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0

상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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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나 상현이로부터는 연락을 받았었는데(광수는 홈페이지에 글을 남겼고, 상현이는
개인적으로 메일을), 너로부터의 연락은 처음이구나.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지난번 결혼식 때 한국에 갔을 때는 너무도 시간이 없어서 네 집에 들르지도 못했구나.
미안하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치루고, 사람들을 만나느라 소홀히 했던 사람이
너뿐만은 아니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많은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다.
그나마 규열이네에서 네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앞으로 너도 자주 이곳 홈페이지에 들러서 몇 마디 남기기도 해라.
괜찮은 글이 있어면 갈무리(베껴서)를 해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에 올려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어 유익하기도 하겠지.
난 이곳을 우리 친척들 가족들의 쉼터가 되었으면 했는데,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글을 남기는 것을
약간 두려워 하기도 하고 부끄러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좀더 시간이 지나면 많이 참여하리라 생각한다.

사실 네가 노사모였다는 것에 약간은 놀랬었다.
우리가 너무도 오랜 동안 연락없이 지내면서, 서로의 변화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이었겠지.
내 기억엔 우리가 대학시절 어쩌다 만나서 생맥주 집에서 맥주를 한잔 할 때면,
나는 네게 소위 말하던 의식화를 했었고, 또 넌 내 이야기의 내용에 놀라워 하면서 듣곤 했었다.
하지만 또 다시 만났을 땐 너의 반응은 항상 그런 식이어서,  난 내 말을 네가 진정으로 들었었던지
약간은 의심스러웠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르고 서로 연락도 없이 지내왔으니 서로의 약간의 변화에 생소할 수 밖에.
하지만 우리가 변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고 그래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이번 선거처럼 맘 졸이며 기다린 적은 없었겠지.
영화를 만들어도, 이런 극적요소를 지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선거 하루전 그러니까 정몽준이 지지 철회했을 때,
학교로 출근하기전  난 아침에 인터넷을 보면서 승리를 확인하고 있었다.
근데 갑자기 한겨레 신문의 헤드라인이 바뀐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규열이가 채팅에 들어와서 나를 찾았다.
나도 어찌된 일인지 물었고, 규열인 뉴스를 막 보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규열인 다 이겼는데 망한 것 같다고 하고,
난 오히려 잘됐다며 정몽준 없이 이기는 것이 더 낫고,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규열인 여전히 불안하다고 했다. 채팅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나만 더 잘됐다, 이길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노하우에서 많은 사람들이 낙담하지 말라고 했고,
특히 유시민이 긴급하게 글을 올려서 자기 글을 게시판의 맨 처음으로 옮기라고 했었지.
어쨌든 난 그길로 학교를 갔고, 그날 하루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곤 그날 저녁은 새벽 2시에
출구 조사 결과를 보고 잠이 들었다가 5시부터 다시 개표를 보았다.
사실 이런일이 내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지.
얼마전에 경아 부부가 내려와서 플로리다를 갔다 왔었는데,
경아 남편도 비슷한 이야길 했다. 장인 어른 댁에 전화를 해서 노무현을 찍으라고 전화를 했었다고.
여담으로 마산 고숙(이숙)네는 원래 1번으로 통일했었는데, 사위의 전화로 2번으로 바뀌었다고 경아는 이야기 했다. 마산 고모는 양수도 자기 집에 전화를 해서 30분 가까이 2번 찍으라고 이야기 했다면서 자기 사위도 그렇다고 했더랬다. 나는 윤주에게 전화를 해서 우리집도 2번으로 통일하고, 양지은 양지선도 내가 한턱내겠다고 하면서 꼬시라고 했다. 나중에 내가 한턱을 내야 할지 경아 신랑이 내야 할 지 모르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건 노하우에 올라와 있는 무수히 많은 글들 중에 하나겠지.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했고, 노력을 한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 사람들이라는 것이겠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가서 싸웠던 87년 6월의 결실을 본것이겠지.
나는 너나 규열이나 경아 신랑이나 우리 친척이기 때문에 좋기도 하지만,
또 우리 모두가 같은 세대 시대에 살면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기쁘다.  
우리가 진정 주인이란 생각도 들고.

월드컵 때도 많은 자축 파티를 했었다. 솔직히 말해서 기쁘기도 했지만
이젠 반성도 좀 한다. 귀화 러시아인 박노자 교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월드컵의 4강이 우리의 자긍심을 높혀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의, 음지에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삷의  질을 향상시켰는지는 의문이다. 우리의 경제가, 정치가,
교육이나, 사회 복지가 4강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지고 그 길이 멀게 느껴지니까.
이런 것들도 우리의 세대가 발전시켜야 겠지.

답장이 꽤 길어졌구나.  
네가 다시 이곳에 답장을 남기길 바라며, 이곳에 너의 소식에 대한 답장을 남긴다.
제수씨께도 안부 전하고,  한번 이곳에 들르라고 전해줘라. 광수도 상현이도 다시 들르라고 하고.

아직 겨울 끝나지 않았으니 감기도 조심하고.

그럼. 이만.

양수 씀
* 김양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9-1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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