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어 주일 동안 먹었던 도시락이다.
어떤 날은 도시락을 다 먹은 후에야 사진을 안찍은 걸 알고 후회한 적이 있고, 또 아주 바쁘거나 하루 종일 차로 왔다갔다 해야만 하는 일정 때문에 도시락 대신에 패스트푸드를 사먹어서 사진이 없는 날도 많다.
쇠고깃국에 흰 쌀밥이다. 불과 한 세대 전, 우리 부모님 어릴 적 시절에만 하더라도 이 정도 식사는 잔칫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고 하는데… 요즘 굶을 걱정 없는 세상을 사는 우리들은 한 번 더 자신을 돌아봐야겠다…
다음 날에도 국이 많이 남아서 같은 메뉴의 도시락. 아예 밥 에다 국을 부어서 가져왔더니 보기에는 꼴사나워도 밥에 국물이 배어서 먹기는 좋았다. 설겆이도 반으로 줄고. 어차피 방문 닫고 혼자 먹는 밥이니 모양새가 어떤 들 무슨 상관이랴.
이 때는 다시 입덧이 심해져서 소화가 잘 안되고 변비도 심하고 속이 괴로운 날이 계속 될 때였다. 현미죽을 끓여서 도시락으로 가져왔다.
도시락을 싸올 형편이 안되던 어느날이었는데, 햄버거나 하나 사먹으려고 학생식당엘 갔더니 햄거버와 피자 파는 곳 앞에 줄이 굽이굽이 길게 서있었다. 빨리 점심을 먹고 오후 강의도 들어가야 하는데 몇 십 분씩 기다리면서 뭘 사먹었다가는 소화도 안되고 강의도 늦을 것 같아서 어떡하나 고민하고 뒤돌아서는데, 반대편에 스시를 파는 곳은 아주 한산한 것을 발견했다. 8불 몇 센트를 주고 산 레인보우 롤 인데 비싸서 그렇지 맛은 좋았다.
오랜만에 성실한 도시락, 밥과 쏘세지, 그리고 장아찌 반찬.
이 날은 새벽에 잠이 일찍 깨서 부지런을 떨면서 미역국도 끓이고 불고기도 만들고 했던 날이다. 일전에 불려둔 미역이 상하기 전에 빨리 소비를 해야하기도 했고, 조겟살 통조림도 유통기한이 곧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끓인 조개 미역국. 양념해서 얼려둔 불고기에 육수와 당면을 넣고 끓여서 전골도 아니고 불고기고 아니지만 그런대로 먹을만한 불고기 잡채.
2011년 9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