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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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나기득 (2004-03-12 오후 10:33:37 , 조회 : 480, 투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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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조할아버지
쓸어져가던 가문을 어찌 한 번 세워볼꼬
많은 밤 잠 못 들며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자존심 상하고
말조차 안 통했지만
일본 제국주의자들을 만나
머리 숙이셨다

독립한다고 부르짖는 골빈 놈들의
끝없는 미움
정신대나 징용에 끌려가던
개나 돼지의 침 뱉음
심지어는 일제(日帝)로부터의
오해를 받을 때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어 참으셨다

우리 가문이
오늘날 누리는
이 빛나는 돈과 권력이
바로 그렇게 시작되었단 말이다

망할 일본 놈들
합방했으면 천 년 만 년 지킬 일이지
백 년도 못해 먹고 가다니…
할아버지 맥 놓고 원망만 하시다가
이윽고 떨쳐 일어나
헬로우 하니~
미군부대 찾으셨다.
반민특위 큰 파도를
미국파에 붙어 만주파 왕따 시키며
겨우겨우 넘으셨다

한숨 돌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금고랑 곡간이랑
좀 채워볼까 했더니
어라, 이번엔 총칼 찬 군인들이네?
돈으로 아부하고
구린 데 감싸주어
꺼질 뻔한 가문의 불씨를
겨우 살리셨다

그렇게 지켜 온 가문과 자리와 돈이다
그 피를 이어받아
신군부와도 입 맞추고
지역 맹주와도 붙어먹었다
우리 가문도 간과 쓸개가 있는데
어찌 자존심 상하지 않았겠느냐만
오직 가문을 지키라는
선조 유언을 굳게 받들어
그렇게 처절하게 지켜온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내 대에 와서
이게 무슨 변고일까
친구 집안 떨어지고
상고(商高) 나온
촌거지가 그만 덜컥 되었구나

껄껄껄
저 놈도 이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돈으로 달래도 보고
협박도 해봤는데
요지부동 끄떡도 않는다
조상님들처럼
납작 엎드려 죽어지낼까도 생각해 봤지만
옛날에 해먹어서
벌써 똥 된 차떼기 책떼기 까지
다 토해내란다
대명천지 민주 사회에
이 무슨 깡패 짓거리란 말이냐

밤마다 잠자리가 불안했고
정녕 내 대에서
이 가문이 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아침을 맞아야 하는
지난 일년이었단 말이다

양식 있는 사람들아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가는 사람들아

너희가 나라면 어찌하겠느냐
너희가 나라면
정녕 기필코
탄핵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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