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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방학 끝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됨

운전면허증 갱신함

 

2016년 1월 6일

 

지난 월요일부터 둘리양의 어린이집이 개학했고 오늘부터는 코난군의 초등학교도 개학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니 나도 아직 방학기간 중이긴 하지만 새 학기 준비도 해야해서 출근모드로 바뀌었다.

 

병신년 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덜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 사회가 날이 갈수록 암울해지기만 하고 있으니 – 정치적으로 말이다 – 새해라고 별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아서 그런지, 그도 아니면 내가 살기 바빠서 새 해가 밝았는지 묵은 해가 지나갔는지 주의를 기울일 틈이 없었는지…

암튼 새 해라고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새롭게 결심하고 계획할 일도 별로 없다.

따지고 보면 오늘 뜬 해나 일주일 전에 떴던 해가 무에 그리 다르겠는가.

그냥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해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던 것을 계속하려 한다…고 결심같지도 않은 다짐을 한다 🙂

 

오늘 출근하는 길에 곧 만료되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고 왔다.

지난 10년간 못마땅하던 면허증 사진을 오늘 새로 찍었으니 숙원사업 하나를 해결했다 🙂

그런데 이번 사진은 어떤 모습일지 7-10일 후에 집으로 배달되는 면허증을 봐야 알게 되니, 어쩌면 또 다음 10년을 오매불망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버지니아 면허증은 여전히 비행기를 탈 때 신분 확인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바로는, 연방 정부가 신분증에 대한 기준을 높여버려서 버지니아를 포함한 몇 개 주에서 발행되는 운전면허증이 비행기를 탈 때 신분확인 용도로 사용하기 부적합하다고 했는데, 그 이후 사실상 그 문제에 관해 직접 경험한 사람 이야기도 못들었고, 오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확인까지 받았으니, 안심이다. 

 

그리고 또 하나, 면허증에 나와있는 이름을 시민권과 다른 모든 공문서에 있는 이름과 일치하게 고치기도 했다.

내 이름은 여전히 박보영 이지만, 처음에 미국에 올 때 한국 여권에 영문으로 적힌 이름이 보 와 영이 각기 따로 떨어지게 표기되어 있었는데 – 이것도 내가 그리 만든 것이 아니고 한국의 여권 만드는 직원이 마음대로 그렇게 한 것이다 – 처음에는 별 문제를 못느꼈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아갈수록 은근히 불편했다.

미국식으로 읽자면 내 이름이 마치 Bo Park 이고 Young은 미들 네임처럼 간주되기 때문이다.

보 라는 영어 이름도 있긴 하지만, 그리고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는 간단하게 보 라고 내 이름을 알려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 이름은 어엿한 보영 인데 그렇게 불리우려면 매번 요청을 해야 했던 것이다.

구청 직원의 사소한 실수 하나를 바로잡는데에 무려 17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ㅎㅎㅎ

진작에 고치고 싶었으나, 미국에서 내 신분을 가장 공신력있게 증명하는 한국 여권에 떡하니 Bo Young Park 이라고 적혀있다가 지난 2013년에 미국 시민권을 받을 때에 겨우 Boyoung Park 으로 바로잡았는데, 그 이전에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은 오늘에야 만료를 앞두고 이름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교생실습지도를 위해서 초등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신분증 (=면허증)을 컴퓨터에 넣고 방문증을 받게 되는데, 이제 거기에 나오는 이름도 진짜 내 이름이 제대로 적히게 되었다, 앗싸!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느라 분주할 예정이다.

시간 강사 선생님들을 만나서 가르칠 과목에 대한 자료를 주고, 자세한 안내를 해주어야 하고, 내가 가르칠 과목도 강의계획안이나 전반적인 강의 자료를 재정비해야 한다.

봄 학기에는 4학년과 대학원생 그룹의 교생실습이 있기 때문에 실습지도 자료도 두 가지로 나누어서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하기 힘든 일 하나가, 우리 전공에서 도저히 계속 공부하게 할 수 없는 학생 하나를 설득해서 전공을 바꾸도록 면담하는 일이 남았다. 이 학생은 무척 열심히 노력해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를 갈망하고 있지만, 그저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너무 늦기 전에 다른 전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 학생에게도 결국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혼자서는 감당하기 버거운 일이라, 부학장인 태미와 함께 내일 학생을 만나 면담을 하기로 했다.

참 안타깝다…

그리고 살짜기 두렵기도 하다. 그 학생과 학생의 부모가 얼마나 심하게 거부하고 반대의사를 분노와 함께 피력할지…

하지만 자폐증을 타고난 학생이 제아무리 노력을 한다해도 결국에는 교생실습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할 것이 뻔한데, 그걸 계속 놔두고 지켜보기만 한다면 그 학생은 1년이 넘는 시간과 등록금과 노력을 허비하는 결과를 얻게 될 뿐이다. 지금이라도 전공을 바꾸어서 다른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내 양심과 윤리에 비추어 바른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그 누가 봐도 단번에 알아차릴 만큼 자폐증의 증상이 뚜렷하게 보이지만, 그 학생은 공식적으로는 자폐증이 아니기 때문에 (즉, 관련 서류를 학교당국에 제출하지 않았다.) 교수가 먼저 '너는 자폐증때문에 교생실습이나 다른 과제를 적절하게 해내지 못할 것이 뻔해' 라고 말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편견이나 사생활 침해 같은 문제로 오히려 내가 처벌이나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 – 최악의 경우에 그 학생이 이런 문제로 나를 법적소송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후덜덜 – 내 안전만을 도모하자면, 그냥 이 학생이 봄 학기에 모든 전공 과목을 다 듣게 하고, 거기에서 낙제점수를 받도록 기다리는 것이 정답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습나간 어린이집의 어린이들과 교사들에게 심한 민폐를 끼치게 되고, 강사 선생님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낙제점수를 주는 과정을 낱낱이 문서화 해두어야 하고, 그리고 결국에는 내일 할 면담을 봄학기 끝무렵에 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에고…

생각할수록 고민하게 되는 이 문제를 여기에 쓰고있자니 더욱 심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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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원

위의 학생과 부학장인 태미와 함께 오늘 아침에 미팅을 했다.

다행히도 염려했던 것 보다는 순조롭게 미팅을 마쳤고, 학생도 태미와 나의 조언을 귀담아 듣는 것같았다.

아마도 봄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전공을 일반 인문학으로 바꾸어서 원래 예정대로 졸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전공으로 졸업하지 않아도 초등학교나 어린이집의 보조교사로 일하는 진로도 있다고 설명한 것이 설득에 조금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예상한대로, 학생이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그 아버지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전공을 바꾸게 되면 언제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제 때에 졸업을 못하거나 다른 불이익은 없는지등등을 물어보았는데, 나는 프라이버시 법 때문에 자세한 사항을 알려줄 수 없고, 대신에 부학장에게 직접 연락하시라는 답장을 보냈다.

휘유…

이렇게 또 파도 한 개를 넘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