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군 선생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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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부터 계속해서 내리는 얼음비 때문에 월요일 아침 초중고 등교 시간이 2시간 늦추어졌다.

원래대로라면 매주 월요일 아침에 그러하듯, 아침 9시 15분부터 10시반 까지 코난군 반의 센터 타임 활동을 돕는 봉사활동을 했어야 하지만, 등교 시간이 10시 반까지로 늦추어져서 센터 타임이 자동 취소되었다.

참고로 센터 타임이란, 코난군네 반과 다른 두 반의 아이들이 모두 여섯 그룹으로 나뉘어 월, 화, 수요일에 걸쳐 각기 다른 여섯 가지의 학습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각 교실마다 두 가지 다른 학습활동이 진행되기 때문에 선생님 한 분만의 지도로는 불가능하고, 그래서 시간이 허락하는 학부모 두어명이 자원봉사를 해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코난군의 그룹을 예로 들면, 월요일 센터 타임 전반부에는 나와 크렉엄마, 레이첼 엄마가 지도하는 활동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는 윌리스 선생님이 지도하는 활동에 참여한다. 다음날인 화요일에는 브룩 선생님네 반으로 가서 그 반 자원봉사 엄마들이 지도하는 활동과 브룩 선생님의 활동에 참여하고, 수요일에는 허블 선생님 반으로 가서 마찬가지로 다른 학습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주의집중 시간이 짧은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학습에 참여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한 가지 주제를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배우는 잇점이 있다. 또한 선생님들은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만을 가르치게 되니 수업 준비를 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아이들을 아침을 느지막히 먹이고, 그래도 남는 시간 동안에 어린이 티브이를 틀어놓고 놀게 하고 있는데 코난군의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오늘이 겨울방학 전 마지막 센터타임이라 자원봉사 엄마들에게 줄 작은 무언가를 준비했는데, 센터타임이 취소되어버렸으니 그걸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 물어보려는 것이었다.

코난군이 학교를 마치고 방과후교실에 머물다가 집에 돌아올 때 들고 오도록 상의해서 결정한 다음 전화를 끊었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12월은 대대적인 쇼핑시즌이자, 가까운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뿌리다시피 흔하게들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녁에 코난군이 들고 온 생각보다 큰 쇼핑백 안에 든 것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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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가위와 설거지 솔, 작은 메모지, 화장지 등등은 그렇다쳐도, 선생님이 손수 만든 캔디가 두 가지나 들어있었다.

화이트 초코렛에 크리스마스 색깔인 빨강과 초록 민트 캔디가 곱게 박힌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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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넛버터로 왕구슬을 만들어 초코렛으로 코팅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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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설거지 솔은 안그래도 늘 하나 사야지 하고 벼르고 있던 것인데, 어쩌면 이렇게 내게 꼭 필요한 것을 받게 되었는지, 정말 반가운 선물이었다.

식기세척기에 설거지감을 넣기 전에 흐르는 물 아래에서 이 솔로 쓱쓱 문질러서 세척기에 넣으면 손에 미끈덩하거나 끈적거리는 음식물을 묻히지 않고도 설거지를 깨끗하게 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학교 주방에서 넓적한 접시를 손설거지할 때에도 편하게 사용하곤 해서, 집에도 하나 사놓고 써야겠다 하고 늘 생각만 하고 막상 가게에 가서는 잊어버리고 안사게 되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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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해야 별 쓸모없는 장식품이나, 아니면 정말 작은 물건 한 가지 (예를 들면 위의 여러 개 중에서 단 한 개) 정도를 받을것이라 짐작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가, 선물을 담은 바구니부터 시작해서, 한 가지 한 가지 열어보는 동안에, 이렇게 정성을 들인 선물을 일일이 고르고 만들고 포장하신 마음과 손길을 고스란히 느끼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월화수요일 3일간 자원봉사하는 엄마들이라면 예닐곱명은 될텐데, 그들에게 각각 이렇게 선물을 했으면 금전적인 지출도 꽤나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포장하고, 전달하려면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을까.

그러고보니, 나는 학부모 입장이고 윌리스 선생님은 내 아이의 담임 선생님인데, 내가 선생님께 선물을 드리기는 커녕, 오히려 정성 가득한 선물을 받는다는 것이 참 신기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주부 싸이트에서는 교실 청소나 급식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아이 담임선생님이 파출부 부리듯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며 고자세를 취했다거나, 그런 선생님께 잘 보이려면 빈 손으로 가지말고 선물이나 돈봉투를 들고 가라는 조언하는 글을 심심찮게 읽게 되는데, 이건 그야말로 다른 나라 이야기이다.

코난군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나도 윌리스 선생님께 드릴 선물 쇼핑을 꼭 해야겠다.

2013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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