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녀의 괴로운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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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라 선생님의 갑작스런 은퇴 결정과, 영민이 돌보랴 학교 일하랴 분주한 생활과, 개강이 슬슬 다가오면서 아직도 끝내지 못한 숙제들이 모두 힘을 합해 내 정신을 공격하려 한다. 바야흐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요즘의 내 삶을 불평불만 버전으로 써보고, 또 긍정적 버전으로 다시 써보자.

먼저 불만 버전:

남들은 대학 교수는 기나긴 여름 방학 동안 놀고 먹는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두 과목 여름학기 강의는 가욋돈이라도 생기니 그나마 참을 수 있다. 아니, 사실은 절반이나 되는 돈을 세금으로 떼이고나니 눈 깜짝할 사이에 코를 베인 기분이다.

바바라 선생님이 난데없이 은퇴를 하신다니, 그 여파가 고스란히 내게 돌아온다. 원래 내가 가르치기로 되어 있던 과목은 모두 시간강사들에게 맡기고 – 늘 가르쳐오던 과목이라 강의 준비도 가볍고 부담도 덜해서 좋아했건만 – 교생실습 지도와, 그에 관련된 아주 중요한 과목을 가르치게 되어서 준비할 것이 무척 많아졌다. 강의 자체도 교육계획안 작성이며, 교실 운영, 테크놀러지 등등 아직 내게 익숙지 않은 내용이라 버겁지만, 무엇보다도 교생실습 지도 준비라는 것이 그 얼마나 복잡하고 자질구레한 것인지…

게다가 이번 학기에 교생실습을 하는 학생 수가 유아교육과 사상 최대인원이다. 내가 그들의 어드바이저이기도 해서, 그네들의 수강신청, 추천서 쓰기, 학사관리, 등등도 내 몫이다. 그 와중에 웬 대학원생은 또 네 명이나 입학해서 학사일정 계획이며, 각종 서류 작성해서 대학 본부에 제출하는 등의 일을 하게 만드냐구… 그 수많은 학생들이 이메일은 또 오죽이나 보내대야 말이지…

시간 강사로 임용된 사람들은 또 걸핏하면 작년도 강의계획안을 보여달라, 교과서를 빌려달라, 강의자료를 나눠달라, 질문에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메일로 릴레이를 하지… 남 시키느니 그냥 내가 하고 말지 하는 생각이 열 두번도 더 든다.

유아교육과 행정에 관해서 버지니아 교육부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 써야지, 몇 년마다 받는 리뷰(일종의 감사 같은 것)가 내년이라 그 준비도 해야지, 해마다 제출하는 내 업무보고서도 곧 내야하는데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는 와중에, 옆 방 동료 셰런은 작년에 이미 좋은 평가를 받아서 테뉴어를 보장받게 된 것을 보니 조바심이 난다. 내가 셰런보다 일은 더 많이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보고서를 멋드러지게 쓰지 못했던 것이 원인인 듯 하다.

학교 이야기는 이 쯤 해두고, 영민이 요 녀석!
이가 나느라 잇몸이 들떠서 아프고 괴로운지 밤마다 두 세 시간을 칭얼거리며 힘들어한다. 토닥여주어도, 안아주어도, 젖을 물려도, 잇몸 맛사지를 해주어도, 약을 발라주어도, 그 어느 것도 효과가 없고, 영민이는 우느라고 나는 달래느라고 땀범벅인데, 샤워는 커녕 이닦고 세수할 짬도 내기가 힘이 든다. 하루에 네 가지 이유식과 모유 분유 준비해서 도시락 싸보내야지, 모유는 짜서 얼려야지, 녹여서 병에 담아야지, 조그만 젖병과 이유식 병은 설겆이 하기가 왜그리 힘든지…

영민이 아빠는 12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하고 여름학기 강의중이고, 그 와중에 지하실 공사까지 하느라, 나를 도와주기는 커녕 내가 때맞춰 밥해줘야지, 청소며, 영민이 돌보기며… 완전히 독박을 쓰고 있다.

어디보자… 불평할 꺼리가 그 뿐만이 아닐텐데…?

광우병이 기분나빠 수상한 쇠고기는 안먹다보니, 한 끼 쯤은 햄버거로 간단히 떼우던 것도 못하고 주구장창 밥하고 반찬 만들어서 밥상을 차리자니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집 안팎의 식물들은 곧 운명하실 시점인데, 내 목마른 물 마시기도 바쁜데 그들에게 물줄 여유가 없다.

쌀과 김치가 다 떨어져가는데 네 시간 거리 장보러 가자니 한숨부터 나온다.

운동을 못해서 두꺼운 허리가 아주 괴롭다.

엄마 생신이고, 후배 출산이며, 시댁 안부 등등 인간관계 경영은 손놓은지 오래되었고…

아휴… 그냥 괴롭다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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