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6편: 종일반 어린이집의 좋은점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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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어떻게 다른지 잘 알고있지 못하다. 교육보다는 보육이 우선이라는 어린이집에서도 유치원 교육과정과 비슷하게 자유놀이 활동이나 대소그룹 활동을 계획 및 실시하고 있고, 교육기관이라는 개념의 유치원에서도 늘어나는 사회적 수요를 받아들여 종일반을 운영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가장 큰 차이는 두 기관을 관장하는 정부부처가 다르고, 따라서 종사하는 교사의 자격요건이 다르다는 점으로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요즘은 이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에서 관할하는 어린이집의 교사가 되려면 “보육교사”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데, 4년제나 전문대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은 물론이고, 아동학, 사회복지, 간호학, 식품영양학 등의 전공을 한 사람에게도 보육교사 자격증이 수여된다. 게다가 십수년 전부터는 6개월, 1년 정도의 단기간 훈련과정을 마친 사람에게도 보육교사 자격증을 남발하여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다.

반면에 “유치원 교사” 자격증은 교육부가 발행하는 것으로, 교육부가 인정하는 교육대, 사범대, 또는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사범대가 아닌 인문대학 아동학과 전공자에게는 40퍼센트? 하는 정도로 인원을 제한해서 교직과목을 수강하게 하고 교사자격증을 준다고 알고 있다.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린이집 보육교사로도 일할 수 있지만 보육교사 자격증으로는 유치원 교사로 일할 수 없다. 공립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이나 단설 공립 유치원의 교사가 되려면 유치원 교사 자격증 위에다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해야 한다. 이 경우에는 초중고 교사와 같은 호봉을 받고 연금과 복지혜택도 초중고 교사와 똑같이 받는다는 장점이 있어서 많은 유아교육 교사들이 도전하고 있지만 선발하는 숫자가 제한되어 있어서 쉽지 않은 시험이다.

따라서, 나는 유치원 교사 자격증이 있으므로 삼대종합사회복지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할 자격이 되었고, 거기에서 3년간을 일했다. 

내가 일했던 어린이집은 앞서 말했듯 대학 부설기관이어서 교직원 복지차원에서 교수나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입학자격을 주고 나머지 빈 자리는 일반인에게 개방했는데, 생후 30개월부터 초등학교 입학전 연령까지 어린이들을 하루종일 돌봐주는 곳이고, 또 정원이 적어서 (30개월부터 만 4세 연령 24명, 만 4세부터 초등 입학전 연령 24명 그렇게 두 반이 전부였다) 삼화여대 교직원 만으로도 늘 대기자 명단이 넘쳐났다. 일반인 티오로 입학한 유아라 하더라도, 조부모님이 삼대 교수였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입학 자격이 직장을 다니는 엄마의 자녀이어야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엄마들이 우리 어린이집에 대해서 무척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또 자신의 직장 (삼화여대)이 어린이집과 바로 붙어있을 정도로 가까워서 학부모와 어린이집 사이에 신뢰감도 더욱 높았다. 직장에서 잠시 휴식시간에 어린이집에 들를 수도 있고, 언제 어느때 들러봐도 충분한 인력의 교사와 직원이 자신의 아이를 잘 돌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화여대 교수로 일하고 있는 엄마들은 삼화여대 유아교육과 출신의 교사를 무척 신뢰하고 또 진정한 유아교육은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유놀이를 하도록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웃 태권도장이나 속셈학원과의 비교 같은 것은 아예 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이 그곳에서 일하는 내 자부심을 키웠다.

다음으로 좋았던 점은 아이들이 하루종일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무척 긴밀한  유대감을 쌓을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이 아이가 무엇을 먹었는지, 낮시간 동안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늘 대변을 봤는지 아닌지 등의 모든 사소한 일을 교사가 다 알기 때문에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개별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아이의 표정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도 역시나 자신과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교사에게 엄마에게 느끼는 것과 비슷한 애착을 형성할 수 있었다.

교육적으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예를 들면 세 시간 수업을 하는 유치원에서는 그 어떤 활동을 하든 세 시간 안에 끝나야 하지만, 종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아침나절에 찹쌀가루 익반죽으로 송편을 빚고, 오후에는 주방에서 쪄온 송편을 간식으로 먹는 것이 가능했다. 자신이 만든 것을 직접 먹어보는 것은 오감을 활용한 좋은 유아교육 활동이다. 먼 곳으로 견학을 다녀오는 것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할 수 있었고 어린이집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 시간도 넉넉해서 좋았다.

