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2026학년도를 마침

2025-2026학년도를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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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들의 학교는 아직도 학기중이지만 우리 학교는 지난 주말 졸업식으로 학년이 끝났다. 졸업식 이후에도 성적 처리와 웍샵 등으로 바빴고 오늘도 줌 미팅이 있긴 하지만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방학이다. 다른 가족들이 모두 등교 출근한 후에 조용한 집에서 느긋하게 글을 쓰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대학원 졸업식에서 후드를 씌워준 학생과 함께

학부 졸업생들은 가운과 캡만 쓰고 졸업식에 참석하는데 반해, 대학원생들은 가운 위에 후드를 입는데, 그 후드를 지도교수가 직접 입혀주는 것이 학위수여식의 중요한 절차이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따로 졸업식을 한다.
이번 대학원 졸업식에서 내가 후드를 씌워주고 졸업시킨 학생은 싱글맘인데 무려 네 명의 딸을 두었다. 가장 맏이는 우리집 코난군과 같은 학년이어서 수업중 쉬는 시간에 아이들 프롬 파티 이야기라든지 대학 보내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가장 막내는 유치원에 다니는 나이여서 가끔 엄마를 따라 학교에 오면 내가 캔디를 나눠주기도 했는데 졸업식에 와서 오랜만에 다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우수 학생 상을 받은 학부 졸업생과 이번에 은퇴하는 동료교수 섀런

멕시칸 이민자의 자녀로 스페인어와 영어를 모두 유창하게 말하는 이 학생은 내가 지도하는 교육학 아너스 소사이어티 기구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각 전공별로 한 명씩 받는 우수 학생 상을 받고 졸업을 하게 되어 동료교수 섀런과 내가 함께 축하하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2005년에 나와 함께 임용되었던 섀런은 이번 여름에 은퇴를 한다. 미국에서는 정년퇴직 연령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 언제 은퇴할지는 본인이 정한다. 나보다 열 살 정도 많은 나이이고 우리 학교에 임용되기 전에 다른 학교에서도 교수로 일한 적이 있어서 아마도 은퇴연금과 노령 건강보험 (메디케어라고 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기라서 은퇴를 결정했을 것이다. 2005년에 우리 학과에 함께 임용되었던 다섯 명 교수 중에서 나와 내 또래 동료 한 명, 그렇게 두 명만 남았다. 성인 자녀를 둔 이 동료도 언제라도 은퇴할 준비가 된 것 같지만, 나는 둘리양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는 돈을 벌어야 하니 앞으로 최소 10년은 더 일할 것 같다.

종강 기념 모임에서 먹은 음식들
위 사진에서 빠뜨려서 추가한 음식 사진 🙂

우리 학교에는 나 말고도 한국인 교수가 열 명 더 있는데 각기 전공이 달라서 학기 중에는 못만나고 바쁘게 산다. 그래서 학기말 즈음이면 학교 교내 식당에서 다같이 점심을 먹곤 하는데, 학교 식당은 너무 크고 다른 사람들도 많아서 테이블 건너편 멀리 앉은 사람과는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다. 올해에는 좀더 오붓하고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려고 우리집으로 초대를 했다. 물론 이번에도 바쁘거나 다른 일과 겹쳐서 올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지만, 모인 사람들 끼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후식 중에 브라우니는 둘리양이 구웠고 커피는 새로운 머신으로 내린 것

명왕성에는 한국식당이 없기 때문에 늘 한국 음식이 고픈 사람들이어서 몇 가지 안되는 음식을 준비했지만 모두들 좋아하며 내가 만든 한국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특히 요리를 해주는 와이프가 없는 여자교수들, 특히 싱글 여교수들은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고도 했다 ㅎㅎ

래드포드 대학교 한국인 교수들을 초대함

학교는 종강을 했지만 학년말 아이들 행사를 따라다니느라 내 달력은 여전히 뭐가 많이 적혀있다. 학기 중에는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매번 같은 일이 (강의와 미팅) 반복되니 잊어버릴 일이 없는데, 학기말이 되어가니 비정기적인 일정이 많이 생겨서 하루에도 몇 번씩 달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면 학생 시상식이라든지, 평소 강의 스케줄과 다른 날로 잡힌 기말 발표와 시험 일정, 내년도 강의 준비를 위한 – 특히 은퇴한 섀런을 대체할 신입교수가 없어서 기존 교수들이 새로운 강의를 맡아야 함 – 미팅을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해야 하는 등의 일이 많았다. 미국인들은 서로의 방학이나 휴가를 존중하기 때문에 새학년도를 의논하는 일을 방학 중에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안그래도 바쁜 학기말에 이런 일까지 더해서 다 마쳐야 한다.
앞으로 3주일 동안은 아이들 학교 행사로 바쁠 예정이다. 이미 지난 주말에 로아녹 청소년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었고, 앞으로는 둘리양의 피아노 리사이틀, 학교 밴드 콘서트, 밴드 연주 여행, 중학교 졸업식 등이 있고, 코난군은 테니스팀의 바베큐 파티, 시니어 나잇 게임, 졸업식, 졸업 파티 등등이 예정되어 있다. 버지니아주 육상대회에 출전할 둘리양의 이야기라든지 AP 시험으로 점심도 못먹고 하루 종일 시험만 치른 후에 테니스 연습을 했던 코난군의 이야기 같은 것은 따로 글을 쓰려고 한다.

2026년 5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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