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일기 8> 비상근무체제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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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36주 정기검진을 갔을 때, 벌써 자궁경부가 2센티미터나 열려있고, 태아의 크기나 상태가 지금 태어나도 별 무리가 없을 정도라는 진단을 받았다. 게다가 첫 아이 출산이 37주일 만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지금부터 언제라도 아기가 태어날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도 들었다. 그 이후로 기분 탓인지, 실제로 이 녀석이 예정보다 일찍 태어나려고 하는 것인지, 배가 아래로 쳐지고, 골반뼈가 우리~하고 뻐근~하게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동료 교수들은 물론이고, 코난아범에게 이러한 상황보고를 해두었다.

강의를 하다가, 밥을 먹다가, 혹은 잠을 자다가 아이를 낳으러 가야하는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나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들이 경계태세를 강화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지금은 일요일이고 이번 주 강의 준비는 거의 다 되어있다. 함께 강의하는 케티도 한 주일 전에 미리 강의준비를 다 해둔다고 했다. 만일의 경우 내가 아이를 일찍 낳게 되어서 갑자기 내 강의를 빠지게 되면 언제라도 케티가 대신 자신의 강의를 해서 학생들의 시간이 비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헌데…

코난군 이 녀석이 엄마 아빠의 비상근무체제에 한층 더 긴장감을 더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라는 의미인지, 열이 나고 토하는 등의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음홧홧~)

월요일인 내일 코난 아범은 아침 일찍부터 강의가 있고, 나역시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각종 회의와 강의로 꽉 찬 스케줄인데, 화씨 100도가 넘는 열이 나는 코난군은 어린이집에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경사가 있나…!!!

그 와중에 진통이라도 온다면 참으로 볼만한 상황이 벌어질 듯 하다.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떻게든 돌아가는지라,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져도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럭저럭 살아내게 마련이라 믿는다.

일단은 내일 아침에 코난군을 데리고 출근해서 각종 회의에 함께 들어가면서 버티다가, 오후 2시쯤 로아녹에서 돌아오는 코난아범에게 아이를 넘겨주면 그 때부터 회의와 강의는 나혼자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화요일은 코난아범이 하루종일 코난군을 데리고 있을 수 있고, 내 강의 준비는 미리 다 해두었다. 수요일 까지는 코난군의 열이 내리고 정상적인 컨디션을 회복하겠지…

부디 코난군이 다 나을 때까지 둘째녀석이 태어나지 않고 기다려주길 바랄 뿐이다…

2012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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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

이 주말이 다 끝나기 전에 아기방 정리도 마저 마치고, 밑반찬도 만들어 놓아야겠다.

그리고…

ㅋㅋㅋ 또 한 가지 나만의 은밀한 경계태세 하나가 있다.

미루지 않고 제때제때 샤워와 이닦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ㅋㅋㅋ

냄새나는 차림으로 아기를 맞이하는 것은 좀 미안하고 챙피할 것 같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