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남편 수술후 회복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남편 수술후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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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돌아온지 꼭 열흘이 되었다. 지난 열흘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에어컨을 고치거나 젖은 카펫을 말리는 것쯤은 글로 쓸 이야깃거리도 안된다.
오랜만에 출근해서 밀린 서류 일을 했다거나 둘리양 친구의 생일파티 초대 덕분에 알게된 킨세아녜라 문화 같은 것도 제목의 두 가지 굵직한 이벤트에 밀렸다 ㅎㅎㅎ

고속도로에서 맞이한 일출

지난 월요일 새벽, 코난군과 나는 하룻밤 묵을 채비를 챙겨서 집을 떠났다. 1박 2일 동안의 대학교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자녀의 오리엔테이션은 처음이지만, 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우리 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직접 참가해서 돕거나 옆에서 지켜본 것이 이 십 년이 넘기 때문에 생소한 일은 아니었다.

두 시간 반 운전해서 마침내 버지니아 대학교 도착

입학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보호자 가족이 함께 참석해야 하는데, 직장에서 휴가를 내거나 일정을 미리 조정하라고 오리엔테이션 일정이 몇 달 전부터 나와있다. 우리 가족은 한국 여행을 다녀온 뒤에라야 참석할 수 있고, 남편의 무릎 수술 일정을 피해야 하기도 해서 7월 20일과 21일에 하는 세션을 선택했다.
참석하는 인원에 따라 참가비를 다르게 내는데, 남편은 수술 전 의사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나혼자 참석하기로 했다. 다른 가족들은 부모가 함께 오거나 심지어 동생들이나 강아지까지 데리고 오는 집도 있었다. 신입생과 달리, 가족들은 대학교 기숙사에서 숙박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교 근처 호텔에서 개인 비용을 들여서 묵어야 한다. 나도 한국 여행을 떠나기 전에 이미 호텔을 예약해두었었다. 6월과 7월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오리엔테이션 일정 때문에 근처 호텔이 성황이라 미리 예약해두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이름표 목걸이와 공짜 셔츠를 받은 다음 버스를 타러 간다

컴컴할 때 집을 출발해서 고속도로에서 일출을 보고 또 좀 더 달려 50분만 더 가면 되는 거리에 도달했을 때 쯤 주유도 하고 맥도날드에서 아침을 먹으며 잠시 쉬었다.
일정표에 의하면 오전 8시 30분 부터 10시 까지가 도착 및 등록 시간이어서 굳이 8시 30분까지 도착하지 않아도 된다.
도로 사정이나 먼곳에서 오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등록 시간을 길게 잡은 것인데, 미리 가는 것이 늦게 가는 것보다 낫다! 라는 생활 태도를 코난군에게 가르칠 겸, 나혼자 하는 장거리 운전이어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변수를 감안해서 8시 30분 도착을 목표로 삼았는데, 새벽에 고속도로가 한산해서 아주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을 천천히 먹고 유유자적 운전해서 목적지인 버지니아 대학교 체육관 앞에 도착하니 오전 9시가 조금 안된 시각이었다.

기숙사 방문은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열린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서 참가자에게 주는 이름표 목걸이를 받고, 신입생은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등록을 하고 일정표, 학교 지도, 셔츠와 펜 등의 기념품도 받았다.
일찌감치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체육관 건물 전체에 화재경보가 울렸기 때문이다.
그 어디에도 불꽃이나 연기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아마도 오작동이나 누군가 실수로 화재경보 버튼을 누른 게 아닌가 싶었지만, 일단 경보가 울리면 소방관이 출동해서 공식 확인 절차를 마칠 때까지는 무조건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우리는 등록의 거의 모든 절차를 마친 상태라 화재 경보가 꺼진 다음 셔틀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이동할 수 있었는데 반해, 우리보다 뒤에 도착한 사람들은 병목현상을 겪으면서 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배정받은 하룻밤 머물 기숙사 방

*버지니아 대학교에서는 “캠퍼스” 라는 말 대신에 “그라운드” 라는 말을 쓴다.

그라운드 중심 가까이에 있는 기숙사 건물 네 개 동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숙소로 사용하는데, 코난군이 학기 중에 거주할 기숙사 건물은 따로 있다.
건물마다 완공 시기가 달라서 내부 구조도 사용방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대학교 기숙사 방은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짐작할 수는 있다.
작년 여름에 코난군이 독일어 가브너스쿨에 참가했을 때 지냈던 워싱턴앤리 대학교 기숙사 방도 이것과 유사한 분위기에 비슷한 크기였다.

