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주교수님이 우리 아이들 주라고 이렇게 많은 레고셋트를 가져다 주셨다.
막내 아들이 이제 곧 대학을 가게 되고, 그래서 큰 집을 팔기 위해 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우리집으로 들어오는 물품이 제법 많다.
지난 번에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가득 받았는데, 이 날은 레고를 이렇게나 많이 받았다.
레고를 그냥 맏 퍼담아 가져온 게 아니라, 그 작은 조각을 일일이 확인해서 짝이 맞게끔 주제별로 작은 봉지에 나누어 담아오셨다.
이렇게 한 봉지에 든 것이 한 셋트인데, 한 셋트당 적게는 몇 십 달러, 많게는 백달러가 넘어가기도하니, 그리고 산하 형아가 워낙에 깔끔하게 가지고 놀던 것이라 새것과 다름없는 상태이니, 이게 돈으로 치자면 몇 백 달러 어치는 족히 된다.
코난군은 오늘이 크리스마스 날인 것 같다고 한다.
아니, 심지어 크리스마스 때보다도 더 많은 장난감 선물을 받았으니 크리스마스 보다 더 기쁜 날이라고 한다 ㅎㅎㅎ
토이스토리 3편 영화에서 주인공인 앤디가 대학교에 가면서 아끼던 장난감을 이웃집 어린이 바니에게 물려주고 떠나는데, 우리 동네에서는 산하 형아가 대학을 가게 되어서 (이 형아가 공부를 참 잘해서 유씨버클리나 스탠포드, 칼텍, 등등 서부에 있는 명문대에 지원을 했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웃집 어린이 코난군에게 아끼던 장난감을 물려주는 거라고 말했더니 코난군도, 주교수님도 재미있어 한다.
레고 선물을 가져오신 주교수님과 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이야기하는 동안에 아이들은 전혀 어른들을 귀찮게 하지 않고 조용히 잘 놀았는데, 뭘 하고 노나 봤더니 이렇게 각 봉지에서 사람 혹은 캐릭터만 골라서 꺼내가지고 분류를 하고 있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캐릭터들…
스폰지밥에 나오는 캐릭터들…
코난군은 다른 무엇보다도 레고 캐릭터를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데, 레고에서는 캐릭터만 따로 팔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캐릭터를 가지려면 그 캐릭터가 들어있는 셋트를 사야만 한다.
그러니까 저 레고 사람 한 개가 무척 비싼 것이다.
주교수님과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사람값이 비싸다, 사람이 귀하다, 이런 말이 나왔다.
레고 캐릭터가 비싸다는 뜻으로 한 말이지만, 어쩐지 한국에서 최저시급으로 살기가 어려울 정도로 인건비가 너무 낮고, 장기밀매나 보험금을 목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현실을 비판하는 듯한 말로 들리기도 해서 웃어야할지 심각해져야할지 잠시나마 심란했다.
2016년 2월 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