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하는 교황과 틱낫한 스님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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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9시 밤색 승복 차림 수행자들의 화음이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을 울린다. ‘영적 스승’ 틱낫한(77) 스님과 그의 제자들이 명호하는 ‘관세음보살’의 산스크리트말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화와 두려움으로 들끓는 세상을 향해 모든 사람들이 내면의 불성을 일깨우라는 합창인 듯하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총리는 ‘한쪽은 신, 다른 쪽은 악마’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하고 있다. 그들은 한쪽이 고통을 받으면 다른 한쪽도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머지않아 미국에도 다른 형태의 고통이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에 머물고 있던 그는 반전 평화운동에 앞장서 모든 전쟁 당사자들로부터 배척당했다. 결국 프랑스로 망명해 수행공동체인 플럼빌리지(자두마을)를 결성해 지금껏 그곳에서 살고 있다. 평화에 대한 그의 소신은 변함이 없다.

그는 고국 베트남 전쟁의 예를 들어 “베트남 국민만 고통을 받은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젊은이들도 5만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며 “이라크 전쟁도 이라크 국민만이 아니라 미국과 미국민에게도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어려움에 처할 길로 가서는 안 된다고 얘기해주는 게 진짜 친구”라며 프랑스와 독일의 전쟁 반대를 옹호했다.

남북한 문제를 두고서도 그는 형제애의 시각에서 접근한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에게 ‘절대로 우리가 먼저 형제를 향해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겠다’는 것과 ‘어느 누가 북한을 공격하더라도 형제애로 보호하겠다’는 점을 분명히해야 한다.”

그는 “형제가 다른 사람에게 맞고 있다면 돕는 것이 형제의 도리일 것”이라며 “만일 북한이 굶어가면서까지 핵을 개발한다면 이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 경쟁을 벌이는 기자들에게도 호소했다. “직접 글을 쓰는 여러분은 남과 북이 둘이 아니고 가족이라는 것을 널리 자각시킬 소임이 있다. 형제간의 전쟁을 막을 책임이 여러분에게 있다.”

노승의 움직임은 느린 영상 같다. 천천히 찻잔을 든다. 차를 마실 땐 오직 차를 마실 뿐이다. ‘과거’에도 머물지 않고, ‘화’에도 머물지 않는다. 거친 호흡을 내려놓고, 오직 ‘지금 여기’에 머물러 있다. 항상 ‘지금 여기’에 깨어 현실을 직시하는 그의 말은 부드럽지만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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