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4

꼼수로 혹은 올바른 방법으로 인생을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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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꼼수다> 라는 인터넷 라디오 방송이 인기를 몰고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 17대 국회의원 (다른 말로 하면 “전직” 국회의원) 정봉주, 시사평론가 김용민 교수, 그리고 시사주간지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가 대본도 없이, 연습도 없이, 거침없는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정치 문제를 분석하는 일종의 대담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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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어준, 정봉주, 주진우, 김용민

이 프로그램의 제목, “나는 꼼수다” 라고 말하는 이는 다름아닌 ‘이 세상에서 안해본 일이 없는, 생긴 것과 하는 짓이 쥐를 닮은’ 바로 그 사람이다. 즉, 그 인간이 어떤 꼼수를 부리고 있고, 그로 인해 정치와 사회 전반에 어떠한 부조리가 판을 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꼼수> 인 것이다.

이들의 방송을 듣고있노라면, 보통의 시사일간지나 저녁 뉴스에서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것과 달리, 한 가지 사건에 대한 배경과 그에 대한 결과, 사회에 미치는 파장까지 포괄적인 이해가 아주 쉽게 된다.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매끄러운 음성으로 기계처럼 전달하는 뉴스는 나로 하여금 왠지 정치라는 것은 남의 이야기이거나, 듣고 있자면 속시끄러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데 반해, 이들의 이야기는 귓속에 쏙쏙 들어와 명쾌하게 박힌다.

얼마 전에 들은 방송에서는 ‘가카’가 얼마나 치사하고 쪼잔한 인성을 가진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소개되었다.

예전에 가카가 자기 소유의 강남 영포빌딩에 매일 출퇴근 하던 시절에 단골로 다니던 보신탕집 주인이 폭로한 일인데, 소망교회 다니는 졸개 서너 명을 항상 데리고와서 밥을 먹으면서 밥값을 한 번도 직접 낸 적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졸개들과 겸상을 하지 않고, 혼자서 열 여섯명이 앉을 수 있는 방을 장사가 바쁜 점심 시간 내내 독차지하고 앉아서 밥을 먹는 바람에 영업에 지장이 많았다는 것이다. 

더욱 치졸한 것은, 네 명이 오거나 여섯 명이 오거나 심지어 여덟 명이 와서도 언제나 음식은 2인 분만 시켰다고 한다. 개고기 수육이 일 인분에 만 팔천 원이고, 그걸 시키면 탕 한 그릇이 써비스로 나오는 방식인데, 사람 수에 관계없이 수육은 이 인분만 시키고 탕은 네 그릇이고 여덟 그릇이고 간에 공짜로 먹었다는 것이다.

한창 손님이 많이 오고 바쁜 시간에 혼자서 16인분 자리를 차지하고 앉고, 나머지 졸개는 홀에 있는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것만 해도 진상인데, 수육 2인 분을 반으로 나누어 반은 방에 앉은 지가 먹고, 나머지 반은 바깥에 앉은 졸개들이 나누어 먹고, 탕은 공짜로 한 그릇씩 다 받아 처먹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문득 떠오르는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 있다.

저 멀리 미국 동부의 어느 공대에 교수로 계신 남자분이 있는데, 이 분은 평소에 입만 열면 자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자랑하곤 하신다. 자신은 공부를 남보다 잘 했고,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자신의 마누라 역시 교수인데 (나랑 같은 학교) 그 학교에서 가장 어려운 과목을 맡아 가르치고 있으며, 자신이 타고다니는 승용차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만든 것이고 (우리집 차와 같은 종류지만 더 오래된 연식), 자신이 얼마전에 구입한 카메라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화질을 자랑하며 (우리집 것과 같은 상표지만 최신 모델), 자신이 살고 있는 (월세) 아파트가 동네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아파트이고… 등등 이런 식이다.

거기까지는 참고 들어줄 수 있다.

헌데, 이 인간이 얼마나 치사하고 쪼잔한지, 여러 사람이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면 번번이 얻어먹기만 하고 단 한 번도 자기가 산 적이 없다. 그 인간과 어쩔 수 없이 2년 여를 어울리며 밥과 차를 먹을 일이 있었는데 정말이지 단 한 번도 남에게 베풀기는 커녕, 자기의 몫 조차 지불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어딘가로 차를 타고 이동할 일이 있으면 꼭 남의 차를 얻어타고 간다. 기름값 아끼려고…

이 세상에는 일정비율 치사하고 쪼잔한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람의 학력이나 재산, 사회적 지위 같은 것을 막론하고 말이다.

일전에 엠비씨 다큐멘터리에서 안철수 교수와 시골의사 박경철, 연예인 김제동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을 보았다. 그 식당은 음식값이 얼마라고 정해져 있지 않고, 뷔페식으로 나물과 밥을 자기 분량에 맞게 덜어서 먹고, 형편에 따라 단돈 백 원이든 수 만원이든 상관없이 돈을 통에 넣고 나가도록 하는 음식점이었다. 그리고 그 식당의 수익금은 불우이웃 돕기 등의 좋은 일에 쓴다고 했다.

식사를 하면서 서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하다가 음식값을 안철수 교수가 내기로 했다. 나중에 음식점을 나오면서 안철수 교수에게 돈을 얼마를 내었는지 물었더니 세 명이 먹었으니 삼만 원을 넣었다고 한다. 박경철 박사가 밥을 두 번이나 덜어다 먹어서 조금 더 내야하나 하고 잠시 고민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세부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앞에서 폼을 내며 좋은 일에 보탬이 되고싶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십 만원 짜리 수표라도 한 장 떡하니 넣었을 것이다.

만일 가카처럼 쪼잔한 사람이라면 동전 한닢 넣지않고 공짜로 밥먹었다며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일정 비율로 남의 이목과 상관없이 자신의 소신대로 바르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고향인 내 친구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안철수 교수가 일 때문인지 가족휴가였는지는 모르지만 제주도에 다녀오는 비행기를 함께 탔었는데,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아닌, 일등석도 비지니스석도 없는 저가 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더라는 것이다. 공항에서 저가항공사들은 저멀리 외딴 곳의 게이트를 지정해주기 때문에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면 돈은 적게 드는 대신에 짐가방을 들고 공항에서 한참 걸어다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돈도 많고 일도 바쁜 사람이 저가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존경심이 들었다고 한다.

꼼수로 점철된 인생을 사는 것과, 바르게 사는 것…

길게 보면 어느 쪽이 남는 장사인지…

아는 사람은 안다.

2011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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