등록을 하고 짐을 풀고 이제는 학생 따로 부모 따로 헤어지는 시간

기숙사 방에 이불과 갈아입을 옷 등의 짐을 내려놓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오리엔테이션 장소로 이동했다.
교내 셔틀버스 뿐만 아니라 샬롯츠빌 시내버스는 모두 무료라고 했다.
학생증을 보여줄 필요도 없다는 걸 보면 아마도 학생 뿐만 아니라 거주민 모두가 무료 이용하는 것 같다.
신입생들은 그룹을 지어 선배학생인 그룹 리더를 따라다니며 여러 가지 설명을 듣고 활동에 참가하고, 그 동안 부모들은 따로 모여서 강좌를 듣거나 학교의 여러 가지 정보 설명회에 참석하게 된다.
마치 아침마당 초청연사 또는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인문학 강좌 같은 분위기였는데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들이 앞에 나와서 대학생 자녀를 슬기롭게 키우는 방법에 대해 쉬운 말로 설명해 주었다.
이틀에 걸쳐 세 명 정도 교수가 했던 강연의 골자를 요약하자면, 이제 댁의 자녀는 대학생이 되었으니 예전처럼 어린애 다루듯 하지 말아라, 버지니아 주에서 공부 제일 잘하는 아이들만 모인 학교이니 댁의 자녀가 올 에이를 더이상 못받아 오더라도 실망하지 말아라, 우리 학교는 댁의 아이를 돕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다, 하는 것이었다.

학생 식당에서 골라 담은 내 점심

강연과 강연 사이에는 대학교 직원이 나와서 학교 시설이나 정책에 관한 설명을 해주었는데,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설명이 아니고 중간중간 음악을 틀거나 스탠드업 코미디언 처럼 농담을 하면서 청중을 지루하지 않게 이끌었다.
점심 식사와 저녁 리셉션은 등록비에 포함되어서 공짜로 먹을 수 있었는데, 학생 식당은 우리 학교와 비슷하게 뷔페식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점심 뷔페 메뉴를 소개할 때는 아주 자랑스러운 어조로 “비뷤팝~”이 오늘의 특선 메뉴라고 사회자가 말을 하니 수 백 명 청중석에서는 “와우~” 또는 “옛쓰!” 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케이푸드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카페테리아 내에서도 실제로, 비빔밥을 주는 곳에 줄이 가장 길게 이어졌는데, 지나가면서 보니 내가 만든 비빔밥보다 맛이 못할 것 같아 보여서 나는 샐러드와 치킨 요리를 담아와서 먹었다.

*경고: 다음 사진은 다소 무시무시하거나 징그러울 수 있으니 식사 중이거나 비위가 약한 독자들은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다음날 코난군은 개강하면 들을 수업의 수강신청을 마치고 다시 나와 만나서 함께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오리엔테이션에 가있는 동안 남편은 목요일의 수술을 앞두고 의사와 면담을 했다.
어떤 방식으로 수술이 진행되는지 알려주고, 수술 직후 먹어야 하는 약도 미리 받아오는 등의 중요한 면담이어서 오리엔테이션에 함께 가지 못했다.
7월 23일 목요일 아침 6시까지 로아녹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나는 또다시 아침 일찍 일어나 운전대를 잡았다.
낡은 관절을 뜯어내고 인공관절을 대신 심어넣는, 말만 들으면 엄청난 대수술 같은데, 입원하지 않고 수술후 회복실에 잠시 누워있다가 집으로 간다고 했다.
수술전 준비와 수술후 회복까지 합하면 예닐곱 시간이 걸리니, 그동안 병원에서 기다리기는 힘들어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다가, 병원에서 이제 회복실로 옮겼다는 연락을 받고 다시 남편을 데리러 갔다.

두둥~ 무서운 사진!

남편 무릎의 현 상태

수술자리에 펌프를 달아서 고이는 피를 계속 뽑아내기 때문에 상처를 열어서 소독하고 다시 붕대를 감는 드레싱을 매일 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에 수술 다음날 아침, 집으로 출장 간호사가 와서 수술 부위를 확인하고 밴드를 새로 한 번 붙여주었다.
오후에는 출장 물리치료사가 집으로 와서 운동법을 알려주고 갔다.
이 수술은 수술후 재활운동이 어찌보면 수술보다 더 중요한 과정이어서 병원에 입원해서 가만히 누워있으면 안되니, 이런 방식으로 회복및 치료를 진행하는 것 같다.

간호사가 집으로 와서 드레싱을 해주었다

수술 후 이틀 정도가 가장 통증이 심할거라고 하며 여러 가지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는데,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니 두통과 구토 등의 부작용이 심해서 다른 약으로 바꿔먹었더니 이번에는 진통 효과가 약했다… 이래도 저래도 아픈 건 피할 수 없는데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안타까웠다.
아직 이런 수술을 받기에는 젊은 나이이고 골밀도와 근육량이 높아서 이미 수술 다음날의 목표치를 초과달성 (무릎을 90도 각도로 굽히기 – 남편은 99도까지 굽혔다) 했고 회복이 남보다 더 빠를 거라고 했다.
굳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가며 수술을 미루지 말고 조금이라도 더 근육과 뼈가 젊을 때 수술을 받는 것이 여러 모로 좋은 선택인 듯 하다.
건강보험에서 수술비도 거의 다 지원이 되니, 더더욱 은퇴하기 전에 받아야 할 수술이다 🙂

여러 가지 진통제 중에 입맛에 맞는 것을 골라먹는다 🙂

워커나 지팡이를 사용해서 집안에서 걸어다니고 있는데 이 추세로라면 8월 24일 개강 무렵에는 출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26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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