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겠노라고 글을 올려놓고도 한참 동안을 책을 멀리하며 살다가… 며칠 전에 책장에서 뽑아들은 책이 바로 함석헌 선생이 저술한 <뜻으로 본 한국역사> 이다.
언젠가 티브이에서 함석헌 선생이 타계하셨다면서 뉴스를 비롯한 심층보도 다큐멘터리에서 함석헌 선생에 대한 보도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인상깊은 턱수염도…
<머릿말>과 <넷째 판에 부치는 말>, 그리고 한길사 편집부에서 쓴 글을 읽어보니, 이 책이 상당히 역사가 깊은 기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책의 제목은 <성서적 입작에서 본 조선역사> 였던 것을 나라가 해방이 되고, 격동의 시기를 지나면서, 선생의 기독교관과 세계관 역사관이 발전함에 따라 책의 내용도 일부 수정되고 제목도 <뜻으로 본 한국역사> 라고 바뀐 것이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이제 이틀째라, 아직 한국의 역사는 시작도 못하고, 선생의 머릿말과 역사를 인식하는 방법 혹은 철학에 관해 쓴 1부를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선생의 종교관에 200퍼센트 동의하면서 그의 팬이 되었음을 밝힌다.
“그래, 바로 이거야!”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들었던 구절을 옮겨본다:
내게는 이제 믿는 자만이 뽑혀 의롭다 함을 얻어 천국 혹은 극락세계에 가서 한편 캄캄한 지옥 속에서 영원한 고통을 받는, 보다 많은 중생을 굽어보면서 즐거워하는 그런 따위 종교에 흥미를 가지지 못한다. 나는 적어도 예수나 석가의 종교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략)
장차 앞에 오는 역사가 나를 옳다 할 것이다. 또 타락이니 올라가니 하는 것이 상대적이 아닌가? 지옥에서 보면 천당이 타락 아니겠나? 그러나 천당도 지옥도 문제가 되지 않는 높은 자리에서는 남이 타락이라거나 구원이라거나 상관이 없다. 남을 천당에 올리고 지옥에 떨어뜨리는 것이 내 일이 아니라, 나는 내 믿음을 가지고 생의 대행렬에 참여할 뿐이다.
혼자서 안락하기보다는 다 같이 고난을 받는 것이 좋다.
천국이 만일 있다면 다 같이 가는데가 아니겠나!
(19-20쪽 에서 인용)
마음 깊이 동의하는 내용에는 내가 추가로 밑줄을 그었다.
1부를 다 읽고나면 본격적인 한국의 역사가 전개될 모양이다.
마저 읽고 이 책에서 배운 것과 느낀 것을 정리해 다시 글을 쓰기로 내 자신과 약속한다.
2011년 3월 2일
2011년 7월 18일
마침내 이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마음을 다잡고 읽으니 한 나절에 절반이 넘는 챕터를 읽을 수 있건만, 그간 눈앞의 일에 정신이 팔리고, 세속의 일에 마음이 뺏기는 바람에 내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데 게으름을 부린 것이다.
참으로 모순되게도, 이 책에서 시종일관 역설하고 강권하는 것이, 역사의 흐름을 통찰하고 거기서 반성을 하고 보다 나은 개인적/대승적 삶을 위해 노력하라는 내용이었으니, 어쩌다 한 번씩 책장을 펼칠때 마다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어쩌면 그 부끄러운 죄책감 때문에 책 읽기를 더 멀리했던건가 싶기도 하다.
단군시대부터 5.16 군사혁명에 이르기까지 오천년 역사를 조리있게 요약하는 가운데 저자의 박학다식함이 단연히 드러난다. 역사나 철학은 말할 필요도 없고, 종교학, 물리학, 사회학, 교육학, 음악과 미술을 모두 아우르는 식견으로 후세대에게 간절히 당부하는 글은 참으로 훌륭하다.
함석헌 선생님께서 이십일세기인 지금에 이 세상을 보면 이 책의 다음 챕터에 무어라 쓰셨을까 대략 짐작이 간다.
눈앞의 사소한 이익에 눈이 멀어, 큰 역사의 흐름과 인류에게 주어진 사명을 깨닫지 못하고, 즉흥적인 감각에만 주의를 기울이지,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알지못하는 우리들에게 대갈일성을 하실것 같다.
이 역사책의 다음 챕터를 쓰는 마음으로,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게 주어진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고작 한 권의 책읽기를 끝내고 독서감상문을 쓰는데 여러 달의 시간이 걸린 것이 참 부끄럽다.
하지만, 첫 발자국을 시작했다는 마음에 뿌듯하기도 하다.
2011년 7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