 예쁘게 잘 손질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아이들과 함께

나는 생화를 사줄 돈이 아까워서 집에 있는 털실로 꽃다발을 뜨개질해서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색이 화려하고 꽃이 귀여워보여서 많은 사람들이 ‘이거 직접 만들었냐’고 묻고 칭찬을 해주었다. 재료비는 집에 있는 것으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한 푼도 들지 않았지만, 굳이 원가를 따진다면 1달러쯤 될까?

엄마가 만들어준 꽃다발을 들고

구두쇠 자린고비 엄마이지만, 손재주가 있어서 남들 보기에 남루하지는 않은 졸업식 차림새였다. 물론, 둘리양의 미모가 훌륭해서 그렇기도 했다.

블랙스버그 미들 스쿨 (=명왕중) 간판 앞에서

이제 이번 여름이 끝나갈 무렵 8월 중순이면 이곳 명왕고 학생이 된다. 사실은 재작년에 마칭밴드에 가입하면서 고등학교 밴드 교실을 수없이 들락거렸고 작년부터 지금까지는 고등학교 학생들과 수학 수업을 함께 듣느라 고등학교에 등교하고 있어서, 심정적으로 절반쯤은 이미 고등학생이 된 느낌이다.

블랙스버그 하이 스쿨 (=명왕고) 간판 앞에서

이번 토요일 아침에는 명왕고 졸업식이 있는데, 고등학교 체육관이나 강당보다 더 큰 시설이 필요해서 버지니아 공대 실내 체육관을 빌렸다. 오늘은 코난군과 남편이 테니스 대회 때문에 참석을 못하고 나혼자 둘리양의 졸업식에 참석했지만, 토요일 아침에는 온가족이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참, 오늘 코난군은 복식 경기에서 우승을 했고 그래서 다음 주에는 또 멀리 다른 도시로 가서 스테잇 챔피언쉽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둘리양

2026년 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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