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하다하다 이런 것까지 다 만들어 본다며 오늘 아침 우리 부부는 웃었다 🙂
사건의 발단은 지난 번에 팥빙수에 얹을 경단을 만들기 위해서 제분기에 갈아 만든 찹쌀가루 익반죽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코코넛 고물은 다 쓰고 없는데 찹쌀가루 익반죽만으로는 무얼 만들어 먹을 수가 없는 것 아닌가.
남편이 냉장고 문을 열때마다 커다랗게 자리잡은 반죽 그릇을 며칠째 보다못해 저걸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물었고, 나는 ‘그걸로 뭘 해먹으려면 무언가 고물이 필요한데 코코넛을 새로 사다가 또 만들자니 귀찮고, 콩고물은 한국 마트에서 사와야지 집에는 없다’고 했더니 그러면 콩고물은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었다.
내가 방앗간집 딸도 아니고 떡장수 딸도 아닌데 그걸 알 리가 없지만… ㅎㅎㅎ 대충 짐작으로, 콩을 볶아서 제분기로 갈면 되지 않을까?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 그게 바로 오늘 아침이다 – 커피 볶는 로스팅 냄비에 콩을 한 그릇 볶아내더니, 잠시 후에 시끄러운 소리가 한바탕 나고난 뒤에 보니 그 콩이 이렇게 콩고물로 변신해 있었다!
색과 모양과 냄새와 맛이 정말로 마트에서 사먹었던 그 콩고물과 똑같았다!
제분기의 다양한 쓰임새 중에서 또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얼른 익반죽을 전자렌지에 돌려서 찰떡을 만들고 우묵한 접시에 콩고물을 깔고 떡을 부었다.
가위로 떡을 자르면서 콩고물을 사방으로 골고루 묻혀주니 누가봐도 인절미가 완성되었다.
찹쌀을 갈아서 만든 가루로 떡을 만들어보니, 시판되는 찹쌀가루로 만든 떡에 비해서 쓴 맛이 없고 떡의 표면이 매끈매끈하지만 쉽사리 굳지 않고 오래도록 말랑말랑한 상태를 유지하는 맛있는 떡이 된다.
떡 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ㅋㅋㅋ
2015년 6월 22일
다음번에는 각종 곡식을 볶아서 제분기로 갈아서 미숫가루를 만들어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