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시: 아빠, 엄마
아: 아빠는
빠: 빠덜
엄: 엄마는
마: 마덜
ㅋㅋㅋ
한 달 전에는 마덜스 데이가 있었고 오늘은 빠덜스 데이이다.
한국에서는 어버이날 하루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합쳐 챙기지만 미국에서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이 따로 있다.
어머니날은 학기 중에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카드나 선물을 만들어오지만, 아버지날은 방학 중이라 덜 알뜰하게 챙기게 된다.
그런데 코난군이 금요일 낮에 엄마와 토론하기를, 아버지날 선물을 준비해야 한단다.
평소 우리 부부는 기념일이나 생일을 굳이 챙기지 않고 대충 넘기며 살기 때문에, 굳이 선물을 구입하는 것까지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래서 코난군에게 선물은 사지 말고 그냥 카드만 만들자고 했더니, 2학년을 마치고 3학년이 되려하는 소년의 논리는 이러했다.
"선생님의 날에는 선생님에게 카드와 상품권 선물을 했는데, 아버지날에 선물은 없이 카드만 드리면, 그건 내가 선생님보다 아빠를 덜 챙기는 게 아니냐! 그럴 수 없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어머니날에 나는 학교에서 만들어온 공작품을 선물로 받았는데, 선생님은 선생님날에 상품권을 드렸는데, 아버지날에 아무 선물도 안하면 아빠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
그래서 아빠한테는 도서관에 다녀온다고 이야기해놓고 도서관에서 얼른 볼일을 마친 다음 선물을사러 갔다.
전재산이 3달러 뿐인 둘리양은 2달러 짜리 풍선을 샀다.
코난군이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선물은…
아마존 상품권이다.
평소에 아마존 닷컴에서 쇼핑을 많이 하는 아빠를 위한 최적의 선물이다.
집에 가서 선물을 아빠가 모르는 곳에 숨겨두었다가 일요일 아침에 서프라이즈 해주자며 신이 났다.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숨겨두었던 선물과 편지를 아빠에게 전달하는 아이들
금방 일어난 몰골이라 아름답지는 않은 모습이지만, 행복하기로는 세상에서 으뜸가는 사나이의 모습이다 🙂
사실은 어제 코난군의 지갑을 체크한 남편이, 돈의 액수가 왜 이렇게 줄었냐고 내게 묻길래 비밀을지키지 못하고 아이들이 아빠 선물을 샀다고 귀띔을 해주었다.
시치미를 뚝 떼고 서프라이즈에 호응해주는 좋은 아빠, 빠덜스데이 선물 받을 자격이 있다.
봉투조차 직접 만들고 편지를 써서 상품권과 함께 담아서 선물을 했다.
자기가 모은 돈으로 제법 거액의 선물을 구입한 코난군.
평소에도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꼭 아빠 엄마에게 맛보라고 권하는 등,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다.
둘리양은 그림 편지를 썼는데, 오른쪽 아랫줄에 아이싱과 스프링클이 붙은 도넛 그림은 참 잘 그렸다.
오늘 같은 날은 동네 음식점이 바글바글하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외식 같은 것을 안하기로 했다.
빠덜이가 좋아하는 김밥이나 만들어 주어야겠다.
2016년 6월 19일
ㅎㅎ 보기 좋네요. 아마존 상품권 좋은데요? 저는 오늘 아침에 남편이 산이 데리고 놀이터 간 사이에 잽싸게 마트 가서 꽃 한다발 사왔어요. 남편한테 꽃 선물 해본 적 한번도 없는데 파더스 데이 덕분에 이런 것도 해보네요 ㅋ
아이 키우면서, 예전에는 정말 생각조차 해본 적없던 일을 참 많이 하며 살게 되더군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자란다는 말이 맞나봐요.
그 댁의 꽃다발 받은 빠덜 님도 오늘 하루 행복하시겠네요 🙂