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코난군은 “엄마가 레드룸 티쳐가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러면 엄마가 자기랑 하루종일 (“오~~~~올 데이”) 같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내가 레드룸 선생님이 된다면, 바니랑 함께 스토리도 읽어주고, 바깥놀이도 나가고, 할 수 있겠네? 하면서 선생님의 업무를 열거했더니, 이번에 코난군이 하는 말, “I want to be a Red Room teacher!” 자기가 레드룸 선생님이 되고싶단다.
두 가지로 해석해보았는데, 하나는 유치원 선생님의 하시는 일이 대략 무엇인지 알겠고, 자기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또 다른 해석은, 유치원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아서, 엄마에게도 권하고싶고, 자기도 되고 싶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평소에 코난군을 많이 사랑해주시는 바니 선생님 덕분에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갖게 되었을 가능성이 충분히 크다.
그리고 그저께와 오늘 아침에 내 차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가는 길에는 “When I grow up, I want to be a garbage truck man!”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청소차 아저씨가 되고싶어요”) 라고 말했다.
청소차 아저씨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데? 하고 물어봤더니, 코난군, 나름대로 그 직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다.
집집마다 내놓은 쓰레기통을 비워가는 청소차는 운전하는 사람과 또다른 한 사람, 모두 두 사람이 함께 다니며 일을 하는데, 운전수는 차 안에 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은 트럭 뒤에 사다리처럼 생긴 곳에 올라서서 사다리를 꼭 붙잡고 타고 간다고 했다. (사실과 정확하게 일치!) 그리고 코난군은 운전보다도 사다리를 붙잡고 트럭 뒤에 올라타는 아저씨가 되겠다고 했다.
잠시 상상해보니, 트럭 뒤에서 쓰레기를 비우는 아저씨의 일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는 다른 자동차를 구경할 수도 있고, 거꾸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도 재미있겠고,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조심하는 동안에 스릴감도 넘쳐날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지금의 코난군 보다도 더 어린 나이부터 “너는 이 다음에 커서 의사/변호사/등등 잘 나가는 직업 이 되어야 한다” 고 주입시키기도 한다지만,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다.
쓰레기차 노동자가 되고싶다는 아들에 대한 나의 반응은 이랬다:
“와우~ 엄마도 생각해보니, 그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겠다! 엄마도 쓰레기차 뒤에 매달려서 쓰레기차를 한 번 타보고 싶어. 이 다음에 네가 가비지 트럭맨이 되면 엄마 한 번 태워줄래?”
뒷거울로 코난군의 표정을 보니, 엄마의 맞장구로 더욱 신이나서 “예스, 엄마 한 번 태워줄께” 하고 대답한다.
나는 코난군의 장래희망이 나이에 비해 현실적인 것으로 미루어 이 아이의 사고력과 상상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한다.
(‘현실적’ 이라는 말은, 코난군이 정말로 쓰레기차 아저씨가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 아니고, 이 다음에 커서 공룡이 되겠다거나, 로봇이 되겠다고 대답하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커서 진짜로 유치원 선생님이 된다면,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그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을 것이고, 쓰레기차 뒤에 매달린 아저씨가 된다면, 매일 부지런히 샤워를 하도록 조언해줄 것이다.
그 밖에, 이 세상 어느 곳에 가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나는 코난군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2012년 10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