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문기 제 5편: 일산과 분당 사이
너무나 좋았던 한국방문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하여 방문기를 써보려 합니다. 읽어보시고 첨삭이 필요한 부분은 친지 여러분께서 또한 올려 주시길 바랍니다. 아참, 그리고 보다 진솔한 글쓰기를 위해 존댓말을 쓰지 않는 점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___^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여 분당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사촌시누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대장정을 나섰더랬다. 친정집에서 가장 가까운 3호선 대화역에서 서현역까지 지하철을 탄 시간만 두 시간 10분. 중간에 분당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린 시간과, 표를 사고 출구를 찾아 두리번거린 시간까지 합하면 두 시간 반, 왕복으로 무려 다섯 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양박사 (경아아가씨를 이렇게 불러보니 좀 색다른 느낌이…ㅎㅎㅎ)는 지난 겨울에 귀국하고 연주회를 가졌었는데 거기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방음장치가 잘 된 연습실도 있겠다, 한국에선 수 억이나 한다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를 한 곡 청하고도 싶었으나, 누가 나더러 유아교육 전공했으니 애 좀 보라고 하면 그다지 즐겁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라 참기로 했다.
한국에서 나의 임시 짝궁이었던 큰시누이와, 친구 혜진씨 모자, 경아, (양)지선 아가씨와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경옥이 아가씨가 오기를 기다리며 왕수다를 풀었다. 지선 아가씨와 나만 빼고는 다들 음악을 전공한 터라, 아무래도 음악 이야기가 많았고, 또 아줌마들이 다수라서 주부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직은 우리 모두 자리가 덜 잡혔고, 해야할 일들이 많은 나이라 그런지,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보다는 무언가를 이루어야겠다는 마음과 좀 더 잘 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그래서 서로에게 격려가 되는 그런 분위기였다.
나중에 지선이 아가씨가 학원 수업때문에 빠지고, 그 자리를 경옥이 아가씨가 메꾸어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점심으로 먹고 남았던 낙지전골 국물에 밥을 볶아서 (혜진씨의 오랜 살림 경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냄비째 먹으면서 우리는 웃기도 하고, 가끔 한숨짓기도 하고, 그렇게 화기애애했다.
경옥이 아가씨나 혜진씨는 나와 처음 만나는 자리였고, 윤주, 경아, 지선 아가씨 모두와 마찬가지로 내게는 “시누이, 혹은 시누이 뻘” 되는 사람들이었지만, 우리는 격의없이 허물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왜냐하면… 우리들 모두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고만고만한 여자들이라는 동지의식이 있었고, 또 혈연으로든 다른 인연으로든 소중한 인연으로 얽힌 사이라는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