그렇다고 문제점은 전혀 없었느냐 하면 그렇지가 못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음날 활동 준비를 해야하니, 다른 교사와 순번을 정해서 잠시 짬을 내어 교사실에서 교육계획안을 쓰고, 교육 자료를 만들거나 준비하고, 아동관찰 일지라든지, 부모면담자료 준비라든지 하는 행정업무를 처리해야만 했는데, 길어야 한 시간 이상을 책상앞에 앉아 있기가 어려웠다. 설령 행정업무 순번으로 교실을 비웠다 하더라도 교실 안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다시 뛰어들어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내가 없는 동안에 스물 네명의 유아는 다른 두 명의 교사와 함께 자유놀이를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는데, 교사 한 명은 옷에 소변 실수를 한 아이를 닦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하느라 화장실에 있고, 나머지 교사는 전반적인 놀이를 지도 감독하는 중인데 또다른 유아가 토하거나,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거나, 친구와 다투어서 심하게 울거나, 하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우니 교사실에 있는 내게 “선생님~~~” 하고 긴급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거의 매 번 발생했다. 따라서 행정 업무 시간이라 하더라도 마음편히 화장실 한 번 갈 수가 없고, 외출이나 개인적인 볼일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 근무현황이었다. 

다음으로, 종일반 어린이집 교실에서 식사시간과 낮잠시간은 아이들에게는 평화롭고 즐거운 시간이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교사의 업무강도는 다른 어떤 시간보다도 높아야만 했다. 앞서 말했듯, 한 반에 스물 네 명의 유아와 세 명의 교사가 있는데, 간단한 계산으로 한 명의 교사가 여덟 명의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제 막 수저질을 배워서 사용하는 유아와 함께 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밥알을 흘리고 국물을 흘리거나 물컵을 쏟고, 먹기 싫은 반찬을 뱉어내고, 반찬을 집어먹은 손을 내 옷에 닦고… 그런 아수라장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아이가 두명도 서너명도 아닌 여덟명이 나와 한 상에 앉아 있는데, 그 아이들에게 콩자반을 먹어야 힘이 세어지고 멸치를 먹어야 뼈가 튼튼해진다며 영양교육도 해야하고, 쏘세지 반찬만을 더 달라는 아이에게 시금치를 한 입만 먹으면 쏘세지를 더 주겠다는 협상도 해야하고, 음식이 장을 자극해서 갑자기 대변이 마려운 유아를 화장실에 가서 뒷처리를 해주어야 하고, 그 와중에 옆자리 친구와 다투는 아이, 어젯밤에 재미있게 봤던 티비 이야기를 목청 높여 떠드는 아이… 이런 와중에 교사가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은 점심밥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무의식적인 행동일 뿐이다. 일 년에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토요일은 격주 근무였고, 방학은 일주일 정도밖에 없었다) 275일을 3년간 이런 식사를 하고나니, 나중에 유학을 와서 나혼자 조용히 밥을 먹을 때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경험하기까지 했다.

아이들 낮잠을 재우는 것도 소리없는 전쟁과 같았다. 스물 네 명의 아이들이 점심을 다 먹고 양치질을 하고나면 잠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위의 계산대로 교사 한 명이 여덟명을 전담해서 이 모든 일을 한다) 잠자는 방에 요와 이불을 미리 준비해두고 아이들을 방문 앞에 앉힌다. 흥분을 가라앉혀서 쉽게 잠들게 하려면 이런 전이활동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잠자는 방에서의 규칙을 상기시키고 (잠이 안와도 처음 30분간은 가만히 누워있기, 옆자리 친구와 장난하지 않기 등의 규칙이 있다), 한 명씩 이름을 불러서 입장을 시킨다. 이 때에 서로 너무 친한 아이들은 멀리 떨어뜨려서 눕혀두어야 소란이 발생할 확율이 떨어진다. 모든 아이들이 자리에 누우면 그 때부터 동화책을 다섯권도 읽고 열권도 읽어준다. 그 와중에 장난하는 아이들은 동화 내용에 등장인물로 출연시켜서 장난을 멈추고 자기 이름과 같은 동화의 주인공이 어떤 일을 겪는지 집중해서 듣도록 만드는 잔머리도 써야 한다. 끝까지 잠들지 않는 아이는 조용히 교실로 나와서 놀게 하는데, 아이만 혼자 둘 수 없으니 함께 있어주어야 한다.

이렇게 강도높은 업무 때문에 교사의 신체적 건강에 위해가 온다는 것도 큰 문제점 중에 하나이다. 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건강체질이지만, 종일반 교사를 하면서 무릎관절이 무척 나빠져서 계단을 내려오는 것이 힘들 정도였었다. 다른 교사는 척추디스크 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적이 있었고, 소화불량이나 후두염은 친구처럼 늘 함께 하는 지병이었으며, 아이들에게서 옮은 각종 감기와 독감은 귀여운 질병에 불과했다. 이렇게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조차 내기 힘들었다. 병가나 월차 같은 것은 제도상으로는 존재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가 결근하면 내 동료 교사가 너무 힘들어질 것을 알기에 – 그래서 다음은 그 교사가 결근을 할 차례가 될 것을 알기에 – 어지간히 심각한 병이 아니고는 휴가를 쓸 수가 없었다.

너무 불평불만 만을 길게 늘어놓은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

다음 글에서 이 모든 문제점을 요약정리하고, 그래도 유아교육이 정말 중요한 이유를 다짐하면서 그간 써내려온 불평에 대한 사과와 변명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2015년 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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