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일기 4> 전자파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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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에 데운 물을 화분에 일주일동안 주었더니 식물이 죽더라.

임산부의 컴퓨터 사용은 주 20시간을 넘기지 말아야 태아의 건강을 지킨다더라.

휴대전화기는 가급적이면 이어폰이나 블루투스를 이용해서 머리에서 전화기를 멀리 떨어뜨려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더라.

한다더라, 하더라, 카더라, 카더라…

얼마전에 인터넷에서 본 글 중에 임산부용 전자파 차단 앞치마 라는 것이 있는데, 그걸 사용하면 태아에게 전자파가 전달되지 않아서 “안전” 하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임산부 전자파” 등의 문구를 넣고 검색하면 주 20시간 이하로 컴퓨터를 사용하라는 건강관련 신문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임산부가 부른 배 위에 노트북 컴퓨터를 얹어놓고 사용하면 큰일난다고 호들갑떠는 게시물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췟! 웃기고들 있네” 하고 무시하기만 하다가 오늘은 그냥 호기심이 생겨났다.

도대체 전자파 라는 것이 무엇이길래 이리들 난리인가?

인터넷을 뒤져서 전문가가 쓴 것으로 보이는 정보글을 몇 개 읽어보았다. 전자파 전문가라면 아마도 전기공학을 공부한 사람일 것이고, 내가 가진 선입견이 맞다면 공학도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 머릿속에 지식은 많아도 그걸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은 아주 잼병인 사람들이기에, 그 “전문가가 쓴 듯 보이는” 글만 읽어서는 도대체 전자파가 무엇인지 배우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한 시간 가량 투자해서 배운 것은 전자파란 전기자기파의 준말이고, 전기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몇 볼트 하는 단위로 측정하고, 자기파는 가우스 혹은 테슬라 라고 하는 단위를 쓴다고 한다. 전기파는 부도체 등을 이용해서 쉽게 차단할 수 있지만, 자기파는 그렇게 쉽게 가려지는 성질이 아니라고도 한다. 방출되는 양의 많고 적은 차이는 있지만 전기를 이용하는 기기들은 모두 전기자기파 (그러니까 전자파)를 발생한다고 한다. 어떤 싸이트에서는 우리가 흔히 쓰는 가전기기들의 전자파 배출량을 도표로 정리해두었는데, 난방용 전기장판과 전기다리미가 가장 그 수치가 높았고, 헤어드라이어나 전자레인지 면도기 등은 매우 낮았다. 컴퓨터도 LCD 모니터는 전자파를 방출하지 않도록 디자인되어서 방출량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정보 전달을 가장하여 무슨 대체의학전문가 (다른 말로 한의사) 혹은 무슨 일보 건강전문기자 (다른 말로 찌라시 기자) 라는 인간들은 혹세무민하는 엉터리 정보를 올리고 있었다.

도대체 임산부의 주 20시간 이하의 컴퓨터 사용 이라는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하루종일 컴퓨터를 사용하며 일해야 하는 임산부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나?  아니면 강의노트를 종이에다 써서 준비할까? 학생들과 이메일 대신에 종이편지로 복고풍 커뮤니케이션을 할까? 월요일 하루만 20시간 컴퓨터를 쓰고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컴퓨터를 안켜면 안전한 것일까? 일주일에 21시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한 임산부와 19시간 사용한 임산부 중에 과연 누가 더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까?

컴퓨터 앞에다 식물이나 숯을 놓아두면 전자파가 가려진다, 전자파를 오래 쐬면 칼슘이 소모되므로 멸치나 해조류를 많이 먹으면 건강해진다, 이따위 엉터리 말을 정보랍시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에 글을 쓰는 것은 나쁜 짓이다. 만일 그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어느 과학자가 언제 어떤 실험이나 연구를 통해 그 상관성을 밝혀냈는지 근거를 대야만 한다.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근거로 어떠한 주장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 그것이 바로 과학이라 믿는다.

그냥 왠지 그럴 것 같아서… 혹은 누가 “카더라” 하니까… 이런 이유로 늘 하던 짓 혹은 해야만 하는 짓을 그만두거나, 안하던 짓을 하면 그건 비과학적이고 반드시 뒷탈이 있게 마련이다.

2011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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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제가 물리를 공부해서 아는 부분만 아는데, 전자기파는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자외선, X선, 감마선 도 포함되며, 가시광선도 일종의 전자기파입니다. 자외선,X선, 감마선이 위험한 이유는 이들이 가지고 에너지가 너무 커서 세포를 변이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시광선 이하의 에너지를 가지는 컴퓨터에 나오는 전자파는 에너지가 낮아서 세포 변이를 하지 못합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더라고요. 보통 전자기파는 자기장과 전기장이 서로 수직으로 중첩하여 공간 상으로 퍼지는데, 진동수가 낮아지면 자기장과 전기장이 분리되는데, 이 때 전기장은 문제가 없는데 자기장은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실제로 1970년대의 어떤 연구에 의하면 송전탑 주위에 사는 아이들이 백혈병의 비율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된 연구 결과도 존재해서 아직까지도 학계에서는 저주파의 전자기파가 위험한지는 논란 중입니다. 다만, 단순한 앞치마로 전자기파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며, 전자기파를 막으려면 그냥 금속으로 만든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전자기파는 차단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