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는 아직 모름
하나…
그 사람과 함께 걷다가 우연히 눈에 뜨인 연인을 발견해도,
정답게 맞잡은 그들의 두손에 그늘진 내 두눈을 맞물려야 한다해도
아무렇지도 않게…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해야 합니다
지금 옆에서 느껴지는 숨결을 저 연인들처럼, 손가락 몇개와
조그만 살빛 고동이 느껴지는 보드라운 살결로 느끼고 싶다해도
그렇게…아무렇지도 않게 참아야 합니다
실은 안그렇지만…
꼭 안아주어도 성에 차지 않으면서도 사랑한다면 참아야 합니다
우정이란 이름으로 사랑해야 한다면…정말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남몰래 눈물 한방울은 떨궈야 하는 겁니다
둘…
그 사람에게 꼭 주고싶은 무언가를 봐두었어도
그냥 못본걸로 애써 지나쳐야 합니다
그래도………정말 그래도 그 사람에게 주지 않으면 미칠것 같을때는
이렇게 얘기하며 주어야 합니다
“이거 누구 주려고 샀는데 맘에 안든가 보더라…뭐 그냥 너 가져……”
다른 누구는 생각도 못해봤고 정말 꼭 그 사람 주려고 샀다해도
그거 말고 다른 것도 전부 사다주고 싶으면서도
사랑한다면 참아야 합니다
우정이란 이름으로밖에 사랑할 수 없다면…
정말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남몰래 눈물 두방울은 떨궈야 하는 겁니다
셋…
그 사람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었어도 그 사람의 주위 친구들처럼
애써 조금만 걱정해야 합니다
실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너무나도 걱정되서
지금 숨쉬는게 벅찰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도, 별거 아닌 감기이지만 당장 어떻게 되기라도 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차라리 그 사람 대신 내가 아플 수 있다면…하고 가슴 아프다해도
뭐 곧 괜찮아지겠지…하며 겉으로는 애써 의연해야 합니다
그렇게…미어지는 가슴을 추스리며 사랑해야 합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고자 한다면…정말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남몰래 눈물 세방울쯤은 떨궈야 하는 겁니다
넷…
어쩌다 가끔…아니 사실 내가 숨쉬는 순간순간마다이겠지만…
그 사람이 보고 싶을 때가 있어도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참아야 합니다
보고픔이 너무 클 때는그냥 목소리만으로라도 대신하고파 떨어지는 동전 몇 개와,
그 사람은 보지 못하는 떨리는 손에 쥔 수화기로 전해오는 목소리를
웬지 모를 긴장탓에 무슨 얘기인지는 하나도 모르면서도
그저 그 사람의 숨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안삼아야 합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못보면 미칠 것 같을 때는
우연을 가장한 어설픈 만남을 꾸미는 것으로 그 목마름을 달래야 합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려면…정말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남몰래 눈물 네방울쯤은 떨궈야 합니다
다섯…
그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길지도 않은 이 말을, 다른 그 어떤 말보다도 꼭 내 떨리는 숨결로
전하고픈 이 말을…결코 실수로라도 내뱉어선 안됩니다
정말 그냥 스쳐가는 장난으로라도 해주고 싶은 비굴한 바램마저도 무참히 접어야 합니다
그래도…
어떻게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미칠것 같을 때는 알지 못할 외국어로
어디선가 그 말을 용케 주워들어 내뱉고서는 별말 아니라며
결코 알려주지 않고서 장난으로 지나칩니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언제까지나 내겐 그 말이…
정말 길지 않은 그 말이 너무도 낯설게만 여겨질 것 같은 알지 못할 두려움 때문입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때는…정말 그래야 합니다
그렇게 남몰래 눈물 다섯방울쯤은 떨궈야 하는 겁니다
..가끔..정말 아주 가끔일지 모르지만
우린 사랑받기를 버거워하는 이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고 우정이란 이름을 빌려 그 이의 옆에 있고자 하는
아주 몇몇의 안타까운 사람들 중 하나가 되곤 합니다
단지 그 사람을 우정으로라도 곁에 두고 싶은 바보같은 욕심때문에…
우린 그것을 모르는게 아니면서도 그리하곤 합니다
하지만…정말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당신만은 이 글의 주인공처럼은 사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남몰래 떨구는 다섯방울의 눈물보다 당당히 그 사람앞에서 그 사람을 위해
흘릴 수 있는 단 한방울의 진한 눈물과
그 사람을 위해 한없이 지어도 아깝지 않을 천가지 미소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당신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간직할 수 있는건 우정이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건…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