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디즈니와 처음 만난 건 – 월트 디즈니 선생을 만난 게 아니라, 디즈니에서 창작한 테마 🙂 1970년대 중반, 유치원을 다닐 정도로 어릴 때였다. 외국에서 돌아오신 아빠가 (아마도 일본에서 구입하셨던 듯) 미키 마우스의 양 팔이 각기 시침과 분침이 되어 돌아가는 손목시계를 사주셨던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제법 많이 똑똑했던지라, 한글도 혼자서 깨치고 시계를 보는 법도 일찌감치 터득해서 그 미키마우스 시계를 제대로 활용했었다. 빨간 가죽줄이 달린 미키마우스 손목시계… 그 어릴 적 추억 덕분엔 지금 현재 내 손목에 애플와치도 시계 바탕을 미키마우스로 맞추어놓았다. 21세기의 미키마우스는 양 팔만 돌아가는 게 아니라 발목을 까딱까딱 온몸을 건들건들거리며 시간을 보여준다 🙂
디즈니 만화영화 한 편 안보고 디즈니 공주 이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미키마우스 시계 이후로 나는 한국에 살면서도 여러 가지 디즈니 상품을 구입하고 사용하고 관람하며 살았고, 미국에 유학을 온 이후로는 꿈에나 그리던 디즈니 월드를 여러 차례 놀러가는행운을 누리기도 했다.
내가 유학하던 조지아 주가 디즈니 월드가 있는 플로리다 주와 (비교적) 가까워서 방학동안에 운전해서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과 막 데이트를 시작했을 때 처음 가보고, 결혼 후에 사촌 시누이 내외가 놀러왔을 때 또 한 번 가보고, 학교 동료교수와 학회가 있어서 간 적도 있고, 또 친한 후배가 근처 도시에 자리잡고 살아서 온가족이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더욱더 디즈니 문화 (라고 이름지어도 좋을 만큼 디즈니는 단순한 캐릭터나 놀이공원 이상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미국에서 어린이를 키우며 사는 중산층 가정에게 디즈니는 행복함을 이루는 데에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디즈니에서 새로운 만화영화가 나오면 함께 극장에 가서 관람하고, 그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와 책가방과 이불 셋트를 아이에게 사주고, 노래를 함께 듣고 따라 부르고, 방학에는 큰맘먹고 디즈니월드에 놀러가고…
아이가 없을 때는 몰랐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이렇게 디즈니를 경험할수록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아, 내가 이만큼 자리잡고 살게 되었구나, 이만하면 우리 애들한테 어느 정도 부모노릇을 하고 있구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즐거운 추억을 하나 남겨주었겠구나… 뭐 그런 애매모호한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 뿐만 아니라, 어른으로서도 충분히 즐기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신기한 매력이 디즈니에게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전차로, 내게 또 하나 더 경험해보고픈 디즈니 체험 하나가 생겼으니…
바로 디즈니 크루즈 여행이다.
원래 크루즈 여행이란 체력이 딸리는 노약자들에게 적합한 여행상품일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연히 미씨유에스에이 싸이트에 올라온 디즈니 크루즈 후기를 읽은 것으로 시작해서 한글과 영어로 된 각종 후기를 찾아서 읽어보니 나도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여타 크루즈 여행과는 달리, 디즈니 크루즈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가 도박장이 없다는 것이다. 장시간 배를 타고 가면서 무료한 성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주최측은 돈을 벌 수 있는 일거양득의 목적으로 인해 크루즈 여행에 카지노는필수요소인데, 디즈니는 과감하게 카지노를 없애고, 그 대신에 아이를 동반한 온가족이 함께 즐길 거리를 많이 준비해두었다고 한다.
