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눈내리는 날씨 때문에 우리 학교가 임시 어린이집이 된 이야기
2016년 1월 20일 수요일
좀처럼 아픈 일이 없이 건강한 둘리양이 어젯밤에 열이 102도까지 올랐다.
안그래도 어린이집 전체적으로 수족구염을 앓고 있는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는 공지를 받은 바 있고, 요 며칠간 날씨가 갑자기 추웠다가 갑자기 따뜻해졌다가 하기를 반복해서 아이들 건강을 은근히 염려하고 있었는데 둘리양이 열이 나서 오늘 어린이집을 갈 수 없었다.
둘리양이 아프지 않았다면 둘리양을 등원시키는 동시에, 그 어린이집에서 교생실습을 하는 학생도 방문해서 담임 선생님과 인사도 하고 전반적인 실습일정을 소개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할 수 없이 다음으로 기회를 미루어야만 했다.
남편과 코난군은 정상적으로 출근과 등교를 했고 (물론 내가 도시락을 싸주었다 🙂 아픈 둘리양을쉬게 하려고 나도 컴퓨터와 교과서를 들고 둘리양과 함께 침대에 누워서 늦은 아침시간까지 뒹굴었다.
조금씩 회복하는 둘리양을 위해서 따뜻한 안방으로 밥을 차려와서 먹이고 – 국에 만 밥 한 공기와 사과 반 개, 오렌지 쥬스 한 컵을 뚝딱 먹어치웠다, 열도 다 내려가고 – 슬슬 출근준비를 하려고 일어났다.
보통은 둘리양이 깊이 잠든 새벽에 하던 운동을 오늘은 아이가 아파서 깊이 잠들지 못하고 나를 찾으며 칭얼대서 운동을 못하고 있다가 출근 준비를 하면서 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운동 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코난군의 학교가 오후에 내릴 눈 때문에 일찍 하교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수요일은 강의가 늦게 끝나는 날이고, 집까지 운전해서 와야할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오후 2시부터 세 시간 연속으로 이어지는 강의가 있어서 아픈 둘리양을 데리고 출근하려고 했는데, 코난군이 조기하교 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는 강의에 늦을 것 같아서 코난군을 30분 먼저 조퇴시키기로 했다.
아픈 아이와 조퇴한 아이를 차에 태우고 출근을 하며 생각해보니 참 다행이다.
둘리양이 아프지 않고 등원을 했더라면 두 군데 학교를 들러서 아이들을 각기 데려왔어야 했겠지만 그렇지 않아서 한걸음 절약했고, 또 아침 일찍 둘리양을 데리고 출근했더라면 코난군을 데리러 되돌아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와야 했겠지만, 늦장을 부린 덕분에 코난군을 데리고 바로 출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출근해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노는 코난군은 놔두고 둘리양을 데리고 강의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예뻐하며 맞아주었다.
하지만 한 시간이 지날 무렵부터 새로 열이 오르고 칭얼거리는 둘리양 때문에 더이상 수업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학기 시작하고 첫 강의라서 학생들은 아직 교과서도 갖추지 못했고, 슬슬 내리기 시작하는 눈을 보니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와 내 자신의 퇴근길이 걱정되기도 해서 강의의 마지막 부분은 학생들더러 집에 가서 잘 읽어보고 다음 시간에 마저 이야기하자고 하고 수업을마쳤다.
내 옆 강의실에서 강의를 하는 동료 킴 토마슨 선생도 두 딸을 데리고 와서 엄마가 강의하는 교실 바깥 의자에 앉아서 놀고 있었다.
연구실로 돌아오니 옆 방의 데비도 올리비아와 캘빈을 데리고 출근을 했다.
엄마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아이들은 오랜만에 함께 어울려 잘 논다.
더 놀게 해주고 싶지만 눈이 점점 많이 내리는 고로 이만 퇴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