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이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영화 토이스토리의 주인공 우디 이다. 우리집에는 천으로 된 우디 인형, 플라스틱으로 된 우디 모형, 레고 우디, 우디가 그려진 담요, 우디 잠옷, 우디, 우디, 우디… 몇 십 개 의 우디가 있는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또다른 우디를 사러 나갔었다. 코난군이 소장하고 있는 우디 인형 중에 하나가 팔이 부러져서 스카치 테잎으로 붙여가며 가지고 놀았는데, 이젠 그것도 더이상 여의치 않을만큼 낡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우디를 가지고 놀라고 하고싶지만, 크기와 기능 – 혼자 똑바로 설 수 있어야 하며, 다른 토이스토리 캐릭터와 비율이 맞는 크기여야 함 – 을 대체할 우디가 없기 때문에, 팔이 부러진 것과 똑같은 것을 다시 사야만 하는 것이다.
월마트와 타겟을 모두 돌아보았지만, 코난군의 우디와 똑같은 것을 찾지 못했다. 토이스토리 마지막 영화가 나온지 벌써 2년이 지났으니, 장난감 코너에서 토이스토리 영역이 점점 줄어들어서이다. 처음에 새 우디를 사러간다며 신이 나서 들떴던 기분은 다 사라지고, 슬슬 심통이 나는 코난군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케이마트에서는 공연히 코난군을 데리고 들어갔다가 또다시 실망하게 만들지 말고, 아빠 혼자 얼른 들어가서 우디가 있나없나 보고 나오기로 했다. 그 동안 나는 차 안에서 코난군과 둘리양을 돌보고…
벌써부터 울먹이며, 우디 인형 대신에 다른 장난감이라도 사가지고 들어가자고 조르는 코난군에게, ‘아빠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온라인 쇼핑으로 똑같은 우디를 사줄테니 며칠만 기다리라’고 설득을 했다. 하지만 코난군에게 며칠을 더 기다리라는 것은 불에다 휘발유를 끼얹는 격…
묻는 말에 무조건 “노, 노, 노” 밖에 하지 않는 코난군의 옆자리로 가서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안으며 속삭였다.
“엄마도 지금 코난군 기분 잘 알아… 예전에 엄마가 어린이였을 때, 엄마도 갖고 싶은 토이를 못가진 적이 많았거든… 그래서 지금 얼마나 속상한 기분인지 잘 알아…”
그랬더니 코난군 표정이 반짝 하고 트이더니, “엄마, 엄마가 어린이였을 때도 토이 가지고 놀았어?” 하고 묻는다.
“그럼, 엄마가 어린이였을 때는 인형이랑 소꿉놀이 같은 토이를 가지고 놀았지. 하지만, 더 많은 인형을 가지고 싶었고 더 많은 소꿉이 필요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돈이 많이 없어서 안사주셨어. 그래서 엄마가 속상하기도 했었어.”
“엄마 어릴 때는 지금 니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도우 도 없었고, 이젤과 물감과 붓도 없었고, 바구니에 가득 담긴 자동차도 없었어. 세발자전거는 있었지만, 네가 갖고 있는 것처럼 멋진 트랜스포머 헬멧은 없었지…”
하면서 코난군이 이미 얼마나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상기시켜주려고 의도적으로 엄마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이제 코난군은 우디에 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어릴 때의 엄마의 모습을 상상하느라 바빴다. 엄마가 아기였을 때는 할머니 뱃속에서 나왔느냐, 엄마가 어렸을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랑 함께 살았느냐, 지금은 왜 같이 살지 않는지, 등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코난군은 엄마와 더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던가보다. 엄마도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았던 적이 있고, 엄마도 갖고싶은 장난감을 못가진 아픔이 있고, 동생과 장난감을 나눠가지기도 했고…
나중에는 코난군이 오히려 엄마를 위로해주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했다.
“엄마, 내 플레이도우 엄마 줄께 (It’s okay, you can have my playdough because I don’t play with it any more.), 엄마, 내 장난감 함께 가지고 놀면 돼 (I am going to share all of my toys with you.)” 등등…
유아가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를 뒷받침하는 인지발달, 언어발달도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감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면 사회성이 떨어지고 가족이나 유치원교실 내에서 타인과 원활하게 지내는 것이 어렵다. 그렇게 부족한 사회성은 다시 인지발달과 언어발달, 신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된다.
예를 들자면, 사회성이 부족해서 남이 하는 말을 새겨듣지 못하므로, 선생님이 설명하는 말을 못알아듣고, 그래서 인지발달이 뒤쳐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의 학업성취도는 인지발달 보다도 오히려 사회성 발달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코난군의 감정을 읽고 공유하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코난군의 공감능력 향상에 좋은 모델이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코난군의 현재 감정발달과 사회성발달은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문제의 팔 부러진 우디는…
코난아범이 열로 녹여서 접착시키는 전기 테이프로 완벽하게 수리를 해서, 새로운 우디를 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코난 아범 주: 영어로는 heat shrink 라고 하는데, 두 개의 전선을 남땜을 통해서 연결한 부위를 보호는 데 씀. 열을 가하면 줄어들게 되어서 밀착시키는 역활을 함. )
모두가 해피엔딩이다. ^__^
2012년 1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