여행 후기를 읽어보니 여타 크루즈에서는 어른들이 술을 취하도록 마시고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일도 종종 있고, 취객들이 객실에서 토하거나 어지럽힌 것을 제대로 치우지 못하거나, 치운다고 치워도 오랜 세월에 냄새가 배어서 불쾌한 일도 있다고 하는데, 디즈니 크루즈는 이런 불상사가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다음으로는, 디즈니 월드에 가서 캐릭터들과 기념 사진이라도 한 번 찍을라치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또 돈을 따로 내야해서, 오래 기다리던 아이가 옷에 오줌을 싸기도 하고 그래서 부부싸움이 일어나고… 그런 비극이 자주 발생하는데 반해, 크루즈 안에서는 곳곳에서 디즈니 캐릭터들이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주고 싸인을 해주고 말을 걸어준다고 한다.
배 안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요금에 포함되어서 따로 돈을 쓸 일이 없고 매일 아침 저녁으로 객실을 정리해준 다음 수건을 재미있는 동물 모양으로 접어놓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날라다주는 웨이터가 마술을 보여주기도 하고, 배를 타고 가다가 디즈니가 소유한 섬에 내려서 갖가지 해양레포츠를 추가 요금 없이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매일 밤 선상에서 열리는 디즈니 쇼와 불꽃놀이도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어린이 수영장 옆에는 언제라도 가져다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핏자와 소다수가 준비되어 있다고 한다. 직원들이 친절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쉽게 요약하자면 디즈니 월드에서 수없이 걷고 줄서서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즐거운 체험을 4박 5일 동안 추가로 지갑을 열 필요없이, 먹고 마시고 씻고 자는 것 까지 다 포함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과 점심은 뷔페 레스토랑에서 먹는데 코난아범이 좋아하는 스시와 게다리 찐 요리가 무한정 나온다고 하니 코난아범도 솔깃해 한다 🙂
저녁은 뷔페를 가도 되지만, 세 군데 다른 레스토랑을 번갈아 갈 수도 있는데, 여기에서도 전채요리부터 메인 후식까지 원하는 모든 것을 마음껏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즉, 후식을 두세 가지 다른 것으로 주문해도 되고, 메인 요리를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주문해도 괜찮다고 – 배가 불러서 다 먹지 못할테니 바람직하지는 않은 듯.
암튼 그 세 군데 레스토랑 중에 가장 흥미로와 보이는 곳 하나를 소개한다.
만화가의 팔레트 (Animator's Palate) 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인데, 음식 맛도 좋지만 디즈니 만화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쑈가 장관이라고 한다.
현재 장래희망이 만화가인 코난군이 좋아할 것 같다.
식사를 하러 들어가면 벽에는 이렇게 연필로 그린 디즈니 만화영화 캐릭터가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에 연필 스케치에 색칠이 되고, 그림자가 생기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후식을 먹으며 식사가 끝나갈 무렵에는 액자 속의 캐릭터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불꽃놀이를 하면서 근사한 쇼타임이 되고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난다고 한다.
주문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아이들은 이런 종이에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는데
이렇게 그린 그림이 액자 속으로 들어가서 애니메이션의 일부가 되어 보여주기도 한다.
디즈니 크루즈의 음식은 맛있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각종 후기에서 읽었다 🙂
후식은 미키마우스 아이스크림.
심지어 장식으로 뿌린 스프링클도 미키마우스 모양이다.
앞서 말했지만 원하면 이걸 열 개를 먹어도 된다고 🙂
심지어 룸써비스로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는데 추가 요금은 없고, 룸써비스를 온 직원에게 팁을 조금 주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의자는 귀여운 미키마우스 모양이다.
이렇게 잘 먹고 놀 수 있는 여행이다보니 살이 찌기 쉽다고 하는데, 배 안의 운동실에 가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수영을 열심히 하는 것도 과다하게 섭취한 칼로리를 소모하는데 도움이 되겠지.
요즘 매일 넷플릭스로 미국 (오래된) 드라마 맥가이버를 한 편씩 보면서 트레드밀 운동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살을 빼서 크루즈 여행가서 수영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어도 민망하지 않고, 또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도 괜찮도록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겠다.
여행은 언제 가느냐고?
ㅎㅎㅎ
아직은 모른다 🙂
간절히 바라면 언젠가 이루어지는 날이 오겠지…
생각보다 그 날이 빨리 올 수도 있고, 영원히 안올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열심히 검색하고 공부하며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참 재미있다 🙂
2016년 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